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생물도 봄을 기다린다 -최금녀(1941~ )
백통으로 만든 새 두 마리가
날 자신이 생겼다는 듯 마당에서
날개를 뒤로 모아 푸드득거리고
깎아 만든 나무오리 다섯 마리가
주둥이를 더 높이 쳐들고
막 달려갈 기세이고
모처럼 거풍 나온 오리털 이불 3개는
빨래 줄에서 기분이 좋은 듯 흔들 흔들
입 꾹 다물고 과묵했던 파벽조차
빙그레 홍조를 띄우는 봄날,
그들 속에 끼어들어 나도
토요일 오후를 건들 건들
배 부풀어 오른 오리털 이불이
주책없이
나일론 빨랫줄을 끊어먹을까 걱정하며.
설 쇠고 며칠 눈 속 깜짝 추위에도 봄 머금은 햇살 더욱 다사롭더니. 점차 차오르는 양광(陽光), 이젠 정말 거풍(擧風)하기 좋겠군요. 쇠로 만든 새 나무로 만든 오리도 날개 파닥거리고, 이불도 햇살 바람에 지난겨울 털어내며 무생물들도 봄을 맞고 있는데. 귓불 스치는 살가운 바람, 눈썹에 얹히는 햇살에 우리네 사람들이야 어찌 춘정(春情) 일지 않겠어요. <이경철·문학평론가>
만나는곳: 2009.3.6 (토) 13:30 길음역 3번 출구
코스개관: 청수장(14:00)-영취사-대성문-보국문-청수장(17:30)
날씨: 봄의 길목에서...
매달 첫토에 함께 산에 가기로 한 멤버들.
유미공주가 처음 산행에 참석했고 리사는 토욜 오후도 근무때문에 불참.
토욜 밥을 안주는 식당때문에 길음역에 내려 김밥으로 점심을 때우고 기다리는데 아무도 오질 않는다.
순한공주 제일 먼저 왔고 하늘이 동업자 한명을 데려왔는데 무릎 수술 받은지 얼마 되지 않아 염려가 된다.
하늘도 요즘 병원에서 검사 받느라 몸이 많이 힘든데 그래도 빠지면 안된다는 사명감으로 왔다고 가다 힘들면 둘이 먼저 하산한다고...
유미공주 점심 못먹은 백성 걱정된다고 메밀전 등 바리바리 사가지고 오느라 10분 지각.
등산복 못찾아 평상복 입고 신발은 공주님거 신었다는데 산행 하기도 전에 발이 아프다고 징징댄다.
혹시 잔설이 남아있을까 염려가 되 아이젠 가져오라고 하니 '아이젠이 뭐예요?' 하던 유미공주 배낭에 꽂힌 스틱을 보더니 '이게 아이젠이예요?' 하면서 또 한번 우리를 뒤집어 지게 한다.
메밀전 식기전에 먹어야 한다고 하고 점심 굶은 백성도 있는지라 산행 시작 5분 만에 간식을 먹기로...
먹는거랑 안 친한 하늘 동업자는 그 와중에 책을 읽는다.
그래서 '소녀와 가로등'이냐고 놀렸다.
그나마 유미공주는 등산화 끈을 느슨하게 했더니 덜 아프단다.
넘들 쌍스틱 들고 다니는걸 보더니 자기도 저거 짚겠단다. 폼 나 보인다고....
조금 올라가다 무릎에 이상신호가 온다고 해 하늘과 소녀와 가로등은 하산시키고 셋만 올라가기로 했다.
하늘 유미공주에게 잠바 빌려준다. 거기다 유미공주에게 쌍스틱 주니 이젠 오합지졸이 아닌걸?
유미공주 스틱 들고 좋아하다 거치장 스러우면 버렸다 뺐었다를 반복한다. ㅎㅎ
커피 준다는 영취사를 오늘 처음 방문.
커피 대신 약차를 주는 인심 좋은 절.
이곳을 지나친 이유를 일선사에 올라가보니 알겠다.
춥고 배고플때 이용하면 좋을듯.
유미공주는 산행 안해봤다는데 의외로 잘 쫓아온다.
무사히 대성문에 도착했고 산성에 올라서니 두사람 다 경치가 아주 마음에 드나보다.
군데군데 잔설이 있긴 했지만 아이젠 할 정도는 아니여서 조심조심 하산.
보국문에서 커피 한잔 타 마시고 하산하는데 어디냐고 빨리 오라는 하늘.
기다릴만한 찻집이 한군데도 없어 두 여인이 배회를 하고 있다고...
오늘 산에 못 온 리사는 스트레스 쌓여 풀어야겠다고 저녁 꼭 같이 먹자고 연락이 오고.
기다리는 사람이 있으니 마음이 바빠 부지런히 하산.
스틱을 줬다 뺐었다를 반복해 한개씩 들고 내려가는데 유미공주 스틱 쓰는게 어설프다고 놀리는 순한공주. ㅎㅎ
다시 만나 택시타고 리사 만나러 가는길 소녀와 가로등은 전철역 근처에 내려주고 넷이 가는데 초면이라고 안 간다는 유미공주.
앞으로 함께 산행 해야 하는 사이걸랑요? 그러니 잔말 말고 따라오삼.
다섯이 만나 리사표 맛좋은 저녁을 먹고 성북초등학교 앞 '일상' 이라는 카페에서 막 내린 우간다와 컬럼비아 마시기.
유미공주의 엉뚱함 덕분에 재미난 산행이었다.
산행이 짧아도 좋다.
함께 산에 갈 시간, 건강, 친구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행복인것 같다.
친구, 고마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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