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 들다 / 박두규
그대 눈부신 속살에 들면
편백나무 서늘한 그늘 어디쯤에
정처 없는 것들의 거처가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다만 그 생각이 무사하기를 빌며
그대 앞에 이르렀을 뿐이다
그대 안에 드는 일이 두렵기도 하나
단지, 때가 되어 어미의 자궁 밖을 나왔던 것처럼
마침 한줄기 바람이 불어온 것뿐이라고 생각해본다
그렇게 또 날이 저물었을 뿐이다
그대의 어디쯤에
달빛에 빛나는 지붕 하나가 있기를 바란다
그곳에 들어 내 눈부신 맨몸을 볼 수 있다면
사랑한 사람들이 이승을 떠난 것도
잠 못 이루는 짐승들의 매일 밤 울음소리도
그대에 이르기 위한 육탈肉脫의 시간이었다고 생각하리
강줄기를 타고 오는 한 줄기 바람에도
이승의 한 십년을 뚝, 떼어낼 수 있기를 바란다
숲에 쌓인 무수한 잎들의 신음소리가
나의 일상으로 진입해오고
해가 지는 세상의 두려움 위로
설레는 가슴은 늘 두근거리기를 바란다
그렇게 허물을 벗고
단 한 번의 해가 오로지 나에게로 올 것을 믿는다
나는 달이 뜨는 그 숲으로 걸어 들어갔다
만나는곳: 2009.3.8 (일) 9:00 구파발 전철역 1번 출구
멤버: 한산 청소년산악위원 류문형 이사, 홍준섭 위원장, 김해일, 홍승기, 김영호, 박정분 (6명)
코스개관: 1차 산성매표소에서 산불방지 홍보 유인물 배부
2차 산행 (산성매표소-상운사-북문-염초봉-백운봉-위문-백운산장-능선길-하루재-도선사주차장)
날씨: 시계 끝내주게 좋았던 날씨. 잔설이 남아있어 힘든 산행이지만 봄속에 겨울을 느끼는 매력이 있었다고... 선등자는 어려움이 많았다. 나같은 고문관은 고문관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2월 선인슬랩에서 연습을 한다고 나오라는데 스케줄은 비었는데 마일리지가 마이너스인지라 부득히 불참.
3월 산불방지 캠페인 후 원효리지를 한다는 연락이 왔다. 새로 위원장이 된 홍샘을 밀어주고 후원해 줄 방법은 머릿수 하나 추가하는것 밖에 없는지라 고문관도 참석 가능하냐 연락하니 와도 된다고...
류샘과 셋만 나올줄 알았는데 연락도 없던 해일씨, 승기씨에 영호씨 등산학교 멤버가 셋이 추가되니 위원장은 기분이 좋은것 같다.
문제는 자일을 한동만 들고와 진행이 늦어질까 염려를 했는데 해일씨가 자일 한동 더 들고왔도 이 멤버들도 프렌드, 퀵도르 등 장비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는것 같다.
휴~ 고문관이 한명이라 천만 다행이다 싶었다. 그래야 조금만 미안해 하면 되고 조금만 늦어질테니...
산발예방 유인물 나누어주기...
버스타고 산성입구에 내렸다. 비교적 이른 시간이어서인지 버스타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내려 매표소 있던 자리에서 오늘 팜플렛 800장을 나누어 주는데 이것도 만만치 않다. 예년엔 뒷장에 북한산 지도를 인쇄해 반응이 좋았는데 올해는 지도가 없다고 이사, 위원장은 걱정을 한다. 괜히 쓰레기가 될까봐....
대부분은 받아 주었지만 안 받은 사람도 있다. 난 오늘 시산제 하는 팀에게 가니 단체라며 아예 20장 정도 달라고 해서 많이 팔았다. 류샘 동업자를 만나 함께 나누어 준다.
우리도 이거 다 나누어 주어야 오늘 산행 할 수 있다고 읍소도 했다. ㅠㅠ
그러면서 느낀 소감, 길에서 나누어 주면 무조건 받아야겠다. 나누어 주는 일이 이렇게 힘들고 쪽팔리는 줄 몰랐다. 어깨띠라도 좀 해 줬으면 좀 나을텐데...
고지식한 위원장에 더 고지식한 해일씨와 영호씨. 떨어진것 까지 줒어 결국은 1시간 정도 걸려 다 나누어 주었다.
휴~ 오늘 숙제 끝.
우리도 이젠 가벼운 마음으로 산에 가야쥐~
다들 점심을 준비 하지 않은것 같다. 김밥 6줄 샀다. 그래도 난 떡, 류샘은 햄버거빵, 과일, 계란 등을 싸 가지고 왔는데 먹을게 부족한것 같은지 홍샘이 양미리와 군고구마까지 또 샀다.
북문 가는길 간식 사러가는 홍샘따라 해일씨 쫓아가다 길 잃어버릴뻔.
기다리면서 떡 다 먹어치웠고 다시 만나 북문으로 쉬지않고 올라가는데 벌써 내려오는 사람들로 길이 밀리고 복잡하다.
