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소묘’-허영자(1938~ )
견디는 것은
혼자만이 아니리
불벼락 뙤약볕 속에
눈도 깜짝 않는
고요가 깃들거니
외로운 것은
혼자만이 아니리
저토록 황홀하고 당당한 유록도
밤 되면 고개 숙여
어둔 물이 들거니.
삼복더위 한참 앞둔 유월답지 않은 불벼락 뙤약볕. 똑바로 내리꽂히는 햇살 아래 서면 바를 정(正)자 떠오르곤 한다. 정오(正午) 정확(正確) 정직(正直), 그리고 정말로. 이렇게 당당하고 확실하고 원색적인 것들에도 견뎌내야 할 일들 있으니. 그런 정오의 햇살 당당하게 희롱하는 유록(柳綠) 물빛도 어두워지면 외로워하나니. 하물며 우리네 인간들이야. <이경철·문학평론가>
코스개관 : 병사골 - 장군봉 _ 갓바위 - 신선봉 - 큰배제 - 남매탑 - 삼불봉 - 관음봉 - 은선폭포 - 동학사 (8;30~16:00)
날씨: 이 보다 더 더울 수 없을 정도의 무더웠던 날
멤버: 산객 패밀리, 둘리, 무술
미산 패밀리와의 산행 후 그들의 카페인 산객 카페에서 실시하는 연합산행.
원래 야영 팀인지라 동학사 야영장에서 1박 일정인데 둘리와 난 사정상 야영은 하지 못하고 당일 산행을 하기로 하고 아침 일찍 수원에서 만나 둘리 차로 고고씽.
예상시간 보다 빨라 1시간40분 만에 야영장 도착.
야영장은 생각보다는 협소한 편으로 동학사 주차장 바로 뒷편에 차로 좁은 골목을 들어가니 막 식사를 하는 중.
밥 얻어 먹고 밥을 또 해 점심에 먹을 주먹밥을 싼다고 한다.
우리까지 23명인걸로 아는데 보령에서 오신 임우식씨 팀은 갑자기 상가에 가셔야 해 갈 차비에 바쁘시다.
처음 뵙자 마자 인사 드리고 세분 출발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아침 먹고 밥도 싸고 짐 챙기고 기념촬영 하고 도솔산임과 미소님이 마무리 정리하고 쫓아온다고 먼저 출발 하라신다.
병사골 입구에 차를 대고 출발한 시간이 8;30.
대전의 투덜이님이 길 안내를 하시고 처음 가게 되는 병사골과 장군봉. 천장골에 비해 암릉도 많고 산행이 제법 빡세다.
오늘 날씨는 올 들어 가장 더울것 같은 불길한 예감. 초장부터 땀이 너무 난다. 더구나 어제부터 회동 하신 분들은 그 반가움에 공부를 너무 많이 하셔서 산행이 여러움이 많은듯. 천하의 공교수님이 어울리지 않게 작은 색 매고 올라오신다.
암릉 모습이 심상치 않네그랴... (부족한 미모를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성냥팔이 아지매가 되어...)
초장부터 쉬기...
20분도 채 가지않아 초장 바위에 올라가 쉬는 행인님과 띠기님.
우리도 덩달아 올라가 쉬려니 미산님이 너무 초장부터 쉰다고 좀 더 올라가 쉬자 하신다.
부지런히 올라가니 어느덧 장군봉. 조망이 좋고 바람이 좀 분다. 휴~
일단 쉬면서 간식먹고 기다리는데 기다려도 기다려도 후미팀이 올라오질 않는다.
한, 두 명은 속이 좋지 않아 백도를 했고 공교수님 등은 첫번째 쉼터에서 맥주로 해장을 하고 계신다고...
엥? 미산님은 술을 덜 드신건가 원래 쎄신건가?
공교수님 분위기로는 술 안 드실것 같은데...
장군봉에서 우리도 입산주? 병권을 쥔 대전의 동경님. 주로 지리만 든다는 겁나는 처자.
