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그친 새벽 산에서’-황지우(1952~)
비 그친 새벽 산에서
나는 아직도 그리운 사람이 있고
산은 또 저만치서 등성이를 웅크린 채
창 꽂힌 짐승처럼 더운 김을 뿜는다
이제는 그대를 잊으려 하지도 않으리
산을 내려오면
산은 하늘에 두고 온 섬이었다
날기 위해 절벽으로 달려가는 새처럼
내 희망의 한가운데에는 텅 비어 있었다
소나기 한 줄금 지나보면 여름 절정에 이른 줄 알 수 있다. 훅, 더운 김을 뿜어내는 대지와 초목들. 이제 찜통더위 물러가겠거니. 비 그친 새벽 피어나는 안개 속 산봉우리는 하늘에 떠 있는 섬. 산도 깨어나 세수하나 했더니 그리움 못 잊어 밤새 피워 올린 더운 김이라니. 그리움에도 더운 김 몰아쉬는 짐승 같은 야성의 비장한 에너지 넘치고 있으니. 다 앗겨도 시인으로 남을 텅 빈 힘 여기서 솟거늘. <이경철·문학평론가>
위 치 : 강원도 횡성군 청일면 봉명리, 홍천군 서석면, 동면
산행일 : 2009. 8. 30(일 : 흐린후 갬), 당나귀 산악회와 게스트=23명
코스개관 : 먼드래재(2.1)~여무재(2.3)~수리봉(959.6m,2.8km)~발교산분기(2.8)~대학산(876.4m,3.5km)~장승재(화방고개).(총13.5km 9:;55~18:40)
날 씨: 새벽 내리던 비는 산행 시작 전에 완전히 그치고 부는 바람은 가을이 문 앞까지 온걸 실감함.
8월 3주 당나귀 산행은 지리산 박산행에 눈이 어두워 불참.
한번 빠졌는데 많은게 달라졌다. 안내산행에서 기맥이 선수모집이 안되 못 간다고 해 따로 차를 빌려 우리들끼리 간다고 한다.
한명이라도 늘어도 시원찮은데 빠졌다. 면목 없다. 헌데 9,10월은 2,4주 진행을 한다고 하니 계속 빠져야 할것 같다. ㅠㅠ
지난번부터 못보던 멤버가 추가되고 오늘도 게스트 몇이 동참을 해 모처럼 20명이 넘는 인원이다.
7시10분 농수산물시장 앞에서 차를 타니 다들 한자리씩 차지하고 널널하게 간다. 기사님은 예전 황금송 산악회 시절부터 함께 하시던 아주 젊잖으신 분. 그때 차를 새로 구입해 이 산악회에서 고사를 지내준 인연이 있는 분.
버스에서는 이작가님이 그동안 산행에서 찍은 사진과 동영상을 틀어주는데 어느새 그리 많이 찍었는지 다들 감탄했다.
이젠 작가가 아니라 감독님으로 불러야 할것 같다.
지난번 산행에서 먹었다는 식당에 아침 먹으러 내렸으나 오늘은 쉰다고..
다음 휴게소에서 아침 안 먹은 사람들은 밥을 먹느라 좀 지체.
오늘 산행지인 먼드래재에 도착하니 10시가 거의 다 된 시간. 전 구간은 등산로가 잘 나 있는데 이쪽은 초장부터 급경사.
단체사진 한장 찍고 출발.
오늘 산행이 한강기맥 중 가장 힘든 구간이라고 한다. 8개의 봉우리를 넘는데 거의 바닥을 쳤다 올라가는 수준이라고 한다. 중간에 끊어도 어려움이 있어 정 힘든 사람은 마지막 대학산 전에 우측으로 탈출하면 된다고...
부회장님은 함께 탈출 하자고 꼬시는데 힘들게 왔으니 이왕이면 대학졸업 하고 싶다고 했다.
봉우리 올라가는 길도 급경사지만 내리막도 대부분 급경사 까끄막.
다리로 가는건지 팔로 가는건지 모르겠다.
1시간 채 못 가 능선에 붙어 쉬는데 초장부터 더덕슬러쉬가 나온다.
사람이 많아 패트병 2통을 지고오니 무거워 안되겠다고...
덩달아 여총무 삶은계란 한판과 포도까지 나온다. 배가 고파 계란 2개 해치웠다.
여기서 몇몇이 출발해 걸음이 느린지라 덩달이 출발.
바위 하나 넘고나니 순한길이 나온다. 오른쪽 90도 꺾인 길에 표지기가 많이 붙어 있는데 우회로 인줄 알았다.