원효봉부터 하려고 했나본데 선두가 앞서서 지나가는 바람에 원효봉은 부득이 생략.
북문위에서 양미리와 고구마 간식먹기
원효봉쪽에는 사람들이 많은것 같다. 그 자리가 백운봉, 염초, 만경봉이 잘 보여 시산제 지내는 팀도 많은것 같고...
북문 입구에는 장비착용하지 않은 사람들 염초에 가지 못하게 검사를 하고 있다. 우리들도 일단 바가지만 썼다.
영호씨만 바가지를 안 가져왔는데 한명 정도는 봐주는것 같다.
오늘 휴일이라 사람 많을것 같다고 그럼 산행이 늦어진다고 헤드렌턴 꼭 준비하라 했는데 장비검사를 해서인지 의외로 한갖지다.
평지에서 장비 착용하기
첫피치 올라가기. 잡을데 밟을데를 다 파놓아 어려움이 없다.
여기도 왼쪽 바위를 잡고 올라가면 올라가는데 어려움은 없다. 헌데도 내 신발이 문제인지 밀리네...
크랙 올라가는 길에 지키는 분들이 있어 출석부 찍고...
관리공단 직원과 한산 회원 두분이 여기서도 지키고 계시다.
인사하고 여기서 홍샘이 선등을 해 자일을 깔았다. 네번째 내가 올라가는데 몸을 밖으로 빼야하는데 안으로 기어 들어가니 스틱이 걸려 불편하다. 그래도 여긴 무섭진 않다.
크랙을 올라가기.
헌데 우리 바로 뒤 두팀인지 떼거지로 간격도 없이 줄줄이 올라오고 있다. 당연히 자일 확보도 안 되 있는 상태.
이 사람들의 무모한 도전정신에 다들 경악한다. 저러다 줄줄이 떨어지면 어쩌라고...
내가 잘 해도 남이 날 건드리면 그냥 떨어지는거라는데....
책바위 올라가기
이 코스 세번째인데 하도 오랫만이라 늘 새롭기만 하다. 자일 2동으로 진행을 하니 한팀이 선등하고 후미 끌어 올려주는 새에 두번째 올라온 사람들이 선등하는 방식으로 생각보다 시간은 많이 걸리지 않았다.
내가 문제지만 위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고....
책바위 내려서기
이곳에는 확보할 곳이 없다고 한다. 그래도 영호씨 아래쪽 바위틈에 프랜드로 확보를 해 놓았다.
예전 이곳 버벅대고 내려간적있어 이번엔 좀 우아하게 내려가고 싶었지만 그건 마음뿐. 리지를 하도 오랫만에 하는지라 그나마 부은 간도 다 가라앉아 무섭기만 하다.
이곳에서는 다른팀과 뒤섞여 더 복잡하다. 장비 부족한 팀한테는 자일도 빌려주어 시간도 지체되고....
염초 정상을 향해서...
염초 올라오기...
하강하기...
염초정상에서는 확보된 상태에서 내려와도 되는데 이곳 바위에 눈이 녹지 않고 있어 하강하는데 안전하다는 판단.
오랫만에 하강을 하니 영 자세가 안 나온다. 아무튼 무사히 하강. 휴~
염초봉에서 내려오니 반대편에서 오는 사람, 다른 코스로 오는 사람들이 만나는 곳. 테라스같이 조망도 좋다.
이곳에서 사진을 부탁해 단체 사진을 찍고 배경 좋은 곳에서 우리도 사진을 찍었다. 바가지가 삐딱한줄도 모르고 찍다니...
경치 죽여준다. 산의 속살을 볼 수 있다
사진 뒤에 보이는 두사람은 2인 1조가 되어 사진 촬영 해 가면서 등반을 한다. 어딘가에 올리려고 찍는 눈치. 이 팀은 이쪽으로 하강.
우리도 조금 더 올라가 바람이 덜 부는 곳에서 점심을 먹었다. 봄이라지만 바람이 불땐 제법 춥다. 잠바를 입으면 땀나고 벗으면 춥고... 얇은 잠바를 여벌로 가져와 입어야 할것 같다.
눈때문에 쉽게 올라갈 수 있는 길도 난이도가 쎄졌다.
홍샘 선등하고 승기씨가 확보중. 이 아래에서 올라오던 부부팀은 이쪽 상태를 보더니 도로 내려가는것 같다.
영호씨가 자일을 매달고 올라가는 중.
웬만한 코스는 자일 픽스시켜놓고 올라가자 한다. 특히나 설악산에서 사고로 한동안 산에 못 왔던 승기씨는 물론이고 해일씨는 확보에 관한 한 조심에 조심을 거듭한다.
장비불량인 날 위해 T블록도 빌려주었다. 이 장비는 위로는 올라가지만 반대쪽으로는 자일이 빠지지 않는다. 돌기가 한쪽 방향으로 나 있어 확보할때 유용하다.
안전을 위해 중간 프랜드로 고정시켜 선두의 안전은 물론 후등자의 손잡이로도 쓸수 있다
멀리 도봉산이 아주 깨끗하게 보인다
말바위 가기 전 뜀바위 코스. 해일씨 확보 할데 없다고 류샘 하네스에 확보줄 걸고도 못미더워 손을 잡고 건너다.
