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09년 산행기

당나귀와 한강기맥을 가다 (운두령-불발현, 5/17)

산무수리 2009. 5. 19. 23:42

'목성엔 강이 있었다’-허만하(1932∼ )

샤갈의 하늘에는 비가 내리지 않지만

갈릴레오의 시선이 머물렀던 목성에는

강물이 흘렀던 자국이 있다.

실체가 없는 흔적이

먼저 실체가 되는

영하의 무기질 세계



부패성 물질이 없는

무기질 세계의 순수

아득함을 혼자서 흘렀을 물길

무섭다! 시의 길.


청마 유치환의 그리움의 노스탤지어와 지조로 오늘 시의 순수와 위엄을 지키고 있는 시인. 어찌 시의 길만 무섭겠는가. 실체도 없는, 밥도 안 되는 무기질 같은 순수의 길을 각기 홀로 끝끝내 살아내야 하는 우리네 삶 또한 고독하고 무섭지 않겠는가. <이경철·문학평론가>

 

1. 코스개관: 운두령(10:10)-보래령-보래봉-자운치-불발현-도장골 (19:20)

2. 날씨: 실비로 시작한 비가 하루 종일 내려 쌀쌀하고 가스끼고 시계는 제로. 힘든 산행.

3. 멤버: 당나귀 산악회 12명

4. 교통편: 안내산행 동행

  

여주 휴게소에 줄지에 늘어선 산악회 버스들...

 

한강기맥이 경방때문에 중지되다 경방이 풀려 다시 시작하는 날. 오늘이 3회차.

7;10 농수산시장에서 버스타고 여주휴게소에서 아침을 주어 먹었다. 노식자 수준으로...

10:00 운두령 도착. 생각보다 빨리 도착했다. 잠바를 벗고 산행 준비를 하려는데 비가 내린다. 잠바를 입어야 할것 같다. 입었다.

10:10 산행 시작. 이대장한테 후미를 부탁하는 주최측. 계방산과 기맥을 동시에 진행을 해 대장이 부족한가 보다.

쉬지도 못하고 올라가는데 나물 뜯는 산행객이 중간중간에 있어 추월해 쉬지도 않고 가는데 선두가 어찌나 빠른지 정말이지 숨차다.

 

 

 

잠시 쉬었다 가자...

 

내리다 말 줄 알았는데 비가 조금씩 내리고 나무에 있던 빗방울도 떨어지고...

배낭도 카바 씌우고 가다 힘들어 잠시 쉬면서 간식을 먹었다. 오늘 같은 날씨는 쉴 수도 없고 앉을 수도 없고 보이는 것도 없고...

그냥 앞사람만 죽어라 쫓아가는 수 밖에 없다.

 

한참 가다보니 갈림길이 나왔다. 표시를 왼쪽으로 해 놓아 왼쪽으로 가고 있었다. 길도 평탄해 꽤 진행을 했는데 이대장 무전.

그쪽방향이 틀린것 같다고 백해야 할것 같다고.. 헐~

과연 선두대장과 앞선 몇몇이 되돌아 올라오고 있다. 이럴때 정말 기운 빠진다.

갑자기 배도 고파오고 기운도 빠지고...

 

 

삼거리까지 되돌아 와서...

 

삼거리까지 되돌아 가니 왜 그리 많이 왔지?

다시 원위치 해 쉬지도 못하고 급경사 내리막을 계속 내려간다. 배 고프다고 아우성 치니 여기 내려가면 보래령, 보래령 지나 보래봉에 가서 점심을 먹자고 한다.

죽을 힘을 다해 꺼이꺼이 내려가고 올라갔다.

 

 

 

 

보래봉에서 허기진 배를 채우고...

 

30분 정도 진행을 하니 겨우 보래봉. 오늘 산행 중 제일 높은 곳이라고 한다.

바람은 좀 불지만 그나마 비가 덜 오고 있으니 헐레벌떡 제대로 앉지도 못하고 박형네서 삶아 온 수육을 반찬삼아 이집 저집 반찬으로 배를 채웠다.

오늘 맥주 얼려왔다는데 추워서 먹을 엄두가 나질 않는다. 더덕주만 한잔 얻어 마셨다.

후미도 도착해 바쁘게 밥을 먹는데 피난민이 따로 없다.

 오늘 예상 시간보다 우리가 10분 늦었다고 부지런히 가야 한다는 이대장. 알바를 안했다면 조금 여유가 있었을텐데....

 

 

영원한 닭살커플?

 

밥을 다 먹기도 전에 비가 더 내린다.

먹고 나니 더 춥다. 앉아 있을 수가 없다. 허겁지겁 단체사진 겨우 한장 찍고 (작가님이... 난 디카 꺼낼 엄두도 못내고..) 부랴부랴 가는데 박형부부가 선두에 서더니 보이지도 않게 내 달린다.

그 뒤를 힘겹게 따라 가는데 남미언니는 오랫만에 산행이라 힘이 든것 같다. 결국 경림씨, 이대장, 회장님이 추월해 앞서 가고 우리들은 뒤에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쉬지도 못하고 걸었다.

