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굿 32’-김초혜(1943~ )
이제 마음을 얘기하지 않으리
사랑으로 사랑을 벗어나고
미움으로 미움을 벗어나리
죽어 묻히는 날까지
그대 떠난다 해도
마음속에 살게 하리
끝없는 불꽃 되어
재까지 태우며
던졌던 생명을 거두어
천천히 빛나게 하리
갈망하지 않고 꿈꾸면서
혼자서 가져 보는 그대
고운 병 만들어 앓으며
짓궂은 그대 허위
벗기지 않으리.
언제부터 혼탁한 이 땅에서도 꿈은 이루어진다 했던가. 월드컵 4강 오르고 참여정부 극적으로 들어설 때 꿈의 현실화는 최고조에 달했던가. 그러나 이승에서는 이룰 수 없기에 갈망치 않고 혼자서 앓아내는 게 순정한 꿈. 지순한 사랑굿 올리니 사랑도 미움도 없는 극락에 드소서. <이경철·문학평론가>
12,26 (토)
밤새 바람소리를 들어가며 비몽사몽 잤다. 추워서인지 일어나기 싫다.
밥하고 미역국 끓이고 어제 남은 김치찌개도 데워 아침을 먹고 전 거두는데 히말루에 성애가 끼어 무겁겠다.
풍찬노숙한 재명씨 염려한거와는 달리 많이 춥지 않았다고... 단지 바람소리가 단 한시도 자지 않은것 같다고....
부지런한 사람들은 벌써 길을 나서고 둘리는 연하천으로 물도 뜰겸 다녀오더니 연하천 마당에도 텐트를 많이 쳤다고....
짐 다 챙기고 히말루까지 해체하고 출발한 시간이 8:20.
산행 둘째날이어서 몸이 풀릴만도 한데 몸은 더 무겁고 맘도 무겁다.
오늘 긴 산행을 무사히 할 수 있을까 싶은 염려도 많이 되었고....
바로 이 경치야...
걸음이 느린지라 먼저 출발했다. 헌데 곧 후미가 되 버렸다.
지리의 상징인 고사목과 상고대 핀 경치, 그리고 산겹살을 보니 어제 밤새 불던 바람조차 정겹다.
이런 경치를 지리 아니면 맛 볼 수 없기에....
누군가 했더니 선미씨 친구들
둘리와 친구는 앞서서 가고 누군가 놀고 있어 보니 우리팀이 선미씨 친구와 우연회 만났나보다. 헌데 어디서 많이 본 고글을 머리어 얹고 있다.
아무래도 내것같다. 물어보니 줒은거라고...
헐, 잊어 버린 도 모른 내 고글을 이렇게 찾았다.
이 팀과 함께 산행을 조금 하더니 이 팀은 세석에서 2박한다고 뒤로 처졌다. 남푠이 마눌 모시고 다니는 극명한 사례.
이걸 보니 재명씨는 공주님과 마눌님과 지리에 왔냐고 하니 같은 산악회 출신인지라 산행이 쉽지 않은걸 아는지라 안 따라 나선다고....
우린 무식해 가자고 하면 무작정 따라 나서는데....
바람 불지 않는 곳에 선두가 기다리고 있어 모처럼 함께 사진을 찍고....
2시간 만에 겨우 벽소령 도착
벽소령까지 이렇게 힘들게 간 기억도 별로 없는것 같다. 연하천에서 벽소령이 이렇게 멀게 느껴지다니....
후미로 가니 화장실만 잠시 들렸다 10시 바쁘게 출발.
세석까지 가는 기나긴 길. 선두는 보이지도 않고 쉬지도 않고 가고 걸음은 느리니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사진도 제대로 찍지 못하고 죽어라 갔다.
선비샘에서 잠시 쉬며 물도 마시고 간식도 먹고 기운을 차려보지만 별로 기운이 나지 않는게 문제.
지치긴 금방 지치고 회복은 아주 느리고...
앞, 뒤 다 놓치고 홀로 가는데 미산님 전화.
선두는 아마 세석에 도착 했을거라 했더니 소혼님 일행은 아직 연하천에 못 닿았다고...
미산샘은 이 시간 산행 시작하신다며 두루 안부 물으시더니 중봉 비박터를 알려주신다.
1월에 지리에 다시 오라신다. 아 예... (올 수만 있으면 좋죠...)
영신봉을 보면 갑자기 없던 기운도 난다...
배가 부르면 세상이 더 아름답게 보인다?
영신봉을 보니 없던 기운이 나 추월까지 하면서 세석에 가니 막 취사장에 자리를 잡고 있다.
일단 베이컨부터 구워 주는 히대장. 번데기 통조림 데우니 훌륭한 안주거리.
우린 바닥에 자리잡고 떡만두국을 끓여 먹는데 어제 아침보다 더 환상적인 맛.
