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산(長壽山)1 - 정지용(1902∼50)
벌목정정(伐木丁丁) 이랬거니 아람도리 큰솔이 베혀짐즉도 하이 골이 울어 멩아리 소리 쩌르렁 돌아옴즉도 하이 다람쥐도 좃지 않고 뫼ㅅ새도 울지 않어 깊은산 고요가 차라리 뼈를 저리우는데 눈과 밤이 조히보담 희고녀! 달도 보름을 기달려 흰 뜻은 한밤 이골을 걸음이랸다? 웃절 중이 여섯판에 여섯번 지고 웃고 올라 간뒤 조찰히 늙은 사나히의 남긴 내음새를 줏는다? 시름은 바람도 일지 않는 고요에 심히 흔들리우노니 오오 견듸랸다 차고 올연(兀然)히 슬픔도 꿈도 없이 장수산(長壽山)속 겨울 한밤내 ―
이 시는 얼핏 보아 눈에 파묻힌 산속의 정밀(靜謐)을 그려낸 듯하지만, 감정을 제어하고 시련을 감내하려는 시인의 다짐으로 작품 전체가 팽팽하게 긴장되어 있다. 정신과 육체의 가장 피폐한 지점에서도 인간적인 번뇌를 수긍하고 그 갈등을 끌어안고 가려는 한 견인주의자의 내면적 결의가 아프게 읽히는 것이다. ‘장수산’은 황해도 재령군에 위치한, 멸악산맥에 딸린 산이다. 높이는 747m에 불과하지만 ‘황해금강’이라 불릴 정도로 기암괴석의 선명한 산악미를 자랑해 보인다 한다. 가서, 보고 싶다! <김명인·시인>
체중이 작년부터 늘며 중년임을 실감한다.
산행은 조금 천천히 하고 짧게 하면 되지만 마라톤은 체중이 는 만큼 부담은 몇배 증가한다.
아직은 졸업할 마음이 아닌지라 뛰긴 뛰지만 풀 대회 출전 횟수는 점점 줄어들기만 한다.
올 겨울 눈 많이 왔지, 추웠지, 병원 다니느라 며칠 까먹었지, 거기다 1월 내내 연수. 연습 못할 핑계가 너무 많았다.
그래서인지 체중은 아주 조금씩 늘어나 누가 봐도 얼굴이 좋아졌다는 인사를 정말 많이 들었다.
토욜 영등산악회 산행도 빠지고 (총무 직함도 내 놓아 부담도 없었다) 오합지졸들 만나 낙산 산책을 했다.
저녁 잘 먹고 집에 와 일단 자고 다늦게 일어나 수신제가하고 다시 잤다.
잠 안올까 염려했는데 잘 잤다.
5:10 기상해 찰밥 해 먹고 둘이 집을 나섰다.
이촌역에서 잠시 내려 화장실 들렸다 가는데 털보님 전화. 벌씨 도착 했나보다...
시청역에 내리니 바람이 쌀쌀하다.
그래, 동마는 역시 긴팔, 긴바지를 입어야 한다니까...
나무천사와 사진 한장씩 찍고 헤어지도 짐 맡기는 c그룹에서 털보님 만나 사진 한장 찍고 (반팔, 반바지 차림이다) 짐 맡기고 돌아서니 안 보인다.
내심 -4 할 사람 발목을 잡으면 안될것 같아 찾지 않고 화장실 들렸다 출발장소로 이동.
화장실 앞 여자가 머리에 꽃 달고 등에는 나비 날개를 입고 있다. 알고 보니 일본 사람들.
이번 대회에 일본 사람들이 단체로 많이 참석한것 같다. 아마도 서울마라톤 대회가 없어져 그런게 아닐까 혼자 생각.
출발 대기장소 내 앞 큐롯에 조끼까지 색상 맞춰 예쁘게 차려입은 처자. 손목엔 4:30 페이싱표를 붙이고 있다. 그룹이 c인걸 보면 처음은 아닐텐데 큐롯보다는 반바지가 편하지 않을까 혼자 생각.
20여분 훨씬 지나 겨우 c그룹 출발. 나도 처음 c그룹 진입한 지라 덩달아 빨리 뛰지 않도록 조심.
주변 사람이 너무 많지만 예전에는 그래도 비슷한 속도의 사람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는에 오늘은 옆사람이 계속 바뀌는것 같다.
여자들끼리 익숙한 뒷모습 보면서 내 위치를 가늠해 본다.
5K정도 가니 추위가 좀 풀려 버프를 내리고 걷지 않으리라 다짐하면서 뛰었다.
가다 큐롯 차림의 처자는 제낀것 같다.
