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 조창환(1945 ~ )
감나무 가지 끝에 빨간 홍시 몇 알
푸른 하늘에서 마른번개를 맞고 있다
새들이 다닌 길은 금세 지워지고
눈부신 적멸(寂滅)만이 바다보다 깊다
저런 기다림은 옥양목 빛이다
칼 빛 오래 삭혀 눈물이 되고
고요 깊이 가라앉아 이슬이 될 때
묵언으로 빚은 등불
꽃눈 틔운다
두 이레 강아지 눈 뜨듯
이 차갑고 명징한 여백 앞에서는
천사들도 목덜미에 소름이 돋는다
뭇 새 소리마저 잦아든 언 하늘 빈 들녘. 홀로 내걸린 높다란 가지 끝 빨간 홍시 몇 알. 이 차갑고 명징한 계절, 여백의 시그널. 유채색 봄 예비하는 하늘과 땅의 묵언의 등불. 인동(忍冬)하는 사람들 천지간 한마음으로 저리 까치밥 감 몇 알 남겨두었겠거늘. <이경철·문학평론가>
코스개관: 강진 제전마을(11:30)-별매산(465)-가학산(577)-가래재-흑석산(653)-가리재-해남 가학산휴양림 (16:00)
날씨: 덥게 느껴진 초봄
궁금해 하던 산이 안내산행에 떴다. 홀로 가기엔 부담스러워 망설이던 차 경란씨가 어디든 가자 해 신청을 했다. 헌데 출근할 사정이 생겨 못 간다고 한다. 이럴때 아니면 갈 기회가 쉽지 않을것 같아 출발.
오늘 시산제와 겸해서인지 코스가 좋아서인지 차 3대가 거의 만차.
A코스 내려주며 산행시간 5시간을 준다. 여기까지 와 B코스를 하기엔 억울해 A에 내리긴 했는데 홀로 왔다 처지면 눈치 받을것 같아 후미가 되지 않으려고 기쓰고 출발.
아침 먹은지 오래되서인지 시작도 하기 전 출출한듯한 이 느낌.
초장 암릉을 기어 올라가는 코스가 있고 급경사 오르막을 오르고나니 선두는 보이지도 않고 후미만 쫓아온다. 중간쯤 되어 부지런히 올라가니 좀 걷기 편안한 길이 나온다.
1시간이 채 되지않아 나타나는 별매산 정상. 코스 중간 땅끝 기맥도 나타난다.
오늘 자꾸 스텝도 꼬이고 스틱에도 걸리더니 급기야 발이 꺾이면서 뒤로 뒤집어져 버둥되는 상황. 하마트면 한건 할뻔 했는데 나무가 막아주고 배낭덕분에 지나가던 사람이 끌어올려 주었다. 휴~
1시쯤 되어 끌어내 준 사람들이 밥을 먹고 있어 한 옆에 앉아 바쁘게 점심 먹고 먼저 출발.
조망 좋은곳에 사람들이 앉아 쉬고있다. 지나고 보니 멀리 보이던 멋진 봉우리 가학봉. 막상 가학봉 위에 서서 이곳이 가학봉인줄도 몰랐다.
멀리 흑석산 쪽 능선에 사람들이 서있는 멋진 실루엣.
오늘 코스 중 가학봉에서 흑석산 가는 길은 정말이지 멋진 초원을 걷는듯한 느낌이 드는 편안한 길.
생강나무도 막 꽃몽우리를 피우고 있고 제비꽃도 간간히 피어있다.
봄, 맞구나...
흑석산 가기전 가래재 지나 능선에 올라서니 왼쪽 방향에 있는 멋진 암릉의 산.
흑석산 가면서 그쪽 능선의 조망미가 아주 좋다. 이 코스는 흑석산부터 거꾸로 타는게 눈은 더 즐거울것 같다.
흑석산 정상인 깃대봉에는 그나마 정상석이 보인다.
정상석 지나 중간대장이 가학산 휴양림 내려가는 코스에 서 있다.
여기서 하산해도 되고 가리재까지 가서 하산해도 된다는데 아직 시간상 충분하고 15분 정도 더 걸린다고 해 이왕 이 산에 온것 좀 더 머물고 싶은 마음에 가리재까지 가기로...
가리재에서 휴양림 내려가는 길은 새로 낸 길인지 정비가 썩 잘 되어있진 않다. 아마도 휴양림에서 올라와 원점회귀산행을 위해 만든 길인것 같다.
가리재 전 하산 코스에는 은굴, 샘 등이 있는걸 보니 하산은 이쪽으로 하는것이 더 나을것 같다.
쉬지 않고 산행을 해서인지 4시간 반 만에 무사 하산.
사람이 붐빌까 염려했는데 아직 꽃이 피지 않아서인지 우리 팀 밖에 없어 한갖진 산행을 할 수 있었다.
여기도 진달래가 많다. 꽃피면 암릉에서 교행이 안되 많이 지체될것 같다.
5시 시산제 준비해 시산제 하고 밥 먹고 떡도 나누어 먹고 6시 출발.
마을의 매화나무에 꽃이 피었다.
시산제 기념품으로 등산양말을 하나씩 나누어 준다.
집에 오니 11시가 좀 넘은 시간. 긴 하루였지만 궁금한 숙제를 하게 되 보람찬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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