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10산행기

당나귀와 금호남 정맥 이어가기 (차고개-신광재, 2/7)

산무수리 2010. 2. 9. 00:17
‘인삼밭을 지나며’-정호승(1950~ )


 

내 어찌 인간을 닮고 싶었으랴

내 일찍이 풀의 이름으로 태어나

어찌 인간의 이름을 닮고 싶었으랴

나는 하늘의 풀일 뿐

들풀일 뿐

어찌 인간의 영혼을 지녔으랴

어찌 인간이 되고 싶었으랴

천지인삼재(天地人三才). 하늘과 땅 사이 모든 것을 도리로써 생육하고 주재하는 고귀한 존재가 사람일진대. 풀로 태어나 죽어가는 사람 살리는 약효와 생김새로 그런 귀한 이름 얻은 인삼(人蔘). 제 이름 푸념하며 언감생심 인간을 나무라는 듯하네. 하늘과 땅 사이 가득한 신령한 기운 저버리고 유아독존 중뿔난 인간 이름 닮고 싶지 않다 하네. <이경철·문학평론가>

 

산 행일 : 2010. 2. 7 (일)

코스개관: 차고개(10:20)-합미성-팔공산-서구이재-오계치-신광재-상리 (18:10)

멤버: 당나귀 18명

날씨: 날이 정말 풀린걸 실감하던 날. 오전엔 맑고 시계도 좋았고 오후엔 흐렸음

 

이번 코스를 길게 갈 사람은 헤드랜턴을 꼭 가져 오라는 동안총무의 문자.

만났는데 이대장과 작가님이 산행 시간에 대한 설왕설래. 7시간과 10시간 의 격차.

어디가 맞는거야? 이대장 수준으로 갈 수는 없겠지만 가급적 해 있을 때 산행을 마치고 싶은 마음.

산행이 길기에 오늘은 짐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도시락도 놓고 오전 산행 2시간 하고 서구이재에 내려와 점심 먹고 다시 산에 올라 간다고...

지난번 차고개에서 산행 시작.

 

 

 

 

 

 

 

 

 

 

 

 

 

 

 

 

 

 

 

 

 

 

오늘 코스에 있는 팔공산.

작년 봄 장수에 묵으면서 다녀온 팔공산을 다시 보게 된다. 어찌 정상을 가게 되나 궁금했다.

합미성이라는 산성의 흔적이 제법 많이 남아 있다.

아주 멀리 까마득해 보이는 팔공산 정상의 철탑. 그리고 그 옆으로 보이는 헬기장.

팔공산 정상은 빤히 보이지만 막산 산행 코스는 돌아돌아 가는 생각보다 긴 코스.

오늘 시계가 좋아 지리 조감이 되고 산겹살도 3겹은 되는것 같다. 여산이 아주 좋아하는 등푸른 생선빛

 

팔공산 정상에서 이대장이 주는 막걸리 한잔. 꿀맛이다.

헬기장에 가니 한팀이 보이는데 아이젠을 하고 있다.

여기서 내리막이 눈이 반쯤 언 상태. 남들 아이젠 할 때 했어야 했는데 안하고 버티고 가는데 다릿힘 정말 많이 들어가고 빙판에서는 두번이나 미끈덕.

가랑이도 찢고 매트렉스도 찍어 가며 겨우겨우 내려간다.

눈이 안 보인다 싶으니 우측으로 내려가라고 한다.

곧 찻길이 보이고 넓은 공터에 선두가 먼저 도착해 김치찌개와 떡라면을 끓여 놓아 아주 많이 먹었다.

오늘 산행이 길다고 해서....

지난번 빠졌던 경란씨 초장 컨디션 안 좋다고 하더니 몸이 풀린다고 해 끝까지 함께 가자 약속.

헌데 강사장님, 이작가님이 어느새 산행을 나서신다.

같이 가요. 안샘과 함께 따라 붙었다. 경란씨도 빨리 오라 부르고...

 

 

 

 

 

 

 

 

 

 

 

 

 

걸음이 빠르지 않으니 덜쉬고 빨리 나서는 수 밖에...

오늘 안샘 예전 나르던 실력이었다는데 정말이지 쫓아가기 벅차다.

아부튼 나름 부지런히 올라가니 천상테미 라는 곳에서 강사장님이 타 주시는 커피 맛이 일품이다.

회장님 부부가 데려온 개 얼르다 손가락을 물리셨다.

곰도 아니고 들개도 아니고 멧돼지도 아닌 집개에게 물려 쪽팔려 어쩌냐고 놀렸다.

상처 소독하고 반창고 붙이고 진행하는데 개 주인은 미안한지 도망가 버렸다.

헌데 진용을 가다듬어 보니 18명 중 10명이 단축코스로 가고 종주에 도전한 사람은 달랑 8명.

코스 길다고 겁을 주어서인가 너무 몸을 사리는것 같다.

믿었던 경란씨도 안 따라오고....

단축코스는 오계치에서 와룡휴양림으로 내려간다고 한다. 우리는 계속 올라가자~

 

 

 

 

 

 

 

 

 

 

 

 

 

 

 

 

 

 

 

 

 

 

 

 

 

 

 

 

 

오계치에서 빤히 올려다보이던 전망대가 생각보다 멀고 가팔랐다.

우리가 전망대 도착하니 후미팀 오계치 도착.

앞으로 갈 길이 멀다고 해 떡에 과일에 많이 싸 가지고 와 배고플 틈 없이 계속 간식 보충.

군데군데 눈이 남아있어 미끄럼 싫어하는 백성은 아이젠 하고 귀차니즘 백성들은 아이젠 없어 온몸으로 내려가고....

드디어 마지막 시루봉 헬기장 도착.

이곳에서 조금 가면 시루봉인데 시루봉은 정맥 구간은 아니라고 하고 시간도 제법 지나 시루봉 생략하고 하산.

마지막 하산코스는 눈 없어도 급경사 길인데 발자국이 거의 없다.

박판 아이젠 하고도 버벅대며 겨우겨우 내려가니 고냉지 채소밭에 버려진 무들.

이곳 신광재까지가 7시간. 이곳에서 버스 있는곳 까지 임도를 한참 내려가야 한다고....

후미 기다렸다 함께 내려가니 18:10. 코스가 길다고 긴장해 서두른 덕분에 랜턴 켜지 않고 무사 하산.

그새 단축팀들은 무작정 기다리기 지루하다고 식당에서 맥주 파리 중.

내려가며 태우고 지난번 갔던 백호식당에서 육회비빔밥으로 저녁 겸 하산주.

간식을 하도 많이 먹어서인지 배가 고플 새가 없던 산행.

경란씨 왜 단축팀에 끼었냐고 하니 새신자들 다음에 꼭 나오라고 홍보대사 노릇 하느라 늦었다나 뭐라나?

 

코스가 너무 길아 당나귀 산행에 새신자들이 겁내 한다는 부회장님 말씀.

허나 5시간이면 올 사람이 6시간 산행 한다고 안 올 사람은 없을것 같다.

올 마음이 문제라고 본다.

오고 싶은 사람은 모든게 올 이유기 되지만 내키지 않은 사람은 똑같은 조건인데도 안 올 핑계가 되니까.

널널한 산행도 좋지만 가끔씩은 빡쎈 산행도 나름 보람이 있던데....

다리는 뻐근했지만 조망도 좋아 지리, 덕유를 눈 시리도록 본 행복한 산행이었다.

감,고,사~

 

-이 작가님, 안샘 사진 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