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08년

서락의 어금니를 밟아보다 (10/11~12)

산무수리 2008. 10. 15. 23:12

백담사/이성선

저녁 공양을 마친 스님이
절 마당을 쓴다
마당 구석에 나앉은 큰 산 작은 산이
빗자루에 쓸려 나간다
산에 걸린 달도
빗자루 끝에 쓸려 나간다
조그만 마당 하늘에 걸린 마당
정갈히 쓸어놓은 푸르른 하늘에
푸른 별이 돋기 시작한다
쓸면 쓸수록 별이 더 많이 돋고
쓸면 쓸수록 물소리가 더 많아진다 

 

모이는곳: 2008.10.11 (토) 21:00 호계신사거리 한성병원 앞
코스개관: 용대리-영시암-수렴동대피소- ㅇㅇㄹ -봉정암입구-구곡담-수렴동-백담사 (1:40~14:10)
교통편: 안내산행
날씨: 단풍빛이 환상으로 보이는 햇살 가득한 가을날. 새벽녘은 좀 추운듯 했으나 해가 뜨면서 산행하기 좋은 날씨. 운해까지 있었다면 더 좋을뻔...

가을 설악에 잘못 갔다가는 인파에 밀려 떠밀려 다니는 산행을 해야 하는거 알지만 드림팀도 놀토를 이용해 설악에 들려고 했으나 이런 저런 사정으로 타의에 의해 계획을 취소.

설악 코스를 다 가보지는 못했지만 그중에서도 미답지인 이곳.
가고 싶긴 하나 통제구역이라 쉽게 가지 못하는 곳.
당나귀 산행대장인 산매니아가 함께 갈 선수를 모집한다. 6월에 다녀온 박형부부에게 물어보니 길이 정체 되 산행을 빨리 할 필요 없고 나 정도면 충분히 갈 수있단다.
그래도 혼자 가기엔 많이 부담스러워 나무천사까지 함께 신청. 당나귀 동안총무, 성사장까지 5명이 한팀이 되어 가니 마음이 든든하다.

준비를 어찌 해야할지 몰라 밥을 좀 쌌고 과일, 포도음료, 매실즙. 물을 싸니 뭐하러 물 많이 들고가냐는 나무천사.
날이 춥다고 겨울용 모자, 장갑 등을 준비하라는 문자.

말년 휴가나온 도치두고 저녁 집을 나서 떡 2개 사고 승차장소에 도착. 곧 동안총무, 성사장 오고 겨울티 입고 산매니아 도착.
21:00 승차. 수원들려 죽전까지 들리고 나니 거의 만차.
죽전 휴게소 한번 선 다음 관광민예단지 휴게소에 내리니 아침 먹으란다. 이 새벽에...
문제는 다른 무박보다 1시간 일찍 출발했다는데 벌써 도착한 버스가 한, 두대가 아니다. 다들 질려 버렸다.
산매니아가 사 온 김밥 세줄을 나누어 먹고 도로 승차. 산행 준비 다 하고 배낭까지 들고 출발모드로 용대리 도착.

1:40 산행 시작.
바로 내려 모처럼 용대리에서 백담사까지 걸어가는데 아무도 쉬지않고 아무도 처지지 않고 가니 쉴 수도 없다. 죽어라 가는데도 자꾸 뒤로 밀린다. 특히나 여긴 녀자들이 산행을 더 잘하는것 같다. 선수들만 온것 같다.
내 뒤의 한 여자왈 자기도 다른 산악회가면 선두그룹인데 여기서는 밀린다고 무서분 산악회라고...

1시간 꼬박 걸려 백담사 입구 도착. 잠시 숨 돌리고 물 마시고 수렴동 대피소 출발.
영시암에서 물 한모금 마시고  후미그룹에서 죽어라 가니 수렴동 대피소. 한 팀이 야영을 했는지 이곳에서 아침 식사 중.
계단길 올라가다 왼쪽 능선에 붙는데 랜턴을 머리에 하지 말고 손에 들란다. 소리도 내지 말고....
길은 길 같지도 않고 급경사 길인데 죽어라 앞사람 발끝만 보고 온몸으로 기어 올라간다.
한참 올라가다 한곳에서 선두를 놓친 중간그룹이 우왕좌왕 해 잠시 후미를 면했다. 도로 길 찾아 계속 오르내리는 길.