장군봉에서 아무리 기다려도 후미팀이 올라오질 않는다. 우리도 맥주 있다고 해 얼린 시원한 맥주, 과일 등으로 입산주.
대부분 다른 팀들도 조망 좋은 이곳에서 쉬고 가는 모드. 헌데 아무리 기다려도 공교수님 안 올라오시고 백곰님이 큰 배낭을 매고 올라온다.
크기만 큰 줄 알았는데 들어보려니 땅에서 들리지도 않는다. 아마도 8월 초 북알프스 원정산행 훈련을 하나 보다.
헌데 오늘 날씨 너무 더운데 맨 몸도 힘든데 그 큰 배낭을 매고... 시키면 이짓을 할까?
행인님 앞서가서 좀 쉰다고 치고 가고 공교수님은 안 오시고 우리고 그냥 진행 하기로...
보통 천장골 매표소에서 올라오면 우측 장군봉 이정표가 보여 별로 멀지 않은줄 알았는데 장군봉 코스만 해도 웬만한 산 하나 넘어가는 수준.
더구나 장군봉에서 남매탑까지 가는 길이 오르내림도 많고 암릉도 제법 많다.
도솔산인님과 미소님은 진작에 남매탑에서 기다리고 계시다고 빨리 오라 연락이 오나보다. 헌데 빨리 가는게 쉽지 않은 날씨.
소혼님의 패션은 안에 쫄티를 입고 겉에 반팔을 입었다. 허리에 두른 튜브를 가리려고 그렇다는데 오늘 날씨 때문에 결국 반팔을 벗어 버렸다.
그래놓고 부산 사람인 바다에서 떠야 하므로 튜브를 몸에 지니고 다녀야 한다고.
부산팀 미소님, 백곰님은 왜 튜브가 없냐고 하니 불량튜브라고 웃긴다. ㅎㅎ
주홍 삼총사-대전의 자일최, 마산의 미산님, 수원의 둘리.
너무 더워 중간중간 짬짬히 쉬고 간식도 먹고 물도 마시고...
자일최님은 대전에서 장비점을 하신다고. 싼건 돈 받고 비싼건 그냥 주신다던가?
미산팀 합류 1호인 소혼님.
미산님과 투덜이. 전혀 투덜대는 소리 못 들었는데 왜 투덜이 일까? 사진에서 뵙고 여자인줄...
조망 좋은 곳에서 짬짬히 쉬면서...
조망 좋은곳, 바람 잘 부는곳에서 짬짬히 쉬며 계속 물 마시고 간식 먹고.. 아니면 무쟈게 지칠 날씨이다.
앞서 간 행인님도 만나고 남매탑으로 가는데 기다리다 도솔산인님께서 마중을 나오셨다.
이 코스 투덜이님 홀로는 1시간반이면 된다고 하는데 도솔산인님은 2시간 기다리며 하도 추워 미소님은 침낭 덮고 계신다. ㅎㅎ
둘리표 땡초김밥.
미소님이 싼 주먹밥과 둘리표 땡초김밥과 과일 샐러드.
둘리님 한판승.
어묵과 청양고추만 넣었다는데 매콤하니 입안이 참 개운해 진다.
쉬운줄 알고 집에서 싸 봤는데 아무도 안 먹어 어묵이 쉬어 버렸다. 아무래도 둘리님 손맛인것 같다.
밥 잘 먹고...
밥 잘 먹고 상원암에서 물도 뜨고 삼불봉 지나 관음봉 가는 길.
남매탑부터는 완전히 시장통이다. 그래도 삼불봉쪽으로 접어드니 사람들이 많이 줄어들었다. 삼불봉은 완전히 땡볕. 선두인 소혼님 앞서서 가 버리고 후미는 오지 않고...
삼불봉에서...
자연성릉에서
계룡산 하이라이트인 자연성릉 가는길.
주로 겨울에만 오던 이 코스를 한여름에 오느 푸르름에 눈조차 시원하다. 앞뒤를 봐도 참 아름답다.
산객 공식미인 미소님.
