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09년 산행기

인수에 눈이 쌓이면.. (삼각산, 3/28)

산무수리 2009. 3. 30. 23:55

‘동오리 15’-강민(1933~ )

그대 바람으로 떠나요

떠난 김에 훨훨 날아

산 넘고 물 건너

이 봄의 씨앗 실어다

거기에도 뿌려 줘요

샘물가 돌 틈에도

뒤울안 툇마루 주춧돌 사이에도

정자나무 그늘에 쉬는

그이들의 마음 밭에도

뿌려줘요, 봄의 씨앗



동오리의 봄 씨앗 날아

녹슨 철조망, 지뢰밭 넘어

그리로 가요


찻길가 둥둥 떠다니는 은빛 햇살 알갱이들. 민들레 버드나무 벌써 하얀 비닐우산 같은 홑씨 날리나 했더니. 철조망 같이 까칠한 담쟁이덩굴 봄볕에 씨방 터뜨리며 날리는 봄 씨앗. 배고프고 술 고픈 시인들 모두 다 거둬 주는 시단의 큰형님. 오늘은 그 너른 시심 봄 씨앗 동오리 북한강 바람결에 북녘으로 뿌리시나요. 이경철·문학평론가

 

 

 

만나는곳: 2009.3.28 (토) 도선사 주차장 10:00

코스: 인수 고독길 4피치 (귀바위에서 하강)

멤버: 홍연구, 무술, 김영호,김영범 (등산학교 6기)

날씨: 날씨 풀렸다더니 햇살은 따뜻하지만 응달은 바람불면 추웠고 인수에 눈이 쌓여 있어 힘든 등반이 되었다. 선등 한 홍연구, 김영호씨 정말이지 고생 무쟈게 했다.

 

3월 산불방지 캠페인 후 3월 월례산행 공지를 했다. 인수에 간다고 시간 되면 무조건 오라는 홍위원장 말만 믿고 신청을 했다.

헌데 사람이 너무 많거나 너무 없으면 산행에 빠진다고 하니 신청한 사람이 나밖에 없다고 한다.

둘이 어찌 인수를 가겠냐고 최소한 확보 봐 줄 한명이 필요한거 아니냐고 하니 인수C 대신 고독길을 가면 된다고 가자는 홍연구.

금욜 날씨조차 춥다. 발 시려워 암벽화도 못 신을것 같아 전화까지 했는데도 연락없이 나오는 사람도 있으니 그냥 진행을 한다고 한다.

걱정을 하며 토욜 부지런히 나서 다행히 늦지는 않았다.

 

10시. 홍연구 오니 끝. 난감하다. 더구나 묵욜 비가 삼각산에는 눈이 제법 많이 왔다는 장사하시는 분들의 말씀.

아이젠도 없는데 바위는 커녕 워킹도 힘든거 아닌가 싶다.

입구에서는 내일 행사가 있어서인지 떼를 쌓아 놓고 올라가는 사람들보고 좀 들어다 달라고 한다.

홍연구 화장실 간 사이에 원효리지를 함께 했던 김영호씨가 보인다. 혹시나 오늘 산행에 함께 하려오 온 줄 알았더니 등산학교 동기 4명이 인수를 하기로 했는데 그 팀도 역시나 2명 밖에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도 2명이라고 하니 함께 하면 되겠다고 한다. 휴~ 천만다행이다. 홍연구도 김영호씨를 보니 아주 많이 반가워 한다.

 

 

인수슬랩에 붙은 사람들

 

이 길이 취나드길이라고...

 

고독길 첫피치. 우측의 사람이 군제대 신입생

 

고독길이 난이도는 제일 약하지만 응달이라 눈이 많을것 같다는 의견, 인수C 가 양지바른곳이라 그쪽이 낫다는 의견.

일단 고독길을 가 보고 여의치 않으면 인수C 로 간다고 잠정 결정.

오늘 인수 슬랩에는 학생들 기초교육이 있는지 사람들이 아주 많다. 그나마 햇살 따뜻해 바위하는데 큰 지장이 없을줄 알았다.

고독길도 붐빌줄 알았는데 대학생 4명 한팀만 붙어 있다.

