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외.../마라톤

걷지도 죽지도 않았다.. (평택항 마라톤, 10/10)

산무수리 2010. 10. 15. 00:30

‘기러기떼’-이정록(1964~ )

지상(地上)과의 인연

더 차가워져야 한다

활시위처럼 몸 당겨

겨울로 간다

작살 같은 대오로

하늘을 끌고 간다

몸 비트는 하늘

깃털처럼, 백설(白雪) 쏟아진다


바람이 싸늘 불어 가을은 깊었느냐. 이 물가 저 하늘 기러기 떼 이착륙과 비행 분주하더냐. 안행(雁行)이 분명히 그어주는 선(線), 가을과 겨울 지상과 하늘 경계는 있기나 한 것이더냐. 살다 보니 그 팽팽한 경계 뚫기 그리 힘들고 어려운 결단이더냐. 기러기 떼가 온몸으로 가을에서 겨울로 끌고 가는 하늘, 내일이면 축복인 양 소담하게 눈 내린다는 소설(小雪). <이경철·문학평론가>

 

 

 

 

 

 

 

 

 

 

 

오늘은 애주가 10주년 기념 겸 가을 소풍날.

대회에 입을 옷을 챙겨보니 늘 입던 옷이 작아서 배에 딱 걸린다. 할 수 없이 한번도 입지 않던 배꼽 아래까지만 오는 옷을 입기로 했다. ㅠㅠ

평택항 마라톤을 신청해 버스 한대로 6:30 출발.

특히 이 대회는 단체전이 있어 5명 평균기록으로 순위를 매기는데 1등은 백마넌이라고 한다.

우리는 단체출전 격려금을 이미 확보해 놓은 상태.

 

김밥과 물을 줘 먹고 열심히 자는데 벌써 도착이라고 한다.

우리 텐트 옆의 강북삼성병원 텐트의 '동동주(同東走). 애주가 보다 더 기발하다 웃었다.

오늘은 자봉 할 사람들이 없다고 한다. 몽땅 대회 신청한 사람만 참석했다고 한다.

야생화, 쏘렌토, 꽃망울이 5K, 10K 만 뛰고 들어오면 된다는데 텐트 지킬 사람도 없는게 문제.

천만 다행으로 제이 님이 마눌님을 모시고와 텐트 지키는 문제 해결.

 

4월 대회 후 정말이지 모처럼의 대회인지라 정말이지 대회 분위기가 서먹할 지경.

이런날 아니면 연습할 기회가 없는지라 대회를 연습처럼 뛰기로 했다.

애주가 고수들 5명은 선수로 출전하고 남자들도 기록 좋은 사람들은 풀, 나머지는 하프.

정말이지 아주 오랫만에 나타난 알님은 그야말로 얼굴도 몸도 보름달이 되 있었다.

하프는 출발할 때 축포도 안 쏴 준다는 아우성을 치며 출발.

초장부터 끝까지 쭉 힘들었다. 같이 출발하던 여자 멤버들도 다 앞서서 가 버리고 나 홀로 후미에서 간다.

완주를 목표삼아 걷지 않기로 하고 뛰는데  풀 선두조들이 반환점을 돌아서 온다. 벌써?

알고보니 하프 반환점과 같은 곳을 찍고 좌, 우측을 한번씩 더 돌아와야 하는 그지같은 코스인가 보다.

 

애주가 선수들 뛰어 오늘걸 보니 마음이 뭉클하다. 이 더운날 하프도 힘든데 대표라는 이유로 긴긴 거리를 뛰어야 한다니...

그중에서도 올해 63세인 후레쉬님. -3 도 하신 분으로 연령별 수상시 단골 수상자. 몸은 그야말로 30대.

그 나이까지 뛸 수 있다는것도 대단한데 초절정 고수다. 부러움을 넘어서 경외의 대상.

하늘에는 철새가 나는데 낭만적이다. 반환점은 평택항인데 정말이지 멋졌다.

헌데 주로에서는 반환점 근처에서만 바다가 보이고 나머지 코스는 길거리 뛰기.

내 뒤에서 뛰었는지 반환점 돌아 용님이 페매 해 주는 초롱이가 날 앞질러 갔다.

 

15k 에서 파워젤을 먹고 초롱이를 겨우겨우 추월했고 걷다 뛰다 하는 민트도 잡았다.

라스트3는 한다는거지?

이 이후로 조금 남은 거리를 스팟하기. 이 기록에서 내달리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그 덕(!)에 제법 많은 사람들을 추월할 수 있었다.

난 오늘도 죽지도 않았고 걷지도 않고 무사완주 해 정말이지 기뻤다.

 

 

 

 

 

 

 

 

 애주가 텐트에 가 맛 좋은 닭죽을 두그릇이나 먹었다.

그리고 선수들 들어올 시간이 되었다고 해 디카 들고 선수 맞이하기.

제일 먼저 슈렉님이 -3 기록으로 들어왔고 그 뒤로 실크, 마사평, 건달, 후레쉬님이 들어오신다.

슈렉, 건달, 후레쉬님은 쥐띠 띠동갑. 3세대가 함께 뛰는 진기록.

단체선수는 개인 수상을 동시에 받을 수 없어 슈렉님은 개인수상도 포기.

몇몇 사람들은 lsd 대신 오늘 32를 뛰고 들어왔다고...

남자들 대부분 들어왔다.

 

텐트에 다시 가 있는 새 여자 새 멤버인 '달려야 하니' 가 -4 기록에 11등을 했다고 목걸이를 걸고 들어왔다.

더 기죽는건 오늘이 풀 두번째라고...

연습하는 걸로 치면 향기가 월 200 넘게 뛴다는데 오늘 하프 -2도 못했다고 한탄이다.

요일별로 바빠 약속 안 하기로 유명하다고...

남자 후미주자인 달리마님이 경품에 당첨 되었는데도 본인이 아직 안 들어와 에어콘이 날아갔다고 이래저래 구박 받았다.

원래 주최측에서 제한시간 지나고 경품을 했어야 했는데 빨리 끝낼 욕심에 빨리 진행 해 벌어진 일.

 

자봉 도와 설것이, 치우는것 돕는 날 보고 자봉 할 군번이 아니라고 말린다.

헌데 워낙 가끔 나가니 이럴때라도 마일리지 적립을 해야 한다.

오늘 뛰면서 마라톤은 정말이지 정직한 운동이라는걸 다시한번 실감.

연습 안한 핑계야 왜 없겠냐만 결국 그것도 내 탓이지 싶다.

하프도 이리 힘든데 풀을 뛸 수가 있으려는지...

대회는 얼마 남지 않았는데 장거리주는 언제 해야 하나....

 

귀가길도 멀지 않아 수다떨고 노는새 바로 도착.

남은 음식이 많은지라 (실수로 한우불고기를 샀다고..) 대부분 회원은 학운공원에서 2차를 한다고 하는데 나랑 향기는 각자의 목간통으로...

목간 하고 났는데도 집에 오니 아직 해가 지지 않았다. 보람찬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