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09년 산행기

지리에 들다 2 (8/15~16)

산무수리 2009. 8. 18. 17:02

‘호박으로부터 배우다’-김교복


생각 없이 가는 길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호박 넝쿨로부터 배운다.

쉬운 길 간다고

전봇대 철사 줄 잡고

올라간 호박 넝쿨

반달만큼 큰 호박 하나 달고

지금 떨고 있다

바람이 불까

소낙비 내릴까


독자분께서 편지 보냈네요. ‘시가 있는 아침’이 삶을 보다 생기 있고 풍요롭게 해 10여 년간 빠짐없이 스크랩해 오고 있다고. 함께 보낸 자작시 10여 편 읽다 보니 어느 새 배워 자연스레 시가 돼가고 있으니 이리 고맙네요. 이리 저리 손보고 고치고 싶은 욕심 있으나 그대로 올립니다. 생각 없는 삶, ‘관행(慣行)’이라는 변명 나무라면서도 그 죄와 허물 따뜻하게 감싸는 연민. 진솔하고 넉넉한 마음자리 시심(詩心) 충분히 읽히지 않나요. <이경철·문학평론가>

 

자는데 물이 가끔씩 떨어진다. 이슬이 내려 젤트가 좀 새는가 싶었다.

눈을 뜨려고 해도 잘 떠지지 않아 대피소에서보다 훨씬 늦게 일어났다. 어느새 해가 떠 분홍빛 히말루가 훤하다.

헌데 천장에 매달린 물방울들. 방수천으로 텐트를 만들고 플라이를 치지 않아서인지 결로현상이 심한게 옥의 티.

 

대장은 어느새 일어나 밥 하고 미역국까지 끓여 놓았다.

어젯밤 배가 불러 먹지 못한 간고등어구이, 등심, 맥주, 막걸리...

이 무거운 짐들을 재명씨가 아이스박스에 지고 무겁게 들고 올라왔다.

미역국은 건홍합과 건새우를 넣고 끓인것데 그 맛이 참 좋았다.

고실고실한 밥을 미역국에 말아 한그릇 잘 먹고 남은 밥은 어제 도시락에 담았다. 

 

 

 

 

 0신대에서의 아침

 

 짐정리

 

 출발 전 출석부

 

짐 정리하고 산이슬 주변 쓰레기 꼼꼼하게 줍고 출발한 시간이 7:50.

철선봉쪽으로 돌아서 길로 나서니 벌써 산행에 나선 사람들로 길이 붐빈다.

칠선봉 올라가는 계단길. 제법 벅차다.

 

 

 반야

 

칠선봉에서 본 지리의 산겹살과 운해

 

 영신봉 가는길의 선두조의 코스연구

 

 

 

 영신봉에서

 

영신봉에서 미산팀과 통화를 시도했으니 다 꺼놓은 상태. 이 시간에 세석에서 만나는건 힘들것 같다 결론을 내리고 잘하면 장터목에서 만날 수 있기를 소망하며 출발.

헌데 좋던 날씨가 흐려지더니 촛대봉 올라가는데 내리는 비.

뭐야, 이번에도 이 구간은 제대로 볼 수 없는거야? 너무 아쉽잖아?

 

 연하봉 가는길

 

 오늘도 야는 안개에 쌓여 있고...

 

 지난번 비옷 중산리 쓰레기통에 버리고 새로산 비옷. 배낭이 커 자세가 안 나오고..

 

 경치 좋을 이곳이...

 

 장터목에 미리 와 순대 대워놓고 기다리는 히대장과 재명씨.

 

우리가 잔 젤트를 너무 미안해 내가 지었다. 그랬더니 안 그래도 느린데다 배낭이 자꾸 뒤에서 잡아 당기는것 같아 식은땀까지 난다.

장터목에서 도로 젤트를 히대장 배낭에 돌려주었다.

어제도 잠시 둘리가 히대장 배낭을 매 보았는데 어찌나 무거운지 다리에 쥐가 나더란다...

한 옆에서 모자팀이 밥을 먹고 양치를 하고 있다. 여기서 그런것 하면 안된다고 알려주고 보니 산이슬 동업자.

지리는 정말이지 넓고도 좁다고 웃었다.

