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09년 산행기

동계 지리에 들다 1 (12/24~27)

산무수리 2009. 12. 31. 00:17

‘동짓날’- 김지하(1941~ )

 

첫봄 잉태하는 동짓날 자시

거칠게 흩어지는 육신 속에서

샘물 소리 들려라

귀 기울여도

들리지 않는 샘물 소리 들려라

한 가지 희망에

팔만사천 가지 괴로움 걸고

지금도 밤이 되면 자고

해가 뜨면 일어날 뿐

아무것도 없고

샘물 흐르는 소리만

귀 기울여 귀 기울여 들려라.

 


한 해 밤이 가장 긴 동짓날. 긴긴 밤 붉은 팥에 새하얀 찹쌀 옹심을 넣은 동지팥죽을 끓여먹으며 해 다시 떠오르길 기원해왔다. 어둠이 빛을, 겨울이 봄을 낳듯 거칠게 흩어진 우리네 육신 속에도 맑은 샘 줄기 솟구치고 있겠거늘. 팔만사천 괴로움 중에도 한 가지 희망은 걸려 있겠거늘. 긴긴 동짓날 밤 어둠 속에 모든 잡생각 묻고 가만히 우리 자신 들여다보면. <이경철·문학평론가>

 

1. 만나는곳: 2009.12.24 (목) 22:20 전라선 열차

2. 코스개관: 열차(1박)-화엄사-노고단-연하천 (2박)-벽소령-세석-장터목-천왕봉-중봉(3박)-치밭목-유평

3.멤버: 히패밀리와 함께 (6명)

4. 날씨: 첫날은 오후 싸락눈과 바람, 둘째, 셋째날은 화창한 겨울날

 

산행 하는 사람중 젤로 부러운 사람은 동계야영 하는 사람들.

왜? 우선 체력이 있어야 하고 팀원도 있어야 하니까.....

침만 흘리던 날 야영할 수 있게 해 준 히대장과 둘리.

헌데 동계 지리를 그것도 화대종주로 간다고.....

나보다는 체력적으로 훨씬 우수한 산이슬은 엄두가 나질 않는다고 빠졌다. 그레고리 배낭에 겁나는 침낭까지 샀다면서....

그녀도 빠지는데 내가 가는건 욕심인건 알았지만 욕심때문에 따라 나서게 되었다.

정 힘들면 홀로 하산하리라 맘을 먹었다.

동계용 배낭도 없어 예전 나에겐 너무 커 넘 준 서미트 58L 배낭 도로 받아왔다. (치사하지만 할 수 없지...)

공동 짐은 엄두도 못내고 내짐이라도 줄여야 겠기에 원정용 침낭과 우모복은 무게도 무게려니와 부피가 너무 커 한급 아래 장비를 넣었다. 그래서 침낭카바도 뺐고 옷도 거의 다 뺐다.

 

25일 출발인줄 알고 24일 저녁 약속을 해 놓았는데 24일 밤 출발이라고 해 배낭매고 약속장소에 나갈뻔 했다. 다행히 약속이 취소되어 그나마 여유있게 집에서 수원역으로 갈 수 있게 되었다.

너무 여유부리고 갔는지 겨우 차 탈 시간에 도착. 부랴부랴 둘리와 친구를 만나 함께 승차. 안양역에서 내가 탈 줄 안 히대장 놀래서 전화가 왔었다.

열차 안은 배낭 맨 사람이 제법 많다.

천안에서 선미씨 타고 양주 한잔 얻어 마시고 억지로 잠을 청한다.

남원 지나니 내 옆자리가 비어 누워서 갔다.

다들 깜빡 잠이 들었는데 구례라고 해 깜짝 놀래 다들 뛰쳐 일어냐 배낭 매고 겨우 내릴 수 있었다. 휴~

 

구례구역에서 내려 공동짐을 나누는데 김치 두덩이 넣은 날보고 무겁다면서 재명씨가 하나를 빼준다.

미안하긴 하지만 무게에 대해 자신이 없어 사양도 못했다. 다들 배낭무게가 장난이 아닌가보다.

재명씨는 그 유명한 다나배낭을 장만해 들고왔다. 보기만해도 포스가 느껴진다. 98L 라는데 짐 무게가 30K 도 넘어 보인다.

둘리 친구 산바람은 배낭이 40L 짜리라는데 몸체보다 헤드가 더 크게 그야말로 꽉꽉 눌러 채워가지고 온것 같다.

 

택시 2대 나누어 타고 화엄사 절 문앞에서 하차.

한팀이 절에서 나와 이 새벽 절까지 구경하고 나온 줄 알고 내심 부지런하다 생각했다.

헌데 우리 보고 노고단 올라가는 길을 묻는다. ㅎㅎ

3:20 출발. 깜깜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이 길 재미없는 길이지만 그래도 보이지 않으니 더 재미없다.

그래도 나한텐 두번째 화엄사에서 올라가 나름 의미가 있는 산행이다.

 

 잠시 쉬면서...

 

다들 힘들텐데도 내색을 하지 않는다. 고마운 인연이다.

그나마 뒤쳐지지 않고 가려고 열심히 가는데 오늘 둘리가 후미에서 온다. 다친 무릎도 신경쓰이고 배낭무게가 부담이 되나보다.

다른 팀들에게 계속 추월당하고 중간에 몇번 쉬고 올라가는데 그래도 염려보다는 빨리 성삼재에서 올라오는 포장도로를 만났다. 신난다... 

 

 아싸, 포장도로다~

 

일단 노고단 대피소에 4시간 이내 무사히 도착했다. 1차 시기는 무사히 넘긴것 같다. 휴~

대피소에서 테이블 일부를 차지하고 떡만두국을 끓여 먹는데 배도 불러오고 몸도 녹으면서 너무 좋다.