  

우리 장비 착용하는 동안 대학생 선등자가 가까스로 올라붙고 3번째 학생이 군제대 신입생인가 보다. 좋은 신체조건에 비해 경험이 전혀 없는지 많이 버벅대며 우리팀 한수 지도를 들으며 어렵게 올라갔다. 이때만 해도 나도 웃었다.

홍연구 바로 옆 비교적 쉽다는 길로 올라가 확보를 하고 2번째 날 보고 올라가라는데 초장부터 올라 붙을 수가 없다.

어거지로 올라붙는데 신발이 자꾸 미끄러지며 두번이나 미끄러지니 보다 못한 영호씨가 올라와 끌어 올려주다 시피 해 겨우겨우 올라 붙었다.

쉬운 이 구간도 이렇게 가는데 오늘 따라 나선게 과연 잘한 짓인지 정말이지 착찹 그 자체...

 

앞팀 추월하기 위해 2피치 스타트로 올라가는 영호씨

 

2피치 상단에서 선등자 확보하기. 우측이 대학팀 선등자

 

그나마 1피치에는 눈은 없는데 2피치는 눈도 남아있고 응달이고 바람이 불어 추운것 같다.

대학생 팀 선등자 올라가다 추락을 먹었다. 그나마 우리팀 홍연구와 영호씨가 이팀 제치고 올라가있어 이 팀 선두 확보를 봐 주어 선등자가 어렵게 올라갔다.

신입생은 이 황당한 상황에서 많이 불안해 하고 불만도 많은것 같다. 따뜻한 날도 아니고 사전교육도 없이 이렇게 데려오면 어찌하냐고...

대학생 산악부가 신입생이 들어오지 않아 망한(!)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라는 학생들의 말.

 

홍연구 확보하고 2번째 영태씨가 조금 힘겹게 올라갔다. 2번째 사람도 확보물을 빼며 올라가야 해서 쉽지 않다.

난 그나마 아무것도 안하고 내 몸만 올라가면 되는 3번째인데 막상 붙으니 눈도 남아있고 손은 얼어와서 힘을 줄 수가 없다. 정말이지 위에서 땅겨주고 죽지 않으려고 겨우겨우 올라섰다.

고독길 먼저 올라갔던 팀들도 2피치까지 눈 쓸면서 올라갔다 내려오는 길이라고 하강을 한다.

대학생들도 아무래도 안되겠는지 여기서 하산 한다고 한다. 홍연구 덕분에 그나마 잘 올라왔다고 인사를 남기고 대학생 팀도 하강.

이젠 우리만 남은 상황.

 

2피치 올라와 굴 통과 해 밥먹은 곳에서...

 

일단 굴 통과 해 바람 덜 부는 곳에서 점심을 먹었다.

여기서 하산을 하자니 다른곳 가기엔 너무 늦고 그냥 하산하기엔 너무 늦은 시간. 조금만 더 올라가 하강 할 수 있는 귀바위까지 갈 수 있으면 가 본다고...

 

3피치 스타트 지점 걸어가는것만도 미끄러웠다.. ㅠㅠ

 

3피치 붙는곳까지 걸어가는 곳도 눈이 제법 많이 쌓여있어 평지에서 미끄러지게 생겼다. ㅠㅠ

홍연구 한걸음 한걸음 올라가는곳에 프랜드를 박고 어렵게 어렵게 올라가 줄을 매어 놓았다.

우리는 주마를 이용해 올라가는데도 정말이지 많이 미끄러웠다. 선등자는 도대체 여길 어찌 올라갔나 새삼스럽다.

영호씨는 그나마 주마도 날 빌려주고 본인은 등반으로 올라왔다. (원래 주마를 쓰지 않는다고...)

 

확보, 확보....

 

3피치 올라가기..

 

3피치에서 4피치 올라가는 길부터는 영호씨가 기운 빠진 홍연구를 대신 해 선등을 해 주기로 했다.

둘이 왔다면 첫피치도 못 해 보고 하산했을텐데 영호씨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는 홍연구.

바위에 눈이 쌓여있어 눈 쓸어가면서 발이 고정 안되니 프랜드에 슬링을 걸고 거기에 발을 끼우고 줄을 거는 영호씨.

그나마 두꺼운 잠바는 차 안에 두고 와 추울텐데 참 대단하다 싶다.

줄 걸어주어 주마로 올라가는데도 그야말로 스케이트처럼 죽죽 미끄러진다. 선등한 사람이 정말이지 존경스럽다.