미산님 왈, 산에서 만난 여자 중 젤로 예쁘다고 인정한 산객 공식미인 미소님. 얼굴만 예쁜게 아니라 피부도 산에 다닌 사람 같지않고 장난이 아니다. 거기다 취미가 요리라니...
산 뿐 아니라 속세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는 미모. 주제 파악하고 옆에 서서 사진 찍는것 포기.
천안에서 오신 소걸음. 다리가 고장 나 요즘 별명에 맞게 소걸음으로 다니신다고... 사진도 한 사진 찍으시는 듯..
도솔산님 미소님과 단 둘이 올라왔다가는 좁은 지역사회에서 구설수에 오르내릴것 같아 소걸음님이 함께 동행 하셨다고...
너무 눈에 띄는 미모라 그럴만도 하겠다.
우린 박도 안했는데 아침에 소개도 안 해 주셔서 산행 하면서 한분 한분 인사를 터야 했다. (하긴 알려 주었어도 기억이나 제대로 했으려나?)
막바지 관음봉 올라오는길. 아자~
관음봉에서
관음봉 정자에서 쉬면서 간식 먹기.
정상석에서 단체 사진 찍을 줄 알았는데 아무도 찍을 생각을 하지 않아 둘리와 나 둘이서만 한장.
마라톤을 하시는 띠기님이 무릎을 아파 하니 무릎에 좋은 약으로 즉석 처방을 해 주는 둘리. 마음씨도 곱다...
관음봉에서
다들 미소님 잘 왔나만 챙기고 나와 둘리는 신경도 안 쓴다고 섭섭하다고 하니 다들 웃는다.
도솔산인 왈, 히말루 핑크빗 젤트는 이름이 안 어울린다고. 운우지정(雲雨之情)을 나누는 집 같다고 운우정이 어떠냐고 웃기신다.
한자를 조금 바꿔 雲友亭 쯤 해도 좋을듯.
민증을 까 보니 도솔산인님은 나와 갑장. 생일도 한달 밖에 차이가 나질 않는다. 미산님 간판 사진에서는 미산님과 비슷한 연배인줄 알았는데....
은선폭포 전망대에서 길게 쉬기~
은선폭포 전망대에서 출출한 백성들도 있어 남은 간식을 다 털어 먹었다.
은선폭포 바로 아래 있던 산장은 철거가 되어 빈터만 남았다.
이제는 산행이 거의 끝났는지 쓰레빠 신은 백성들도 올라오고 있고 물도 적은 계곡에는 족욕 하는 사람들도 보인다...
야, 동학사다...
동학사다.
정말 반갑다.
이곳에서 한참 걸어내려가니 주차장. 주차장에서 길을 건너니 동학사 야영장.
생각보다 가깝다.
저녁메뉴는 콩나물비빔밥
비빔밥의 달인 둘리의 비비기...
야영장 돌아와 약식으로 씻고 병사골에 차 대 놓은 사람들은 차 회수하러 가고 도솔산인님이 주도 하에 밥하고 콩나물 비빔밥 만들기.
밥 될 때 까지 남은 오리로스, 순대 등이 코스요리처럼 한가지씩 계속 나온다.
나도 앉아서 먹어도 되는 군번이 된지라 편안하게 앉아 이것저것 계통있게 아주 잘 먹었다.
밥 두솥 하고 콩나물 들통에 데쳐 찬물에 빨리 헹궈야 아삭아삭 하다는 도솔산인님.
그 두 재료를 50인용 압력솥 (들어가 목간해도 될 정도의 크기?) 에 넣고 양념장 넣고 비비는 둘리. 거기에 미소표 김치찌개 까지....
식당에서 먹는 밥보다 맛도 영양도 훨씬 우수했고 남은 재료를 알뜰하게 써 그 또한 맘에 들었다.
거기다 아침 도솔산인님이 노란 잡주머니 한개씩 주시더니 보령의 임우식님께서 주고 가셨다고 머드비누까지 한개씩 나누어 주신다.
회비도 큰 돈 든게 없다고 안 받는다고....
잘 먹고 산행도 잘 하고 선물까지 받고...
행복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자주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만의 희망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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