 

오늘 코스가 자운치에서 탈출 할 수 있다고 부회장님 부부는 그쪽으로 탈출한다고 했는데 어느새 자운치도 지난것 같다.

산행시간이 거의 6시간이 다 되 가는데 산행이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

여기저기 꽃이 피어 있지만 비때문에 볼 여유도 없고 바람이 불지 않다 바람까지 부니 더 춥고 이젠 가스까지 끼어 시계가 그나마 더 나빠진다.

낮인지 저녁인지 구별이 가질 않는다... ㅠㅠ

출출해 떡, 과일을 먹고 마지막 힘을 짜서 내려가 보자. 이런 날이 더 치치고 힘들다고....

 

 

 

 

갑자기 나타난 불발현 임도 (15;55)

 

헌데 갑자기 임도가 나타났다. 여기서 한쪽은 금지구역으로 막혀있고 산악회 표지는 산쪽으로 되어 있고 임도는 양쪽 다 갈 수 있는 상황.

무전기로 연락을 취했지만 연락도 안되고....

동안총무와 성사장은 더덕 캔다고 후미에 쳐저 보이지도 않고 총무 GPS로 확인하고 가면 좋겠는데 총무한테는 우리가 어디로 갔나 전화연락하면 된다고 하더니 우측방향이 맞단다.

이 임도길이 7K. 한시간 반은 내려가야 할것 같다. 그래도 임도고 이젠 산행도 끝나가니 다들 지치지만 스틱은 접고 걸어 내려가는데 간간히 오르막이 있다.

조금 이상하다 하긴 했었다.

 

 

지루한 임도길

 

그나마 길가에 두릅이 아주 많아 선수들은 두름 따는 여유까지 보이면서 진행.

임도에 내려오며 그쳤던 비가 중간중간 내려 겨우 말린 옷도 또 젖었다 말랐다 반복을 하고 가는데 이젠 시간상 끝날 시간이 되었는데 선두의 이대장과 회장님이 되돌아 올라오신다.

뭐야? 이 길이 아니라고라?

그럼 1시간 반 되돌아 갔다 다시 1시간 반을 내려가야 한다고?

정말이지 이보다 더 나쁠 수는 없는 상황. 다들 미칠것 같다. 몸이 많이 힘든 남미언니는 완전히 탈진한 모습이다.

어쩌나...

그새 동안총무와 성사장은 계곡을 타고 하산했는데 우리팀이 도착하지 않아 도로 우리 찾으러 올라오고 있다고....

너무 허기져 남은 간식을 찾아 와구와구 먹었다.

 

지친 몸을 이끌고 되돌아 가는데 동안총무를 만났다.

갈땐 몰랐는데 올때 보니 우리가 간 길이 내리막이 아니라 오르막으로 이 임도는 18K.

계곡을 타고 내려가려면 다시 돌아서 가야 한다는데 계곡 내려서는 길도 위험하고 해도 져 오는게 무리하지 말자 했다.

헌데 불발현 가기 전 우측에 작은 길이 나온다.

혹시? 이 길은 계곡을 타고 내려가는 지름길. 다들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갑자기 불안 모드에서 해피모드로 전환되는 순간.

오늘 알바는 해도 너무 했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남미언니 무릎이 너무 아프다고 진통제를 달라 하신다. 아프다고 해서 탈진한줄 알았지 진통제가 필요한줄 몰랐다.

경림씨 배낭, 남미언니 배낭, 부회장님 배낭을 동안총무, 성사장이 들어다 준다.

이 길로 내려가니 길도 좋고 아주 빨랐다. 30분 만에 계곡 도착.

내려서니 엄청 큰 더덕밭이다. 산에서 그렇게 찾던 더덕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고 다들 웃었다.

 

하산...

 

안전하게 내려올 수 있다는 생각에 갑자기 몰려드는 허기. 경림씨가 삶아 온 계란을 다들 허겁지먹 먹고 얼마 안 내려가니 보이는 버스. (19:20)

우리도 힘들었지만 주최측도 무전도 안되고 차 세운 곳이 전화 불통지역이라 연락이 안되 사장이 쫓아 올라갔다고....

어련히 잘 찾아올까봐 그러냐고 여유 부리는 이대장.

아무튼 끝은 해피앤딩.

남은 김치찌개에 밥을 말아 점심보다 더 허겁지먹 서서 먹고 차에 승차.

계방산 다녀온 팀들은 기다리다 지쳐 다들 잠에 빠져 있다. 많이 미안타.

우리 밥 먹을걸 차에서 내다보던 사람들이 짜증 날 만도 한데도 고생했다 해 준다. 고맙다.

 

사장 내려오고 20:00 출발.

신발, 양말 다 젖어 맨발의 청춘이 되어 비몽사몽 오는데 휴게소도 쉬고 했는데도 평촌에 오니 22:40.

늦어서인지 차는 하나도 안 막히고 23:00 전에 무사히 집에 도착.

다들 고생 너무 많이 했다.

비도 내리고 기운도 딸려 오늘 사진은 20장이나 찍었나?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이 산행이 기억에 아주 많이 남을거 같다....

 

이작가님이 찍은 단체 사진과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