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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월산악회와 삼각산을 가다 (4/24)

산무수리 2010. 4. 25. 23:46

어디서 손님이 오고 계신지 - 최하림 (1939 ~ )

문호리로 이사 간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아산(雅山) 선생님이 보내주신 매화가 연 이태 눈을 틔운 것으로 그치더니 올해는 동지를 앞두고 꽃들이 활짝 피었다 향기가 복도로 퍼져나갔다 아내는 층계참에 쭈그려 앉고 나는 창가에 앉았다 바람이 부는지 창밖에서는 구름이 이동하고 또 이동했다 마음을 갈앉으려고 나는 청소기로 거실과 복도를 서너 차례 민 뒤 이층으로 올라가 책들을 정리했다 책상 위에 한 권 한 권 제 자리에 꽂고 있는 동안에도 어디 먼 데서 손님이 오고 계신지 마음이 흔들리고 유리창들도 덜커덩거렸다


이태 만에 활짝 꽃피운 ‘매화향기’와 선명하게 교감하는 순간에도 시인은 마음의 파동에 더 기대고 있다. 순수한 내면의 부름에 귀 기울이는 탓이다. 그리하여 세계의 뒤쪽, 심연 속의 울림인 듯 두근거림은 불려 나온다. 그 길로 누군가가 오고 있다. 이 시인의 시는 노을에 섞여들 때, 노을처럼 아름답게 빛난다. 소용돌이치던 그의 강물조차 숨죽이는 노을의 순간까지 함께 흘러온 독자라면, ‘매화향기’의 풍경 속에 시인이 좀 더 머물기를 간절히 바랄 것이다. <김명인·시인>

 

만나는곳: 2010.4.24 (토) 11:00 북한산 굿당 국사당-밤골계곡-전망바위-숨은벽-호랑이굴 우회-백운봉-위문-백운산장-하루재-영봉-육모정통제소 (10:30~16:10)

누구랑: 뽀대님과 구미 일월산악회 회원들과 

날씨: 맑고 화창하고 바람은 시원했던 날

 

4.23 (금)

금오산에 갔다 현지인들만 가볼 수 있는 무명탑을 쌓은 분들 만나는 행운이 있었다. 돌을 하나 둘 줒어다 쌓은 탑치고는 제법 운치도 있고 조망도 기가 막히다. 이 탑이 궁금해 글을 검색하던 차 이 탑 사진을 올려놓은 '뽀대'라는 분의 블로그를 알게 되었다. 작품이 너무 훌륭해 무단으로 사진을 퍼오기엔 너무 미안해 답글을 달고 퍼왔는데 이게 인연이 되 블로그 친구가 된 뽀대님.

서울쪽 도봉산, 북한산을 아무래도 자주 가게되는 날 이쪽 지리에 훤한 줄 알고 계시다. 작년부터 삼각산 숨은벽에 와 보고 싶어하던 뽀대님.

 

문제는 난 동행은 가능하지만 안내 할 실력이 안되는게 문제.

아무튼 이번주 토욜 숨은벽에 오기로 했다는데 길안내를 해 줄 수 있냐는 연락을 받았다.

마침 이날 산계 대장님댁 혼사가 저녁이라 산행 약속을 잡지 않은 상태라 등산복 입고 결혼식 갈 '용기'만 있으면 될것 같아 흔쾌히 동행 약속.

 

문제는 소수정예가 아니고 버스 한대가 온다는데 산행기점, 코스, 하차지점 주차장을 물어보신다.

헐~ 걍 버스타고 다니고 아무 생각없이 다녔는데 새삼 걱정이 된다. 주차장은 다행히 인터넷 검색을 해 보니 공영주차장이 있어 거기 대면 될것 같고 산행기점은 버스정류장은 네비에 찍히지 않을것 같다.

일단 근처 주소 알려드리고 정확한 산행기점을 알기 위해 금욜 답사를 나섰다.

 

 

 

셤이라고 요즘 점심을 주지 않는다. (직영급식이 다 좋은건 아닌것 같다)

점심을 싸 가지고 와 먹고서도 허기질까봐 떡을 사서 버스를 타고 가기로 한다.

왜? 아시는 분은 다 아시겠지만 북한산성쪽은 일단 전철에서 환승해 버스를 더 타고 와야 하는데 버스 타는게 장난이 아니다. 그래서 704번 기점인 서울역에서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버스타고 가다 졸다 서울역 놓쳐 어찌어찌 해 704번 버스를 서울역에서 타고 가니 1시간이 넘게 걸린다.

오늘 스틱도 안 들고 온 상태인데 날씨는 개는 모드라 고글까지 모자에 걸쳐놓고 산행 시작.

지난주 필 생각도 안하던 진달래가 활짝 피어 제법 계곡 경치가 멋지다.

