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10산행기

남한산성에서 헤매기 (2/11)

산무수리 2010. 2. 12. 01:23

‘동천(冬天)’ - 서정주 (1915~2000)

 

내 마음 속 우리님의 고운 눈썹을

즈믄 밤의 꿈으로 맑게 씻어서

하늘에다 옮기어 심어 놨더니

동지섣달 나르는 매서운 새가

그걸 알고 시늉하며 비끼어 가네.


남긴 시 천여 편 편편이 우리네 삶과 모국어의 숨통인데도 서정주 절창은 이렇듯 동지섣달 추위와 긴긴 밤의 절정에서 나왔다. 그것도 오늘같이 눈썹, 손톱 같은 달도 하얗게 얼어붙은 동짓달 그믐밤에. 천 날 천 년 꿈으로 맑게 씻은 우리네 언어와 마음에 매섭게 얼어붙은 하늘마저 온몸으로 떨며 감읍(感泣)하고 있는 이 신령스러운 모국어의 절창은. <이경철·문학평론가>

 

코스개관: 남한산성 입구(11:50)-약사사-남문-수어장대-암문-능선길-성남cc-다시 능선으로...-단대동닭죽촌(16:00)

날씨: 종일 눈이 내리던 날

 

 

 

 

 

 

 

 

 

 

 

 

 

 

 

 

 

 

 

 

 

이번주 컨디션 난조로 화,목 산행을 다 취소.

화,수 연 2일 비가 내려더니 오늘은 눈.

모락산이나 갈까 했는데 쫀누나 남한산성 설경 보러 가자고....

게으름 피다 부랴부랴 배낭 챙겨 11시 만나 성남행 버스를 탔다. 내심 사기막골에서 황송공원에서 시작하려 했으나 눈때문에 사기막골 못 간다고 산성입구에서 내리라는 기사.

기사 말귀를 못 알아듣는것 같이 답답한지 구박이다.

나만 미워해...

 

산성입구에서 내려 약사사로 올라갈까 했는데 눈치우는 소리가 너무 시끄러워 옆 능선길로 잡았다.

올 겨울 처음 눈산행 한다고 쫀누나 신났다.

난 가볍게 산책할 마음으로 스틱도 안 들고 왔는데 쫀누나가 두개라 한개 빌렸다.

능선에 붙어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 남문쪽으로 가기로 했다.

산성을 끼고 안쪽에서 돌면서 보여주는 설경.

사진 찍는 사람들이 간간히 보인다. 간간히 두세명씩 걷는 사람들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수어장대까지 갔다 암문으로 해서 성문 밖으로 돌아 남문으로 되돌아오려고 했다.

헌데 멋진 언니 네분을 암문에서 만났는데 아침 9시부터 남한산성 입구역에서부터 영화 찍으며 올라오고 있단다.

남자 배우는 어디 갔냐고 하니 여자 주인공만 있다고...

한 언니는 사진 찍는 분이라는데 카메라때문에 비닐 우의를 입으셨다.

안나푸르나 라운드 트레킹도 다녀오셨다고...

그러더니 새 준다고 귤을 까더니 '박새야, 박새야...' 하면서 으찌나 씩씩하게 불러재끼는지 여군과 우리들도 깜짝 놀랬다.

새들도 너무 놀래서인지 끝내 나타나지 않는다.

보기 좋아 네분 사진 찍어드린다고 자청해 찍어드리고 우리도 입구역 능선을 따라 걸어가기로...

우리도 저 언니들처럼 멋지게 나이 먹자 다짐을 했다.

 

내리막이라 아이젠도 신고 발자국 따라 내려가다 군부대 좌측으로 내려서니 허름한 절도 보이더니 계곡도 두번 지나더니 보이는 이정표에는 창곡동, 매표소, 남한산성 서문.

우리가 내려온 방향이 남한산성이다. 매표소에서도 결국 내려가야 하니 창곡동으로 내려왔다.

헌데 눈덥힌 잔디밭. 알고보니 성남cc.

도로 백해 갈림길에서 능선길을 찾아 한참 올라와 겨우 산성올라가는 순환도로 옆 능선에 붙었다.

오늘도 우린 또 개척산행 한거지?

왜 우린 남한산성만 오면 헤매는거지?

2시간 정도 하려던 산행이 꼬박 4시간이나 하게 되었다.

 

이 길 찾은김에 끝까지 내려오니 군부대 사격장이라고..

더 내려가면 양지공원이라는데 길이 질어져 찻길로 내려서니 보이는 닭죽촌.

여기서 버스 타고 안양가는 버스 만나는 지점에서 칼국수와 왕만두로 늦은 점심을 먹고 나오니 5시.

오늘 저녁 먹어야 하냐 하면서 웃었다.

설 잘 쇠고 담주에 만나자, 칭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