하긴 1시가 훨씬 넘었으니 배도 많이 고픈 상태. 다들 정신없이 먹고 마시고 커피까지 타서 마셨다.
우리랑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던 팀은 김치 구한다고 해 그집 소주랑 맞교환.
2시 다시 출발.
촛대봉에서...
장터못 가며 후미 기다리며 경치 좋은 곳에서 사진찍고 놀기...
앗, 미스테리 렌치 배낭이 떼거리로 올라오다...
지난 지리산 산행에서 미스테리 렌치 배낭이 있단것도 처음 알았고 재명씨 이번 산행에 이 배낭을 구입해 개시 하는데 7명이 똑같은 이 배낭을 지고 올라간다.
흐미, 기적어버려....
첫 박산행을 지리 동계로 테이프 끊은 산바람.
박산행에 발 적시지 않는다더니 내년 맥킨리 간다는 히대장한테 이 배낭 좀 사다 달라고....
발 적신 정도가 아니라 온몸이 흠뻑 빠진것 같다. ㅎㅎ
세석이다~
족발의 막걸리
선두를 바짝 쫓아가 후미를 면하고 장터목 도착.
다른팀 여자도 장터목이 오늘 목표인지 춤추면서 들어온다. 나도 춤추고 싶은 기분.
히대장과 재명씨는 어느새 족발에 막걸리를 얻어 마시고 있다. 이 팀은 산행 끝내고 하산하는 모드인지 과일까지 덤으로 주나보다. ㅎㅎ
아무튼 히대장 붙임성은 알아줘야 한다.
막걸리 대장 둘리 몫까지 조금 남겼다 주니 눈을 반짝이는 둘리. ㅎㅎ
장터목에서의 해바라기
시간은 어느덧 4시.
몇몇은 ㅈ단에서 박을 하면 어떠냐고 하는데 오늘같이 날씨 좋은날 천왕봉에서의 일몰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을것 같다.
대장이 결단을 내려 천왕봉 찍고 2박지를 찾기로 했다.
제석봉에서 홀로 시위를 하고 계시는 분을 만나고...
제석봉 올라가는 사람이 거의 없다. 사진 찍는 사람 몇몇만 올라가는것 같다.
정말이지 천왕봉 가는 한갖진 길.
겁나는 작가들의 명기
찍는 분들은 기다림의 미학을 터득해야 할듯
천왕봉에서 멋진 일몰을 맞다
막상 정상에서 일몰을 맞는 기분은 생각보다 훨씬 근사했다.
일출은 날씨가 도와주고 부지런하면 볼 수 있지만 일몰시간에 맞춰 정상에 서 있는건 사실 쉽지 않은일.
특히나 대피소 박을 하면 거의 불가능한 일.
이제는 우리가 잘 자리를 찾아가기....
중봉을 향해 부지런히 가는데 선미씨와 히대장이 중봉 가기 전 아래로 내려간다. 그러더니 마침한 비박터가 있다고 한다.
과연 내려가보니 바람 한점 불지 않고 바닥은 평평해 우리 히말루 넉넉하게 칠 수 있는 공간.
거기다 조망까지 멋져 진주 야경까지 보여준다. 잘하면 일출도 앉아서 볼 수 있을것 같다. 금상첨화로 물도 가깝다.
그런줄도 모르고 물까지 잔뜩 지고와 지친 재명씨.
오직해야 재명씨 왈 한남동의 유엔빌리지 수준이라고... ㅎㅎ
히말루에서의 2박의 밤도 깊어가고...
우선 오리부터 구어먹고 재명씨표 호빵도 쪄 먹고 밥도 하고 삼겹살도 굽고 김치찌개도 끓이고...
준비한 술이 아무래도 부족할것 같다고 선미씨가 몰래 챙겨온 소주 2병으로 주립대 장학생들은 다들 행복해 한다. 거기다 재명씨표 캔맥주까지 있어 폭탄주 제조가 가능하다고... ㅎㅎ
선미씨 배낭이 들기조차 힘든 이유가 밝혀지는 순간.
먹다먹다 나중엔 떡까지 구워먹었다. 졌다...
오늘은 정상적으로 밤에 잘 수 있다고 좋아한다.
오늘도 둘리표 장비자랑은 끝이 없다. 침낭과 오리덧신 덕분에 자긴 하나도 춥지도 않았고 발도 시리지 않다고...
야경은 멋지고 별도 반짝이고 달조차 보름달을 향해 제법 포동한 밤.
히말루 담벼락에 붙어 펼친 재명씨 침낭도 오늘은 춥지 않고 경겨워 보인다.
지리에서의 마지막 밤이 지나고 있다.
헌데 너무 편안해서인가 아쉬워서인가 어제보다 잠이 잘오질 않는다.....
-사진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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