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발자국’ 손택수(1970 ~ )
가령 그런 사람이 있다고 치자
해마다 눈이 내리면 호랑이 발자국과
모양새가 똑같은 신발에 장갑을 끼고
폭설이 내린 강원도 산간지대 어디를
엉금엉금 돌아다니는 사람이 있다고 치자
눈 그친 눈길을 얼마쯤 어슬렁거리다가
다시 눈이 내리는 곳 그쯤에서 행적을 감춘
사람인 것도 같고 사람 아닌 것도 같은
그런 사람이 있다고 치자
(중략)
아무도 증명할 수 없지만, 오히려 증명할 수 없어서
과연 영험한 짐승은 뭐가 달라도 다른 게로군
해마다 번연히 실패할 줄 알면서도
가슴속에 호랑이 발자국 본을 떠오는 이들이
줄을 잇는다고 치자 눈과 함께 왔다
눈과 함께 사라지는, 가령
호랑이 발자국 같은 그런 사람이
사랑과 혁명의 감수성 시절에 본 ‘닥터 지바고’의 강인한 영상 탓일까. 겨울 새해가 되면 장총 메고 설원을 걷는 혁명 이미지 떠오르며 첫 마음 둘러보게 하곤 한다. 그런 영상 이 시대 우리 사회에선 가뭇없이 지워져 가는 것인가. ‘가령’이라는 가정이 되어가고 있는 것인가. 호랑이해 눈발처럼, 백호처럼 휘달리며 순정한 세상 부르는 첫 마음, 첫 사람들 보고프다. <이경철·문학평론가>
만나는곳: 2010.1.8 (금) 15:30 ㄷ대
코스개관: 영각사 (1박)-남덕유-월성재-삿갓봉-삿갓재대피소 (2박)-무룡산-동엽령-중봉-향적봉대피소-향적봉-백련사-삼공리
날씨: 산행 첫날 오전엔 맑았으나 남덕유 지나서부터 눈발이 날려 시계가 불량했던 하루. 둘째날은 흐리다가 개면서 운해와 상고대가 공존하는 멋진 날씨
멤버: 한산 청소년산악위원 4명
1/8 (금)
내 연수 일정에 맞춰 출발시간을 정했다.
배낭 매고 연수 받으러 와 연수 끝나고 넷이 만나 홍위원장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부지런히 고속도로를 달리는데 차에 경고등이 들어온다.
엔진 과열이라고...
급히 갓길에 차 세우고 보험회사 연락하고 수리점 연락을 해 레카차에 끌려서 천안ic로 나왔다.
서비스센터에 차 맡겨놓고 (다행히 큰 돈 들지 않고 고칠 수 있다고...) 근처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출발하니 시간이 좀 늦었다.
산행 기점인 영각사 입구에 오니 민박할 집도 없고 해 절에서 식수 구해 해일씨가 가져온 비박용 텐트를 치고 삼겹살 구어 먹는데 다들 술이 약해 먹다가 잤다.
1/9 (토)
늦게 자 느긋하게 일어나 준비하려니 전날 내려온 보람도 없이 9시 반이나 되어 겨우 출발할 수 있었다.
다들 오랫만에 박산행인지라 배낭 무게가 부담이 되는것 같다.
나도 전에 비박산행보다 침낭카바, 원정용 우모복을 넣었고 떡만두국 재료까지 챙겨 넣으니 내딴에는 무겁다.
영각사에서 남덕유 가는 길은 초장은 비교적 순한것 같더니 갈수록 길은 가팔라 오는데 우리팀은 초장에는 빠르더니 점점 속도는 늦어지고 자주쉰다.
삿갓재에서 점심 먹는다던 계획은 초장부터 물 건너간것 같다. 이렇게 가다간 삿갓재에서 밤을 맞을것 같다.
박샘과 내가 앞서서 먼저 가고 뒤에 위원장과 해일씨가 오는데 쉬면 추워지니 계속 가게 된다.
남덕유 가까워 지니 각도가 맞지 않는 철계단길은 정체인데다 길이 제법 험하다.
번호표 뽑았을때 가야 하기에 결국 남덕유 정상까지 후미팀을 못 기다리고 올라왔다.
정상 사진도 못 찍고...
정상에 가니 반대편에서 올라온 사람들로 복잡한데 정상주변은 바람이 세 기다릴 수가 없다 조금 내려가 헬기장 근처에 있으려니 후미팀이 도착.
한데 헬기장 근처도 단체들이 너무나 많다. 조금 더 내려가 간식을 먹기로 하고 아이젠 착용하고 내려가는데 줄줄이 올라오는 사람들이다.
마땅히 쉴곳도 없어 월성재까지 쉬지않고 가 기다리니 세 남정네가 도착.
배가 고파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다고 떡만두국을 먹고 가자는데 물을 삿갓재에서 사먹는다고 마실 물만 들고온것 같은데 무슨 물로?
다행히 해일씨와 내가 1L 물통에 물이 반 이상 남아있어 무사히 떡만두국 끓여 먹을 수 있었다.
월성재에서 삿갓봉 지나 대피소까지 가는 길도 정말 멀었다.