내 눈에 띄어 오늘 똥 밟은 영호씨. 많이 미안하다.

 

그래도 경치는 아름답기만 하다...

 

3피치 상단에서 주마도 쓰지않고 올라오는 영호씨. 천하장사인가보다...

 

4피치 선등하는 영호씨

 

홍연구 후미보고 4피치 올라오기...

 

귀바위 아래 선등하는 영호씨

 

홍연구 후미보고 올라오기

 

5피치는 그나마 귀바위 아래라 눈이 많지 않아 천만 다행이라는 홍연구.

헌데 막상 올라가보니 선등자가 줄을 걸어 주었는데도 주마를 이용해 올라가는데도 만만치 않았다.

주마를 제대로 써 본 적이 없으니 버벅댈 수 밖에 없다. 오늘 주마링을 제대로 배우는것 같다.

당장 내려가면 주마부터 사야할것 같다.

 

영자바위 앞에서 확보하랴, 배낭 끌어 올리랴 바쁜 영호씨

 

5피치 올라가 바위틈을 배낭 먼저 달아 올리고 등을 벽에 기대로 발로 몸으로 기어 오르는 길.

무섭진 않았다. 헌데 이곳 몇번 와 본 코스인데 왜 이리 낯설까....

영자바위를 보니 분명히 온 곳인데... ㅠㅠ

홍연구는 인수 눈 쌓여 있을때 언제 와 보겠냐고 나름대로 의미있는 등반인것 같단다.

영호씨한테 특히 미안해 하니 그팀도 둘이서는 진행이 힘들지 않았겠냐고...

 

오아시스로 하강하는 포인트

 

 

선등자 하강

 

우리를 지켜주는 확보물과 자일

 

무사히 후미보던 홍연구까지 올라오고 이곳에서 오아시스로 하강하는 길.

줄을 퀵도로에 걸어서 하강줄을 만든다. 왜 이렇게 하냐고 하니 혹시나 줄이 잘못되면 주마로 올라올 수 있게 처음 하강자는 이렇게 하는게 맞는거라고...

자일 2동을 연결해 영호씨 먼저 하강, 영태씨 2번째 하강. 내가 세번째. 날이 점점 어두워 진다.

예전엔 멋 모르고 하강 재미있다고 했는데 이젠 하강도 갈 수록 무섭기만 하다.

 

후미주자 첫번째 하강 ( 이 이후 빛이 부족해 사진 찍기 포기)

 

 

해가 지더니....

 

 

멋진 야경이...

 

2번 하강을 해 오아시스까지 내려왔다.

하마트면 이곳에서 자일 걸려 큰일 날 뻔 했는데 다행히 조금 올라가 당기니 걸린게 빠지면서 한숨 돌렸다.

4번째 하강을 하고 나니 비로서 땅.

해는 완전히 졌고 야경이 아주 멋져 졌다. 이젠 땅에 닿았으니 무사히 하산하는것만 남았다.

 

장비 챙기고 허기진 뱃속을 남은 간식으로 달래고 부지런히 하산하니 시간이 꽤 늦었다.

택시도 안 올라와 할 수 없이 우이동까지 걸어내려갔다. 영태씨는 차 키를 식당에 맡겨놨는데 식당문을 닫아 대략난감한 상황.

늦어 그냥 간다고 해 인사하고 홍연구와 난 늦은 저녁을 우촌식당에서 순두부 백반으로 먹었는데 배가 고픈 탓인지 반찬이 맛이 있어서인지 맛있게 아주 잘 먹었다.

 

덕분에 평생 경험하기 힘든 경험을 하긴 했는데 일행한테는 아주 많이 미안하다.

헌데도 시간 맞으면 무조건 와서 해 봐야 한단다. 그래야 그나마 감각을 잊지 않는다고...

날보고도 등산학교를 다니라는데 다니는데서 끝나는게 아니라 다니면 계속 등반을 해야 하는데 계속 할 자신 없다.

워킹 산행 하기도 바쁘고 가고싶은 산도 너무 많고....

온몸이 쑤신다. 특히나 팔에 어찌나 힘을 주었는지 양팔이 특히나 많이 뻐근했다.

마라톤과는 다른 또 다른 행복한 고통.

왜 행복에는 고통이 따르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