나? 당근 손잡고 건너지요..
헌데 해일씨의 이런 조심성이 나같은 백성한테는 많은 위안이 된다. 다들 잘한다고 휙휙 올라가 버리면 어쩔 수 없이 나도 무리를 하게 되는데 조심스러운 구간에서는 나보다 더 엄살을 떨어 준다.
앞, 뒤 사람들 선등 확보하느라 나 혼자 올라가야 하는 구간들이 그래도 생긴다. 봐주는 사람이 있으면 걔길 곳인데도 아무도 안 봐주면 또 어쩔 수 없이 온몸이 되었던 굼벵이가 되었던 올라가 진다. 때로는 모르는체 하는게 실전 경험을 쌓는데는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싶다. 아무튼 혼자 눈 밟고 미끄러지고 밀리고 생쑈를 한다.
자일도 없이 홀로 온 한 아자씨. 장비도 물론 없다. 중간에 들어온것 같다. 이팀, 저팀 자일을 빌려가면서 힘든 구간을 넘어가는것 같다. 팔에는 까진 상처도 보인다.
아직 눈이 많이 남아있는 말바위 올라가기
저 위에서 우측으로 내려 기어가도 되는데 위로 올라가라고 류샘이 확보해 주려고 올라가고...
이 구간 난 무서워 거의 앉아서 기었다. 그만 일어나라는데도... ㅠㅠ
저 바위 위 손잡이가 있었다는데 까놓아 없어져 버려 힘들게 올라간 홍샘.
나무에 확보를 해 놓았지만 바디 빌레이로 류샘 올려주는 홍샘.
나? 두 남자가 끌어 올려주어 그냥 딸려 올라갔다. 휴거 당하는 기분이랄까?
승기씨 등산학교 출신답게 사뿐이 걸어 올라오고..
힘들어서 그렇지 일단 올라와 내려다보는 경치는 어찌 그리 멋진지...
말바위 구간은 정체되고 우리팀은 다음팀 선등자를 자일로 확보해 주는 보시까지 하고...
크랙에 눈과 얼음이 깔려있어 선등하는데 온몸으로 고생한 영호씨
가뿐한 하강... 뒤로는 인수가 보이고...
이 코스는 자일 없는 사람들은 개구멍바위로 배낭을 벗고 기어 내려오는 구간인데 이쪽은 눈이 그대로 쌓여 있어 올 수 없는 상태. 우리 뒷팀은 자일이 있는데 짧아 하강을 못해 우리팀 자일을 빌려 하강이 아닌 그냥 잡고 내려왔다. 그래도 매너가 있어 자일을 사려 주고 갔다.
하강해서 올라가는 곳은 눈이 없으면 가볍게 올라갈 길인데 눈때문에 안전을 위해 확보를 해 올라가느라 시간이 지체.
여기 지나기 전에는 그래도 인수에 사람이 많이 붙어 있었는데 백운봉 정상에 가니 인수가 텅 비어 있었다.
마지막 백운봉 올라가는 구간도 걸어올라갈 길이 눈이 녹지 않고 쌓여있어 힘들게 줄잡고 기어 올라갔다.
눈 덕분에 우리나라에서 믹스등반을 경험 할 수 있었단다. 난이도도 높아졌고...
이젠 나이가 나이이니 힘든데 가지말고 이 정도만 다니자는 류샘과 홍샘.
그럼 나도 계속 따라 붙어도 되는겨?
드디어 백운봉 정상
고문관 누나 잘 보살펴주는 착한 동상들
정상에서 장비 정리하고 간식먹기-늘 고맙다
백운산장 가는길 눈이 많아 미끄러울까 염려했는데 아이젠 없어도 그럭저럭 갈만했다. 백운산장에 가니 사람이 제법 많다.
계곡쪽은 얼어있을거라고 능선으로 가자는 류샘.
이곳도 눈은 남아 있었지만 바위를 타고 내려가니 훨씬 수월하다. 그리고 염초를 지나와서인지 이쪽도 덜 무섭다.
코끼리 바위를 배경으로
나도 한장-해일씨가 보내준 사진
멤버들 덕분에 봄속의 겨울 느낌이 나는 염초를 무사히 넘었다.
끌려 올라가는 백성인데도 온몸에 용을 썼더니 팔뚝, 다리 다 뻐근하다. 선등자들도 오랫만에 바위를 하는지라 몸이 뻑적지근 하단다. 그래도 다들 기분은 좋단다.
쾌청한 날씨 덕분에 사진도 선명하게 잘 나왔다.
하산해 우리콩두부집에서 조촐한 저녁과 하산주.
대작할 사람이 없어 재미 없다는 승기씨. 술도 즐기지 않으면서 2차 맥주를 마시자는 홍샘.
오늘 산행이 해 있을 때 끝나 너무 좋다. 배도 부르고 대부분은 술을 마다하는 사람들이라 2차는 생략.
산이 좋다, 함께 해 주는 사람이 좋다~
감, 고,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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