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3’ - 진은영 (1970 ~ )
출구든 입구든
주황색 초벌칠이 가장 아름다운 철문들
날아오는 돌멩이들 속에서
피어나던 빨간 유리 튤립
상처 난 이마 밟고 가던
꿈의 부드러운 발꿈치
기억한다
불타는 얼굴을 묻기 위해 달려갔던
투명한 두 개의 빙산, 너의 가슴
눈보라와 박하향기가 휘몰아치던 곳
하루가 다 지나가는 늦은 밤. 버스정류장 근처 신문가판대에서 오늘의 조간신문을 사 들고 돌아서는데, 뒷손님 아가씨가 “87이요”라고 대답하는 소리가 들린다. “보여 드려요?” 그 아가씨, 신분증을 찾느라 핸드백을 뒤적거리는 듯. 담배를 사러 온 모양이다. 1987년생! 비릿할 정도로 푸른 나이다. ‘청춘3’은 화자가 제 청춘을 돌이켜보며 그린 시다. 그림이라는 건 두 종류다. 기억-현실을 그릴 수도 있고, 상상을 그릴 수도 있다. 그런데 기억과 상상은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다. 기억은 상상과 버무려지고, 상상은 기억과 버무려진다. 청춘, ‘눈보라와 박하향기가 휘몰아치던 곳’! 과연 그랬던가, 내 청춘은? 어쩌면 때때로…. <황인숙·시인>
출구든 입구든
주황색 초벌칠이 가장 아름다운 철문들
날아오는 돌멩이들 속에서
피어나던 빨간 유리 튤립
상처 난 이마 밟고 가던
꿈의 부드러운 발꿈치
기억한다
불타는 얼굴을 묻기 위해 달려갔던
투명한 두 개의 빙산, 너의 가슴
눈보라와 박하향기가 휘몰아치던 곳
하루가 다 지나가는 늦은 밤. 버스정류장 근처 신문가판대에서 오늘의 조간신문을 사 들고 돌아서는데, 뒷손님 아가씨가 “87이요”라고 대답하는 소리가 들린다. “보여 드려요?” 그 아가씨, 신분증을 찾느라 핸드백을 뒤적거리는 듯. 담배를 사러 온 모양이다. 1987년생! 비릿할 정도로 푸른 나이다. ‘청춘3’은 화자가 제 청춘을 돌이켜보며 그린 시다. 그림이라는 건 두 종류다. 기억-현실을 그릴 수도 있고, 상상을 그릴 수도 있다. 그런데 기억과 상상은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다. 기억은 상상과 버무려지고, 상상은 기억과 버무려진다. 청춘, ‘눈보라와 박하향기가 휘몰아치던 곳’! 과연 그랬던가, 내 청춘은? 어쩌면 때때로…. <황인숙·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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