한곳에 오니 쉬라고 하는데 옥녀봉이라고...
이곳에서 잠시 쉬고 속 좋지않은 성사장 소화제 팍 먹이며 공구리 친다는 동안총무.
여기서 더덕슬러쉬로 기운을 내고. 아자~

뜀바위 좌회하고 올라가는 길도 만만하진 않다. 녀자들을 먼저 올려보내는데 다른 산행에 비해 오늘 녀자들이 많이 참석 했단다. 몇몇은 이 코스를 6월에 다녀오고 두번째라고...
멀리 오세암 불빛이 보이는데 빛이 거의 없어 사진을 찍을 수 없어 아예 꺼내지도 않았다. 아직 단풍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하늘을 보니 별이 쏟아진다.


뜀바위 우회길

뜀바위 우회해 기어 올라가는 길은 온몸산악회 출신은 이런 곳에서는 참 도움이 많이 된다.
이곳에 올라오니 조망이 죽여준다. 멀리 운해가 보인다. 다행히 오늘 날씨 춥지도 않고 산행하기 아주 좋은것 같다.
올려치기 힘이 좀 딸리는 곳에서는 가이드들이 서서 슬링으로 땅겨 주어 힘 쓸 새도 없이 딸려 올라간다. 


서서히 날이 밝아오며 멀리 운해도 보이고...


개구멍바위 대기중


개구멍바위 상단부

이젠 개구멍바위.
염초 개구멍 바위와 생김이 비슷한것 같다. 염초에서는 하강을 해 기어 본 적 없는데 내 앞서서 녀자들은 다 올라가 버리고 한 녀자만 겁난다며 먼저 가라 한다.
설치되어 있는 슬링에 산악회에서 자일로 확보를 튼튼하게 해 놓고 있어 줄을 잡고 있으니 고소공포증만 없으면 큰 어려움은 없어 보인다.
첨에 무작정 오체투지 자세로 기니 기지 말고 오리걸음으로 걸으라고...
줄 잡고 몸을 바깥으로 띄우니 기지 않고 걸어서 올라갈 수 있다. 생각보다 길지도 않고...
이곳에서 올라치는 곳도 슬링이 설치되어 있는데 보조슬링까지 내려주어 쉽게 올라설 수 있다.

헌데 올라서니 개구멍 바위 모양도 신기하려니와 그곳에 AC요델 산악회 동판도 설치되어 있다.
조망도 죽여주고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드디어 속살을 보여주는 서락

오늘 산행에서 한명도 처지지도 않고 가이드 시키는 대로 말도 정말 잘 듣는다. 심지어는 물 마시는것, 잠바 벗는것까지 묻는다.
이 산악회에는 찍사도 많은지 여기저기 들이대고 찍느라 바쁘다. 녀자 몇몇은 완죤히 전속모델인것 같다. 여기를 찍어라, 저기를 찍어라 촬영대회장 같다.
날도 많이 훤해져 산도 점점 예뻐져 간다.
전원 올라오고 우리 뒷쪽에 한팀이 또 올라오는것 같다. 다른 팀과 섞이지 않도록 신경 많이 쓰는것 같다.


멀리 오세암이 건너다 보이고...


계곡은 단풍이 물들어 가고...


평평한 귀떼기청봉도 보이고..


서서히 모습을 보여주고...


이곳도 산불이 났었는지 고사목이 군데군데 많았고...


뒤를 돌아봐도 멋지고...


앞을 바라봐도 근사하고...


멀리 계곡은 계곡대로 멋지고..


운해도 잠깐 보이고



첩첩산중

 
다들 들이대느라 바쁘고..


어디를 찍어도 작품이 되고..


배고파 죽겠는데 밥 먹으러 가는길 정말 머네..


우린 이 봉우리는 우회한것 같고...

사진 찍고 나서 계속 어금니처럼 생긴 바위를 오르내리는데 위험하진 않지만 기어 오르내릴때 신경을 써야 하는 구간들. 거의 팔과 다리를 반반씩 사용하는것 같다.
컨디션 난조로 힘들어하던 성사장도 속이 좀 편안해 졌단다.