 

이 날씨에 천왕봉 가 봤자 보이는것도 없고 천왕봉 못 간 사람도 없다고 제석봉까지만 갔다 하산한다고 한다.

미산팀은 여전히 연락이 되질 않고...

지금 하산하면 시간이 너무 이른거 아닌가?

 

 장터목을 출발하며..

 

 

 0석단에서

 

제석봉 가기전의 또 하나의 비박터.

바로 옆 물도 흐르고 0신대보다는 좁지만 이곳도 기가 아주 쎈 곳이라고...

헌데 비가 그쳤다. 잘하면 천왕봉에서 운해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욕심이 생긴다.

시간도 널널하니 배낭을 두고 천왕봉을 찍고 오기로 했다.

 

 제석봉은 그야말로 천국같다...

 

 천왕봉은 시장같고...

 

천왕봉 가는길. 정말이지 인산인해.

날씨까지 좋았다면 금상첨화일텐데 조금은 아쉽지만 아무것도 들고 온게 없는지라 바쁘게 하산

 

 

 

 이 천국을 또 한번 지나가고...

 

 0석단에서 점심으로 라면을 끓이는데...

 

시간도 이미 점심시간을 지났고 늦은 김에 찬밥 라면에 말아 먹고 가기로 해 물을 끓이는데 전화.

미산님이다. 점심 식사 안했으면 같이 먹자 하신다.

이렇게 지리에서 만나 지는구나 신기하다.

제일 먼저 공교수님이 우리가 생각한 반대 방향에서 올라오신다. 한신에서 올라오시는 거라고..

소혼님과 미산님은 제석봉 찍고 오시는지 조금 늦게 도착.

 

 

 

 

 

 

 만남은 늘 즐겁습니다. 그것도 지리를 인연으로 만난 사람들이라 더 그런것 같습니다.

 

우리 솥에 두분 기다리며 밥을 앉혔고 곧 소혼님 오셔서 된장찌개 끓이고 베이콘 구어 안주 삼아 먹고 라면 끓이고 밥 해 된장찌개에 미산팀의 조기까지 해서 부페식으로 럭셔리 하게 아주 잘 먹었다.

 

 

 소혼님의 박배낭 꾸리기 시범

 

소혼님이 둘리의 박배낭 제대로 싸는법 시범까지 보여준다. 아랫것들 교육은 소혼님 담당이라고...

소혼님 튜브가 그새 많이 바람이 빠졌다. 뒤에서 보면 미산님인지 소혼님인지 구별이 잘 가지 않는다.

 

 출발 전 기념촬영하고..

 

 

 백무동으로 하산

 

백무동으로 하산하는 길. 선두가 어찌나 날아 내려가는지 정말이지 기운 딸리는 백성은 힘 많이 들었다.

후미에서 버벅대며 중간에 두번 정도 쉬고 백무동.

하산주로 맥주로 간단하게 마시고 주차장에서 각자 갈 길이 다른지라 헤어지는데 그쳤던 비가 또 내린다.

우리는 산이슬 차 탈 함양으로....

막차가 7:50.

표 끊고 저녁을 터미널 주차장 식당에서 백반으로..

둘리가 배낭턱으로 쐈다. 저녁이라 반찬이 부족하다는데 휴게소 밥보다 맛도 좋고 밥도 많이 주어 여산이 좋아하는 곳.

7:50. 출발.

초반은 재명씨가 운전해 이리저리 막히지 않는 길로 오니 신갈에 오니 3시간 정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정말이지 이 연휴에 너무 신기하다.

신갈에서 헤어지고 둘리 차 타고 집 앞까지 태워다 주고 갔다. 집에 오니 11:30.

그 어느때보다 시간이 적게 걸린것 같다.

 

히대장 덕분에 지리에서 평생 못 갈 곳을 두군데나 다녀왔고 미산 패밀리까지 뵙게 되고 산이슬도 산객팀에 합류하게 된 행복한 산행이었다.

헌데 벌씨 지리가 또 그립다.

산이슬도 산병이 도졌단다...

 

하긴 거의 매주 지리에 드시는 미산님도 주말 지리에 들 생각만 하면 표정관리가 안되신다고...

주말엔 집에서 자야겠다고..

미산루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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