재명씨, 계란 넣어 먹인다고 일부러 계란용기까지 사서 6알이나 들고 왔다고 한다. (호빵도 쪄준다고 사왔다던가?)

히대장도 대장이지만 선배 못지않은 후배다. 뭐던 말만 하면 해결되는 우리의 해결사라는데 의견일치.

 

 힘들게 올라와 먹는 일은 참으로 즐겁다~

 

해가 떠 오르며 보여주는 운해와 산겹살의 조화.

그래 바로 이맛이야~

배낭매고 오르던 힘든 기억은 싹 사라지는 순간이다.

 

 

 

 

 노고단에서...

 

아침 잘 먹고 짐 챙겨 노고단에 올라와 사진 한참 찍고 출석부까지 찍고 본격적인 종주모드에 돌입.

노고단부터는 눈이 쌓여 있어 너덜성 길이 오히려 순해진 느낌. 아이젠 하지 않아도 크게 미끄럽지 않아 동계 치고는 길상태가 좋은편.

선수들 앞서서 가고 후미에서 부지런히 쫓아 가느라 사진 찍을 새가 없다.

재명씨, 주능선 종주가 너무 오랫만이라면서 앞에 보이는게 반야 맞나고 묻는다. ㅎㅎ

 

 구름 사이로 햇살 기운이 보이고...

 

 아무리봐도 싫증나지 않는 지리의 푸른빛

 

 이곳에서 선미씨 친구를 만나다...

 

헬기장에서 누군가 침낭을 말리고 있다. 이 겨울에...

알고보니 선미씨 친구 마눌이 누워있다고... ㅎㅎ

사진 한장 찍고 진행.

산객의 소혼님 일행은 오늘 10시에 만나 반야에서 1박을 한다고 하고 미산님 일행은 내일 미산대에서 만나기로 했다고 한다.

우리도 반야에서 박을 하고 싶긴 하지만 그럼 오늘 일정이 너무 많이 남은데다 내일 일정이 너무 길어 부득이 포기.

반야에서의 한둔은 이쪽으로 하산할 때 하기로 했다.

한둔할거 아니라 다들 안 올라간다고 해 반야 통과.

 

 

 

 

 임걸령에서

 

임걸령에 도착해 물 다시 채우고 삼도봉을 향하여...

 

 삼도봉에서

 

삼도봉에서 사진 찍고 토끼봉을 향해서...

점심을 연하천에서 먹으려니 시간이 너무 늦을것 같다.

점심 메뉴는 라면인데 간식을 신당동 떡볶기를 사왔다는 히대장.

떡볶기 소리에 다들 입맛을 다신다. 연하천 너무 멀다고 화개재에서 떡볶기 해 먹기로 했다.

헌데 화개재에 가니 히대장, 선미씨, 둘리는 있는데 장비 갖고 있는 두 남자가 안 보인다.

어느새 화개재 통과해 토끼봉을 향해 가고 있다고...

도로 내려오라 했는데 아무래도 많이 올라간것 같다. 그래서 우리가 올라가기로...

 

 토끼봉 가기 전 자리잡고 떡볶기 먹기

 

토끼봉은 바람이 불것 같아서인지 조금 아래에 자리를 잡았다.

큰 코펠에 히대장이 사 온 떡볶기. 만두에 계란까지 들어있는 환상의 맛.

허기진 맷속에 게눈 감추듯 떡볶기를 해치웠다.

태어나 신당동 떡볶기 처음 먹어봤다. 그것도 지리에서....

 

 토끼봉에서...

 

토끼봉 올라가는 완만한듯 하면서도 긴 오르막. 이 구간에서 몇몇 팀을 추월 할 수 있었다. 아주 늦진 않은것 같다.

헌데 날씨가 흐려지더니 눈발이 날린다.

토끼봉에서 연하천까지는 은근히 힘빼는 구간. 눈까지 내리니 쉬지도 못하고 사진 찍지도 못하고 겨우 도착.

 

 

 연하천에서

 

연하천에서 라면을 먹자는데 배도 안 고프다고 그냥 가서 오늘 1박 할 자리를 물색하기로...

물 가득 뜨고 고어잠바로 갈아입고 박 할 곳을 겨우 찾았다. 헌데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이 추운데 잘 수 있을지....

연하천에서 멀지 않은 곳에 히말루 설치하고 안에 들어가니 그래도 아늑하다.

시간은 이르지만 날씨가 더 진행하는것도 무리일것 같다.

선미씨 친구네는 저녁 늦게야 겨우 연하천 도착했다고....

 

 신발 자랑을 어찌나 하던지...

 

일단 과메기로 시작하고 김치찌개 끓이고 마지막으로 밥 해 먹기.

재명씨 압솥으로 쌀과 물을 잘 맞춰 맛 좋은 밥이 되었다.

헌데도 초저녁이다. 밤기차 타고 와 피곤한지라 일단 잤다.

헌데 춥다. 동계 지리를 너무 만만하게 봤나보다. ㅠㅠ

 

 자자~

 

9시.

바람소리는 계속 불어대고 해대장 잠 안온다고 홀로 일어나 소주를 마시고 있다.

나도 발이 추워 몸을 오그리고 억지로 자미 몸이 안 풀린다.

해대장 우모바지 빌려주어 아예 내복도 입고 양말도 하나 더 신고 둘리가 준 주머니 난로를 허리에 깔고 누우니 겨우 추위가 가신다.

할일이 없는지라 도로 잤다. 기나긴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