산행기/2008년

이 가을 정들기 산행 (삼각산, 10/18)

산무수리 2008. 10. 22. 18:39
‘정동진 횟집’- 김이듬(1969~)

분이 다 풀릴 때까지 전처 딸을 팬 횟집 여자가 하품을 하며 손질한다. 바다는 전복 속을 뒤집어 놓고 입 큰 물고기의 딸꾹질로 연신 출렁댄다. 푸른 등을 돌린 다랑어 내장같이 우린 칼등으로 서로를 기억의 도마 밖으로 쓸어내고 싶은 거다. 자주 발라먹은 속살에 질려 산중턱을 떠가는 흰 배 곧추선 닻을 본다. 이름 난 여행지가 대부분 그러하듯 실망스러운 벗은 몸을 보여주고 벼려온 파혼을 감행하기 좋은 모래바람이 분다. 

분이 다 풀릴 때까지 전처 딸을 팬 횟집 여자, 개운하지는 않지만 하품이 몸의 관절을 풀고 긴장의 곳곳을 열고 나온다. 파도는 하얀 이빨로 시간을 뜯느라 지친 표정도 없이 기억에 닿아 있고, 고통은 살아갈수록 더하다는 것을 가르치느라 수평선 너머가 푸르다. 횟집 여자. 비린내 배어, 목구멍에서 흘러나온 피 배어, 도마인지 삶인지를 판판히 펴놓고는 내장을 다듬으며, 기억을 도마 밖으로 쓸어내 버린다. 파란(波瀾) 많은 기억의 내장을 쓸어내 버린다. 멀리 떠나가는 배 본다. 망망(茫茫)을 헤치며 죄 없는 곳으로 가는 배 본다. 불현듯, 벼려온 파혼을 감행하기 좋은 모래바람이 분다. <박주택·시인>


 

 

 

 

 



 

 

 

 

 

 
  

 

 

 

 

 





1. 만나는곳: 2008/10.18 (토) 13:10 경복궁역 3번 출구
2. 코스개관: 상명대후문-탕춘대능선-포금정사-비봉-사모바위-응봉능선-삼천사입구 (14:00~17:00)
3. 날씨: 도로 여름으로 회귀한 느낌. 참 더웠다~
4. 멤버: 영등산악회 8명

이번 주 삼각산 단풍피크. 여기 저기 산행기 올라온걸 보면 숨은벽과 의상능선이 단풍이 제일 좋을것 같다. 허나 두곳 다 다녀온 곳이기에 올 한해는 삼각산 이런 저런 새로운 코스로 엮기로 했기에 이 코스를 잡기로 했다.
해도 점점 짧아져 긴 산행이 무리인지라 코스선정에 한계가 있다.

모처럼 전근간 나샘이 함께 한다고 했다. 헌데 한번도 산에 오지 않던 박샘이 함께 산에 온다는 뜻밖의 소식. 신발은 운동화에 캐주얼 복장. 조금 걱정 된다. 배낭도 없이 맨 몸이고 김샘도 오늘은 배낭도 없이 스틱 한개만 들었다.

부지런히 출발해 경복궁역에 갔는데도 거의 20분 늦었다. 고천사, 나샘을 만나 함께 버스타고 상명대 입구에서 하차.
이곳 코스 몇년 전에 와 보고 처음이라 희미한 기억을 더듬어 겨우겨우 등산로를 찾았다.

헌데 초장부터 바위를 기어 올라간다. 헌데 생각보다 다들 잘 올라간다. 올라서니 바로 보여주는 조망.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오늘 10월도 중순인데 여름인지 가을인지 정말 헷갈리는 날씨다. 일용할 양식을 사려고 해도 상명대 근처에 파는 곳이 없어 그냥 올라왔다.

탕춘대 능선의 미덕은 양쪽 조망도 좋고 길도 평탄하다는것. 문제는 오늘 걔기는 사람이 한명도 없다는것. 선두에서 앞서가고 나와 고천사가 후미를 장식하는 불상사가 생겼다. 이러니 사진 찍을 새도 없다.
염려했던 박샘은 의외로 앞서서 잘도 간다. 역시 실력이 없는 사람이나 패션으로 죽인다는 말을 확인시켜 준다.

독박골암문도 기억보다 금방 나타났다. 탕춘대 능선길을 가다 우측 구기터널 하산길이 나온다. 가다 향로봉, 비봉 갈림길에서 나샘은 향로봉으로 가고싶어 하는데 대부분 사람들은 가지말고 비봉으로 가자 한다. 그래서 이곳에서 포금정사 방향으로 가니 향로봉을 오를게 아니라면 우회로보다는 이쪽길이 훨씬 나은것 같다.
일단 능선에 섰는데 목이 너무 말랐다. 라샘 배낭에서 나온 캔맥주 2. 서로 먹겠다고 경쟁 치열했다. 헌데 그 맥주 정말 꿀맛이었다.

비봉 뒤로라도 올라가자니 다들 올라가 봤다고 그냥 지나가자 한다. 비봉은 울라가려는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다.
비봉도 우회하고 사모바위에서 쉬면서 배 깎아 먹고 오늘 추울까봐 고천사가 들고 온 보온병의 커피도 마시고...

이곳에서 응봉능선에 올라서니 조망도 좋고 바위도 정말 멋졌다. 너무나 오랫만에 이 코스로 왔는데 정말 좋았다. 단체 사진 찍고 응봉능선을 내려오는데 무서워 하는 사람도 없고 걔기는 사람도 없으니 진행이 일사천리다.
생각보다 빠르게 삼천사 입구에 내려서니 3시간이 채 안된 시간. 원래 잘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겁 많던 백성, 오르막에 약한 백성들도 다들 업그레이드 된걸 실감하게 된다.

계곡 입구 수복식당에서 음식을 먹으면 봉고차로 데려다 준다고 해 맥주, 막걸리, 빈대떡, 도토리묵, 두부김치로 후다닥 뒷풀이를 바쁘게 했다.
그랬더니 6시가 채 안되 뒷풀이가 끝나 너무 좋았다.
봉고차 타고 구파발역에 데려다 주어 전철타고 집에 가니 8시가 채 안되었다. 아주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