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외.../2009년 일기

서울국제사진 페스티벌 (1/6)

산무수리 2009. 1. 9. 10:33
밤을 지새우며/정호승


길이 끝나는 곳에 산이 있었다
산이 끝나는 곳에 길이 있었다

다시 길이 끝나는 곳에 산이 있었다
산이 끝나는 곳에 네가 있었다

무릎과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고 울고 있었다

미안하다
너를 사랑해서 미안하다




 

 

 

 

 

 

 

 

 

 

 

 

 

 

 

 





조인스 블로그에서 사진전 관람권이 당첨.
1/15까지라고 해 어영부영 하다간 관람시기를 놓칠것 같아 산행 직후라 얼굴도 퉁퉁붓고 엉망이지만 내친김에 보러 가기로 했다.

구 서울역사에서 하는 이 전시는 인간을 주제로 하는것 같다. 입구의 우울증에 관한 주제를 다루었는데 그 내용이 읽을 가치가 있다.
표가 생겨 본 전시회 치고는 작품 양도 우선 많았고 내용도 다양하고 무엇보다 전시회 공간 자체가 작품인것 같다.

예전 대합실이었던 곳, 그릴이었던 곳 등등 가끔은 이용했지만 지금은 역사의 장으로 남은 이 공간에서 전시를 한다는 발상이 우선 독특했다.
전시공간은 미로처럼 이방 저방을 드나드는데 자칫 길을 잃을것 같은 염려마져 들었다.
사진전이어서인지 플래쉬를 쓰지 않으면 작품을 찍어도 된다고 해 여기저기 분위기라도 전하고 싶어 마구잡이로 찍었다.

2층까지 꽉 찬 작품 구경도 하고 파이프가 드러나고 벽지도 떨어져 나간 공간도 보고 일부는 리모델링을 했는지 깔끔한 공간도 있었다.

관람을 하고 참선 가는 막간을 이용해 남대문에서 코펠을 중간 크기로 하나 사러 갔다.
장공주 아쿠 등산화 산 인연으로 갔던 곳인데 비슷한 또래의 여자가 아쿠 등산화를 신어보고 있었다.
그래서 신어본 사람의 경험으로 강추 한다고 했다.

이 여자는 신년 일출산행을 태백산에 다녀왔다는데 어찌나 추웠는지 손, 발이 하도 추워 오늘 장갑, 등산화를 사러 왔단다.
부부가 함께 산에 다니냐고 해 내 남푠 넘의 남푠 가리지 않고 다닌다고 하니 부럽다면서 자긴 안내산행을 주로 간다고...

알고 보니 같은 지역 주민. 모락산에 자주 가냐고 하니 시시해서 안간다나?
날 보고 산에 함 같이 가자고 연락처를 달라고 한다.
그 여자 이름 뒤에 남대문이라고 적었다. 아니면 나중에 누구인지 몰라 그렇다고 하니 정말 맞단다.
코펠 사고 가스에 손수건까지 하나 어거지로 받고 (이 여자의 도움이 컸다) 바쁘게 참선하러 가는데 남대문의 전화.
전화 확인차 하는줄 알고 이름을 알려주려고 하니 누구시냐고 전화가 와 거는거라고 한다.
남대문 장비점에서 방금 만나지 않았냐고 하니 아주 많이 미안해 한다.
기도 안차네.
내나 남이나 다 똑같다 똑같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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