이젠 배가 고픈데 밥은 좀 더 가서 여럿이 먹을 수 있는 곳에서 먹자고 한다. 해가 뜨는것 같아 일출을 볼 수 있나 기대를 했는데 중청 쪽 능선에 가려서 어느새 해가 떠 버렸다. 그리고 오늘 날씨가 너무 화창해 운해는 볼 수 없나보다.
그래도 오늘 햇살이 너무 좋아 사진 찍지 아주 좋은 날씨라는데 진행방향은 역광이라 사진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단다.

비교적 넓은 공터에서 아침인지 점심인지 모를 식사를 하는데 성사장과 동안총무가 준비해 온 환상의 반찬.
집에서 보다 더 잘 먹는다는 나무천사. 아무튼 배부르게 먹고 양도 넉넉해 주변 사람들과 나누어 먹었다. 다 좋은데 술이 없다는 산행대장.
술 절대로 먹으면 안된다고 해 빼놓고 왔다고 하니 막 웃는다. 이 말을 들은 한 사람이 직접 담은것 같은 약술을 한잔씩 나누어 준다. 헌데 술맛도 나지 않고 보약 먹는것 같은데 정말 맛 좋았다.


기묘하게 생긴 바위가 정말 많았고...

우리가 가야 할 봉우리가 빤히 보이는데도 4, 5 시간은 걸린다는 산행대장.
크게 어려움은 없다는데도 계속 오르내리는 길이다. 중간중간 재미난 모양의 바위들이 눈을 즐겁게 하고 앞을 봐도 뒤를 봐도 비경이고 멀리 계곡의 단풍빛과 폭포, 계곡미도 절경이다.
우리팀은 우회하는 한 능선을 앞팀에서 자일, 하네스 등을 매고 하강하는것 같은데 영 어설프다.
반대쪽에서 오는 사람이 혀를 차며 저렇게 어설프게 다니니 사고가 나는거라고...
우리팀 선수들도 저 정도면 갈 수 있는데 안 간다고 서운해 하는것 같다.
헌데 거기 안가도 이미 눈도 충분히 즐겁고 팔,다리는 펌핑 날 지경이다. 힘들다고 말 해 봐야 쫓아온 사람이 잘못이지 처지지 않고 후미만 면하기위해 죽어라 간다.
헬기 한대가 떠 순간적으로 긴장. 죄 짓고는 못사나 보다.

 

 

 

차례를 기다리며 대기중...

 

 

 

바위모양이 정말 특이했다...

 

안전을 위해 줄을 매 놓은 주최측

 

고래등 바위를 가는 길은 단풍의 터널

 

고래등 바위를 올라가며

 

점점 반대편에서도 사람들이 많아진다. 마지막 올라가는 곳은 고래등. 위험하지 않다는데 이곳에서 죽은 사람도 있다고...

무섭다는 말보다 더 무섭다. ㅎㅎ
고래등은 생각보다 위험하진 않다. 올라서니 구곡담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젠 정말 마지막인것 같다.
봉정암까지 갈 수가 없기에 중간 우측으로 내려서는 길. 단풍빛이 햇살을 받아 산도, 사람도 물들어 간다.
아, 이 가을 정들고 싶어라~

계곡에서 우리가 넘어온 능선을 올려다보니 새삼스럽고..

 

 

 

 

 

 

무사히 봉정암 하산 계곡길에 내려섰다. 이제야 맘이 놓인다.
쉬며 과일먹고 힘 내고 이젠 정정당당하게 산행을 할 수 있겠다.
이쪽 길로 몇번 내려온적 있지만 새삼 이곳 계곡도 12선녀탕 부럽지 않았다. 멀리 우측으로 올려다 보이는 암릉이 새삼스러웠고 단풍과 계곡과 폭포와 소가 어울어진 모습은 그 자체가 그림이다.
더 다행인것은 생각보다 이쪽은 정체가 없다는것.
이 시간 봉정암에 올라가는 보살님들도 계시고 관광모드로 올라오는 사람들도 보이고 중간 계단에 힘들어 오도가도 못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다른 코스로 해서 대청 찍고 이쪽으로 하산하는 사람들도 보이고...
 

