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우울 / 최영미
모든 노래
모든 몸짓에
싫증이 난 어느 날 아침
나는 불현듯 여행을 꿈꾸었다
그래서 나는 서둘러 여행을 떠났다
일상은 위대하다
삶이 하나의 긴 여행이라면
일상은 아무리 귀찮아도 버릴 수 없는 여행가방 같은 것
긴 여행을 계속하려면 가방을 버려선 안 되듯
삶은 소소한 생활의 품목들로 나날이 새로 채워져야 한다
그 뻐근한 일상의 무게가 없으면
삶은 제자리를 찾지 못해 영원히 허공을 떠돌 것이다
기차를 타고
미지의 도시에 다가갈 때의 느낌은
서투른 연애의 메커니즘과 비슷한 데가 있다
우리가 어느 한 장소의
혹은 한 사람의 본질을 가장 잘 깨닫게 되는 것은
그 속에 머물 때 보다는
오히려 그것에 다가갈 때
혹은
그것을 떠날 때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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