삿갓재에 도착하니 4시 정도. 빨리 서두르지 않으면 해가 질것 같다.
곧 후미 도착해 물 세병 사 출발하려는데 방송이 나온다.
비박 단속 나온다고....
불안해진 위원장이 아주 많이 망설인다.
몸도 마음도 지친것 같다.
삿갓재에서 자기로 했다.
취사장에서 밥을 해 먹고 있는데 공단 직원이 내려오더니 어디서 잘거냐고 해 박 못하게 했으니 채금지고 재워줘야 하는거 아니냐고 하니 헌데 왜 안 올라오냐고...
지리산과 달리 여긴 오는대로 접수를 해야 한다고..
방은 다 찼고 탈의실 난방 안되는 자리가 있다고 침낭 두꺼우면 그곳에서 묵으라고 한다.
표 끊고 저녁 해 먹고 올라오니 바닥이 냉골이다.
이런데서 자라고?
원래 밖에서 잔다며?
그나마 담요를 바닥에 깔아주어 우리도 밖에서 자는 모드로 침낭, 카바 하고 자니 춥지 않게 잘 잘 수 있었다.
1/10 (일)
오늘 일찍 출발 해야 한다는데 동의.
5시 기상해 밥 하고 미역국 끓여 먹고 짐싸고 출발하니 6:50.
물 2.5L 구입해 출발. 아직 해가 안 떴다.
힘들게 능선에 붙으니 우측으로 흐린 가운데 붉은 기운.
상고대가 피어있다. 해가 나면 더 멋질것 같다.
능선에 붙었다.
뒤로 보이는 운해와 상고대의 조화.
저절로 입이 벌어진다.
우와~
아주 부지런한 무박팀 한팀도 반대편에서 오면서 사진 찍느라 바쁜 모습들.
날이 맑지는 않아 제대로 된 일출은 보지 못했지만 이렇게 운해낀 모습은 아무때나 볼 수 없을것 같다.
갈길이 멀기에 부지런히 무룡산을 향해 갔다.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았다. 추월까지 했다. 우리조차 신기했다.
내가 선두에 서는게 속도가 맞는다고 해 앞에서 기듯이 걸었지만 거의 쉬지는 않고 아주 부지런히 갔다.
아직은 단체 팀들이 반대편에서 오지 않아 산은 한갖져 좋다.
동엽령에서 쉬려고 했으나 바람이 차 쉬기엔 부적절.
대충 바람 덜 부는 곳에서 간식 먹고 출발. 혹한은 아니지만 겨울인지라 물은 별로 먹히지 않는다.
이렇게 가다간 향적봉에서 점심 먹는거 아니야?
향적봉 가기 전 다들 배가 고픈가보다.
중봉 가까워지니 사람도 많아지는데 버너를 피기엔 부적절. 향적봉대피소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향적봉대피소. 그야말로 인산인해.
대피소 마당에 우리도 한자리 차지하고 남은 떡만두국을 먹고 향적봉을 향했다.
시산제 하는 팀도 있고 단체로 곤도라 관광모드도 많아 정상 사진을 찍을 엄두도 나지 않는다.
헌데 해일씨가 안 보인다. 분명히 위원장 앞에 올라갔는데....
전화는 꺼 있고 무작정 기다릴 수 없어 일단 출발.
내려가는 길도 줄서서 내려오지만 올라오는 사람들 정체에 비하면 신선노름.
올라오는 사람들의 정체를 보니 주말 삼공리에서 올라오면 절대로 안될것 같다.
부지런히 백련사를 향해 내려가는 와중에 레이다에 걸린 털보님.
하필 이 복잡한 코스로?
그래도 선두그룹이라고....
사진 한장 같이 찍고 다시 출발.
백련사에 오니 박샘만 있다.
해일씨 전화를 하니 지금 내려오고 있다고...
곧 홍위원장 내려오고 해일씨 내려오는데 아무 생각없이 설천봉까지 다녀왔다고...
다시 만나 물도 뜨고 화장실 들렸다 지루한 포장도로.
그래도 다리에 힘이 빠져서인지 평지성 길인데도 제법 힘이 들었다.
쉬지않고 통제소 무사히 도착.
일단 밥을 먹고 나 택시를 부르기로 했다.
간단하게 밥 먹고 모범택시 흥정해 영각사로 출발.
모범이라 택시가 그랜저. 헌데 이 동네는 가격은 다 같다고...
이 기사분 운전을 참 얌전하게 하신다. (개인택시 오영철. 011-408-1332)
덕분에 편안하게 영각사까지 가는데 1시간이나 걸린다.
6시 출발.
9시10. 휴게소 한번 안 쉬고 강남역 무사 도착.
무릎 상태가 좋지 않은데도 계획 짜고 무거운 짐 지고 왕복 운전까지 책임진 위원장이 고생 제일 많이 했다.
박샘, 다친 다리가 다행이 괜찮은것 같다. 박산행을 무사히 마쳤으니....
해일씨, 여자 간다고 산에서 결국 치지도 못한 비박텐트 지고 다니느라 고생 많이 했습니다.
이덕 저덕 동계 덕유를 다녀왔습니다.
두루 고맙사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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