 

 

영시암

 

백담산장이 이젠 안내소로 바뀌어 문을 열었다..

 

짬짬히 사진 찍어가면서 하산하는데 이 길도 결코 짧진 않았다.
이제나 저제나 하던 수렴동 대피소가 나왔는데 공사중이라 숙박은 현재 할 수 없고 매점만 운영하고 있었다.
영시암에 내려오니 오늘 상량식이 있었다며 무료 국수를 나누어 준다고 먹고 가라 한다.
곧 내려갈줄 알고 난 먹지 않고 나무천사만 배 고프다고 한그릇 먹는다고 해 먼저 하산하는데 앞서서 가던 동안총무와 성사장이 기다려 주고 있다. 산매니아는 영시암에 볼 일이 있다고 바쁘게 하산했다고 한다. 내심 셔틀버스 줄 서는줄 알고 좋아했다.

 

백담사 셔틀버스 기다리는 행렬


계곡 단풍 좋은 곳에서 잠시 쉬면서 발도 닦고 세수도 하고 남은 떡도 먹고 하산하는데 백담사 새삼스럽게 멀었다.
겨우겨우 백담사 도착. 거의 13시간 걸렸다.
문제는 셔틀버스 줄이 다리를 건너 일주문 건너 이쪽 뚝방까지 이어진다. 셔틀버스 줄이란다.
그래도 버스 타고 가는데 걷는것 보다는 빠를 줄 알고 줄을 섰다. 아이스크림도 사 먹어 가면서. 처음엔 기다릴만 했다.
헌데 그때서야 나타나는 산매니아. 산행대장을 만나 계곡에서 소주 한잔 얻어 먹고 왔단다.
문제는 줄이 너무나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점점 불안해 진다. 시간도 1시간이 지났다. 이젠 시간이 늦어 걸어갈 수가 없다. 천상 기다렸다 버스를 타야한다. 지루해 계곡 내려다보며 바위 품평회도 하고 되도 않는 소리를 해 대며 시간을 때웠다. 오래 기다렸다간 아무래도 성격 파탄자 될것 같다 하고 웃었다. 다시는 백담사로 하산하지 말자 맹세했거만 늘상 잊어버리고 또 이곳으로 하산한단다. ㅎㅎ
차라리 대청봉으로 올라 오색으로 하산하는게 산행 시간은 좀 더 길지는 몰라도 이렇게 기다리느니 산행을 더 하는게 낫다고 결론 지었다.
기다리며 맥주라도 사 먹을 수 있으면 용서 하겠단다. 절에서 술 팔 수도 없고 하니 우리가 와서 장사하면 장사가 좀 될거란다. ㅎㅎ

2시간 꼬박 기다렸다 버스를 타는 줄에 들어서니 갑자기 모든게 용서가 된다. 전엔 바쁜 사람은 입석도 태웠는데 요즘은 41명 명수 세서 그 이상 타지도 못하게 한다.
아무튼 셔틀버스 타고 내려섰다. 식당을 찾다 외가평까지 걸어나갔다 도로 들어오는 막판 알바까지 하고 식당에 오니 고생했다고 밥 먹으라고 한다.
우리가 결국 산행에서는 중간은 갔는데 버스 기다리다 꼴지를 한것 같다.
40분 정도 시간을 주어 바쁘게 저녁 먹고 폭탄주까지 연거퍼 마셔대는 당나귀 팀. 정말 대단타~

18:00 출발. 버스 빠져나가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것 같다. 다들 피곤해 비몽사몽 가는데 휴게소라는데 벌써 홍천이다.
화장실 들렸다 차는 어딘가 터널에서 서행이고 앰브런스 소리도 들리고...
온몸이 쑤시고 피곤한데 깊은 잠은 오지 않고 비몽사몽 자다깨다 반복.
그래도 생각보다 늦지 않게 수원 도착. 군포에서 내려 버스 갈아타고 집에오니 23:00.

10월 단풍 피크철 인파에 쫓기지 않고 설악에 들었다.
오래 전부터 공룡과 함께 궁굼해 하던 이곳을 다녀와 숙원사업 한가지 해결한 행복한 주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