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09년 산행기

당나귀와 함께 한 계방산 (3/1)

산무수리 2009. 3. 4. 23:39

화분 / 이병률


그러기야 하겠습니까마는

약속한 그대가 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날을 잊었거나 심한 눈비로 길이 막히어

영 어긋났으면 하는 마음이 굴뚝 같습니다

봄날이 이렇습니다, 어지럽습니다

천지사방 마음 날리느라

봄날이 나비처럼 가볍습니다

그래도 먼저 손 내민 약속인지라

문단속에 잘 씻고 나가보지만

한 한시간 돌처럼 앉아 있다 돌아온다면

여한이 없겠다 싶은 날, 그런 날

제물처럼 놓였다가 재처럼 내려앉으리라

햇살에 목숨을 내놓습니다

부디 만나지 않고도 살 수 있게

오지 말고 거기 계십시오

 

 

 

 

 

 

 

 

 

 

 

 

 

 

 

 

 

 

 

 

 

 

 

 

 

 

 

 

 

 

 

 

 

 

 

 

 

 

 

 

 

 

 

이 작가님이 찍은 계방산

 

만나는곳: 2009.3.1 (일) 농수산물시장앞 8:10 (안내산행)

코스개관: 운두령-계방산-이승복생가-야영장 (11:00~16:00)

멤버: 당나귀 산악회 14명

날씨: 화창한 겨울날. 봄기운이 물씬 나던날

기타: 경방때문에 계획은 운두령-불발현이었으니 당일 코스가 바뀌어 버림

 

당나귀 산악회에서 시계산행을 끝내고 2월부터 한강지맥을 한다.

첫번째 산행은 내가 다녀온 곳이기도 했지만 드림팀 남도여행과 겹쳐 부득히 빠졌다.

이번에 빠지면 3월 셋째주도 사정상 빠져야 하는지라 지리 조망산행을 다녀오고 조금은 피곤했지만 참석.

 

농수산시장에서 이작가, 강사장님과 함께 타니 다들 오랫만이라 반겨준다.

휴게소에서 쉬며 아침밥을 노식자처럼 먹었고 11시경 운두령에 도착.

헌데 웬만한 산은 다 경방중인데 특히나 강원도쪽이 심한것 같다.

계방산은 경방이라 못 들어가 그 구간을 빼고 그 다음구간을 하기로 했다는데 산불감시요원이 그쪽은 절대로 안되고 계방산은 들여보내 준다고 한다.

헐~ 차 안에서 기껏 앞구간 설명을 해 줬는데 막상 산행은 계방산이라고?

계방산에서 약수터쪽으로 진핼 할 수 있으면 산행이 조금 길어지지만 아니면 오늘 산행은 매우 짧을것 같다.

오늘 동안총무님이 당나귀 표지기를 만들어와 나누어 준다.

무신 군인들 다는 견장같다고 다들 웃었다. 당나귀도 웃고 있다. ㅎㅎ

 

초장 거의 선두에 서서 올라갔다. 넘들은 복장 준비하느라 늦어지고 혹시나 처질까 겁도 나고...

그래도 명색이 지맥인데 몇몇 사람들은 약수터  패션이다.

한참 올라가다 우리팀 후미가 도착하지 않아 기다리는 새에 다들 추월해갔다.

동안총무님의 2009년 따끈따끈한 더덕슬러쉬가 벌써 나왔다. 다들 한잔씩 먹고 출발해 올라가는데 추월했던 사람들 대부분을 추월 할 수 있었다.

이쪽은 눈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더운듯한 날씨에 이부회장, 남미언니는 오늘도 커플룩으로 팀웍을 자랑하고 이예 뒤질새라 오늘은 박형부부도 커플룩.

사진도 자기네끼리만 찍는다. 흥, 치, 피....

 

이대장님이 컨디션이 안 좋은건지 후미에서 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성사장님 선배님도 힘드는지 자꾸 후미에서 처지는것 같다.

정상에 가까워 올 수록 눈이 보이기 시작한다. 강원도 맞긴 맞구나...

정상부 가기 전 헬기장이 밥 먹기 좋은 넓은 공터가 나오는데 회장님은 늘 더 가서 먹자 하신다.

밥 먹는 자리에 관한 한 회장님 말씀을 절대 들으면 안된단다. 맞는 말이다. 그러다간 하루종일 굶기 딱 좋다. ㅎㅎ

 

정상부에서 기다리려니 이대장님이 와 후미가 처져 힘들어 하니 여기서 밥을 먹으며 기다리자 한다.

정상부 조금 지나 자리를 펴는데 날은 많이 풀렸어도 바람은 아직 겨울 바람이었다.

다행히 후미도 바로 도착해 밥을 먹는데 경림씨는 추위에 무쟈게 약한것 같다. 추워서 밥도 먹기 싫다고 한다.

지난번에는 정말이지 날씨가 추워 고생 많이 한 눈치다.

밥 먹고 내려가는길은 미끄럽다. 아이젠을 착용했다.

부부팀은 마눌님 아이젠 채워주느라 바쁘다.

나? 그런건 바라지도 않는다. 산에 못가게만 안하면 된다.

 

방아다리 약수터 갈림길이 나왔다. 마음 같아서는 그쪽으로 가고 싶었지만 밥 먹으면서 시간도 지체했고 산악회에서 이곳으로 하산하라고 표지기를 해 놓았다.

우리팀이 제일 많은데 눈총 받을 필요는 없다고 주최측에 따른단다.

이곳에서 잠시 우왕좌왕 하다 결국은 하산 결정.

하산길은 계곡길인데 주목이 생각보다 많았고 계곡도 제법 좋았다.

몇년전 하산했던 능선길보다는 이길이 훨씬 순하고 좋다.

여러명을 추월하고 거의 다 내려오니 우리팀 선두가 기다리고 있어 배불러 하면서도 남은 빵과 과일까지 또 먹었다.

 

어설픈 이승복 생가 지났고 한참 짓고있는 야영장도 지나고 지은지 얼마 안된 팬션도 여러채 지났다.

버스가 보인다. 큰 비닐하우스에 지역 주민들이 하는 가게가 있다.

여기서 주최측이 주는 김치찌개로 이른 저녁을 먹었다.

헌데 이대장님과 동안총무가 늦게서야 도착. 더덕 캐느라 늦었다는데 이대장님은 배낭에 달고 온 잠바를 잃어버린것 같다.

이부회장님은 고글 누가 감췄다고 내 놓으라고 하는데 아무래도 잃어버린것 같다.

 

5시경 출발.

산행이 짧고 술도 남아 캐 온 더덕을 넣고 즉석에서 더덕주를 차 안에서 2차를 하는 당나귀팀.

8시반경 평촌 도착.

한강지맥은 5월 경방 풀릴때까지 진행을 할 수 없다는 주최측.

오늘도 많이 미안해 한다.

3월의 첫날이 이렇게 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