올 동아는 차분히 졌고 주로의 응원객은 늘어난것 같다. 힘은 들지만 응원해 준 사람들은 정말 고맙다.
첫 동아에서 주장각과 함께 뛰며 초장 오바페이스 해서 (연습도 거의 안했고) 걷던 실수가 생각난다.
내 속도는 예상보다 느리지는 않았고 랩타임을 보니 다행히 속도가 거의 일정한것 같다.
몸이 불었는데도 잘 견뎌주는 다리가 정말 고맙다.
15K 지점 주변 4시간10분 페매가 떼지어 지나가니 길에 정체가 발생. 좀 떨어져서 다니면 안되는건가 싶다.
길을 막아 페매를 제끼고 조금 앞으로 나갔다.
20k에서 바나나 먹고 하프도 잘 끊고 25에서 파워젤 먹고 힘들지만 페이스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
이 정도에서 뛰는 사람들은 나만 힘든게 아닌걸 이젠 알것 같다. 특히나 남자들은 썩 잘 뛰는 그룹은 아니지 싶다.
중간 중간 쥐나는 사람들을 보면 쥐만 나지 않고 가는것만 해도 정말 다행이다 싶다.
몰집 상습지역인 오른발에서도 신호가 온다. 새 신발 신고는 처음 대회를 그것도 풀을 뛰는거라 걱정 했는데...
선캡을 쓴 여인 하나가 뻣정다리 주법으로 뛴다. 나름 힘들어 보이는데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거의 끝까지 함께 갔다.
30에서 바나나 반개 더 먹고 35에서 파워젤 남은것 마저 먹고 잠실로 들어서는데 앞 뒤 할렁하더니 어느 순간 사람들이 팍 늘어났다.
알고보니 4;10 페매가 떼지어 뛰어 들어오고 있다. 패메 시간에 쫓겨 내달리는것 같은데 쫓아갈 수가 없다.
원래 목표는 10분대 였는데 은연중 10분 이내 욕심을 부렸는데 물 건너간것 같다.
10분내 들어가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끝까지 후회없이 뛰고 싶었다.
마지막 2K 도 정말 힘들었다. 없는 힘을 쥐어 짰다. 운동장 직전 애주가 실크님이 '무수리 화이팅'을 외쳐 주신다.
마지막 운동장에서는 정말 빨리 뛰었다.
드디어 골인. 휴~
염려한 황사는 별로 없었는데 날이 아직도 쌀쌀해 얼른 옷을 찾아 입어야 할것 같다.
짐 보관소에 가니 아직 찾아가지 않은 짐들이 정말 많다.
애주가 여성 선수인 야생화, 그래서님은 아주 쌩쌩한 얼굴이다.
아니 얼마나 일찍 들어왔는데?
안 뛰었단다.
여자라고는 달랑 3명 뛰었고 그나마 내가 젤로 빨리 들어왔다고..
선두는 안뛰고 후보만 뛰었다고라? 그것도 닭둘기 수준인 내가?
옷 찾아입고 남푠 만나니 밥 안먹고 그냥 간다고 버틴다. 그래서 남푠 버리고 혼자 애주가 텐트에 가 맛 좋은 냉이국과 전, 김치찌개로 점심 잘 먹었다.
같은 닭둘기과인 J님도 진작에 앉아 계신다. 나보다 빨리 들어오셨냐고 하니 후반에 발바닥이 너무 아파 걸었다고 한다.
조금 있다 건달님과 민트가 들어선다. 역시나 걸었다고...
오늘 첫 풀 뛴 향기님이 오히려 민트 기록보다 좋다고 한다.
털보님과 통화가 되 연락해 보니 후반에 퍼져 기록이 많이 뒤로 후퇴했고 일행이 있어 가신다고 해 4월 미사리 대회장에서 만나기로 했다.
애주가 젊은 선수들은 거의 불참하거나 그나마 뛴 선두급 선수도 전철 타고 들어왔다고...
최고령자인 플레시님이 3시간3분대로 남자 1등 했다도 다들 반성해야 한다는 뜀박질님의 일성.
자기도 남자 4등을 했는데 기록은 말 할 수 없다고 웃긴다.
모처럼 끝까지 남아있었는데 남은 된장찌개, 전, 떡까지 싸준다.
막걸리도 남았다고 싸주네?
저녁까지 해결된다. 신난다.
학운공원까지 태워다 줘 잘 왔다.
차 안에서의 담화. 정말 재미있었다.
봄 풀은 무사히 뛰었으니 이젠 가을까지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살아도 되겠지? ^^
-애주가에서 찍어주신 사진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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