헌데 가면서 표지기가 하나도 안 보인다. 조금 불안했지만 앞에 여러명이 지나갔기에 쫓아 갔다.
20여분 갔는데 전화. 그 길이 아니라고...
앞사람도 불안한데 뒤에서 쫓아오니 맞나보다 하고 갔다고...
알고보니 대장, 회장, 총무는 모다 뒤에 있었다. ㅠㅠ
백해서 되돌아가니 왜 이리 많이 온건지 정말이지 한숨 많이 난다. 결국 바위 올라가자마다 우회전을 했어야 했다. 엉엉.
오늘도 왕복 40여분을 알바로 소비. 그것도 후미 처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선두팀 겨우 만나니 작가님이 안 보인다. 전화를 해 보니 제대로 길 잘 찾아서 갔는데 안와서 당신이 길을 잘못 든 줄 알았다고....
수도산까지 그냥 못 가겠다. 남미언니가 쉬었다 가자 해 쉬는 김에 찰떡까지 하나 먹었는데도 허기가 안 가신다.
목도 마르고...
수도산 정상에 갔다. 선두는 지나갔고 작가님은 1시간을 기다리셨다 사진을 찍어 주신다.
수도산 지나 넓은 공터에 앉아 밥을 먹는다. 걸음 느린 둘은 아직도 올 생각을 안한다.
허겁지겁 밥을 먹는데 남미언니 부부는 힘들어 밥 맛도 없다고 그나마 밥을 남긴다.
목이 많이 마르다. 막걸리, 맥주 각 한잔씩 얻어 마시니 비로서 갈증이 해소된다.
밥도 한그릇 다 먹고 나니 허기도 면하고... 이젠 부른 배를 안고 가야 하나보다.
밥 다 먹으니 후미 2명 도착. 동안총무 의리있게 기다렸다 함께 점심 먹고 온다고...
선두팀 뒤를 쫓아 출발. 후미팀 몇몇은 탈출로에서 탈출한다고 하니 후미를 면하려면 부지런히 가야할것 같다.
계속 산은 조망도 거의 없고 급경사 내리막과 급경사 오르막의 긴장되는 길의 연속.
넘어지지 않게 조심하면서 버벅대면서 가니 선두 놓치고 후미는 안 보이고...
대학산 가까이 와 한번 더 쉬고 30여분 가니 대학산.
정상도 바위길로 돌아서 올라가니 소박한 정상 표지판.
그나마 선두그룹에 끼어 정상에 도착해 우리는 수시합격자라 하면서 합격 축하 떡을 나누어 먹었다.
이곳 조망을 찍고 싶었으나 디카가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아 사진도 못 찍었다. 곧 디카를 교체해야 할것 같은 불길한 예감.
대학산을 지나서도 임도가 나오고 임도로 하산하는 길은 길어 산 하나를 더 넘는게 낫다는 사전설명.
8명이 선두가 되어 부지런히 하산해서인지 임도는 생각보다 빨리 나타났다.
대학산 쪽은 그래도 수도산보다는 사람들이 다니는지 군데군데 밧줄을 설치해 놓았다.
임도에서 봉우리 하나 넘는 길은 등산로라고 하기엔 경사가 너무 급하다. 그리고 군데군데 벌목을 하고 등산로 정비중인지 많이 어수선하고 표지기도 잘 안 보이고...
끝날듯 끝날듯 안 끝나는 등산로가 그래도 정상에서 2시간 예상 했는데 1시간 반 만에 우리 차가 보이는 무덤가.
한벌 앞서 하산한 팀 말에 의하면 버스도 방금 도착했다고...
나중에 알고보니 게스트 4명이 대학산까지 왔다 길을 잘못들어 결국 총무가 찾아 탈출로로 탈출해 힘만 들고 보람도 없었나 보다.
새신자 2명은 지난번 산행에서도 하산길을 잘못 들어 찾아 나서게 하더니 이번에는 임도에서 임도로 하산하는데 길을 이쪽 저쪽 알바를 골고루 했다 하산하느라 오늘도 제일 늦게 하산.
그나마 화방고개 바로 아래 약수터가 있어서 이곳에서 물도 받고 손이라도 씻을 수 있었다.
홍천 다슬기집에 가 다슬기 해장국과 폭탄주 한잔으로 하산주.
배도 고팠고 목도 말라 한잔을 먹었는데 괜찮네?
밥 잘 먹고 9시 다 되 출발. 차 하나도 안 막히고 집에 오니 10:40.
이덕 저덕에 한강기맥 한구간을 뛰었다.
두루 감솨~
당분간 참석 못하더라도 잊지는 말아주시와요.....
-이 감독님의 동영상과 사진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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