 

헌데 그냥 아무생각 없이 가던 산길이 오늘은 왜 그리 다 험해 보이는지 모르겠다. 군데 군데 샛길은 가지 못하게 막아놓아 그나마 길 잃을 염려는 적지만 길이 예전보다 거칠게 느껴지니 걱정이다 걱정.

갤것 같던 날씨가 비가 내린다. 잠바를 입어야 겠다. 능선에 붙으니 비가 점점 굵어지더니 급기야 숨은벽 반달바위에 도착하나 우박이 내린더니 천둥, 번개까지 친다.

안 그래도 비 때문에 바위가 미끄러워 네발로 기는데 우박까지 내리니 그야말로 네발로 기어서 몽땅 우회로로만 겨우겨우 지나가는데 바위 아래 한 남자가 붙어 벼락 맞으면 어쩌냐고 피해가라는데 담배연기가 역겹다.

빨리 내려가는게 상책일것 같아 가는길. 덕분에 숨은벽 전체를 우회할 수 있는 코스를 처음 가보게 되었다.

겁 많은 백성은 이쪽으로 우회시키면 될것 같다.

 

날씨도 않좋고 내일 산행에 일욜 마라톤도 있는지라 다르를 좀 아껴야 겠기에 밤골로 하산하기로 했다.

중간쯤 내려오니 언제 우박이 내렸다 싶게 날이 개고 해가 난다.

그나마 낼 비가 오지않고 오늘 오는게 천만다행이긴 하지만 조난 당할까봐 간이 쫄았다. ㅎㅎ

 

4.24 (토)

계론식에 가는 관계로 배낭을 작은걸 챙기니 넣은것도 없지만 넣을 곳도 없다. 밥, 반찬 하나 달랑 싸고 갈아입을 티만 하나 넣고 일찍 나선다고 나서 서울역에서 버스를 무사히 타고 산성입구 지나는데 전화.

송추ic 로 나오니 곧 도착할것 같다고...

이런 실례가.

헐레벌떡 버스에서 내리니 관광버스 한대가 보인다. 벌써 출발했다고...

쉬지도 못하고 뛰니 앞서서 가는 분이 뽀대님 같다. 날 기다리다 후미에 서게 된것 같다. 잠바도 벗지 못하고 죽어라 가니 겨우 후미를 잡았다.

늘 함께 산행 하시는 뽀대님 마눌님 '고은'남과 인사를 했는데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젊고 고우시다.

 

 

 

 

 

 

 

혼자 갈때 멀게 느껴진 전망대 바위가 생각보다 너무 빨리 나타나 놀랬다.

오늘 산행 인원이 그중 작은 인원이라는데 시험봐서 선수들만 뽑아 가지고 온것 같다. 아무튼 진행이 빨라 계획된 코스를 다 할 수 있을것 같다.

전망대바위에서 쉬면서 사진 촬영. 그중 한분은 설명해 주는걸 일일히 다 적고 계시다. 산행기 담당이시라고...

걷기도 힘든데 담소하면서 산행 하는 그 여유. 헌데 내용은 물론 사투리 억양이 너무 재미나다.

졸지에 난 '가이드 언니'가 되었다. ㅎㅎ

다들 알아서 산행을 잘 하시니 가이드 하고 말것도 없다. 그냥 선두에서 몇몇 분과 함께 가면 알아서 잘도 쫓아 오신다.

특히나 이 산악회는 연령대도 다양해 젊은피가 제법 많다. 언니들이 총각들 서로 챙긴다고 웃기는 광경도 정말이지 정겨워 보인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숨은벽.

내 산은 아니지만 정말이지 자랑하고 싶은 북한산의 비경인 숨은벽.

몇몇 분은 대슬랩을 올라가 보고 싶으신가 보다. ㅎㅎ

다들 바위 체질인지 겁내 하지도 않고 잘 쫓아오신다. 특히나 뽀대님은 릿지화도 없단다. 그 무겁고 발목 긴 비브람 신고도 바위를 다니니 겁날 뿐.

호랑이 굴을 가보고 싶어 하지만 내 실력으로 그쪽 안내는 못하고 마지막 보조자일이 꼭 필요하니 다음에 소수정예가 오시면 다른 가이드 섭외 해 드린다고 했다.

 

 

 

호랑이굴 아래쪽 샘에서 시원한 물 한잔과 맛 좋은 구미산 쑥떡 먹고 기운차리고 호랑이굴 우회하는데 정체가 약간 있긴 했지만 주말 토요일 치고는 아주 한갖진 편.

이분들이 송추에서 나와 북한산성 입구를 안 봐서 그렇지 봤으면 인파에 놀랐을것 같다. 오직해야 이쪽 코스는 버스를 탈 수 없어 단체 산행 기점으로 잡지 않는다던가?

호랑이굴 넘고 백운대 올라가는 인파를 보니 장난이 아니다. 그래서 이곳에서 점심을 먹고 올라가기로...

 

 

마침 넓은 바위 위 식당터가 방이 빠져 밀고 들어갔다.

난 고운님표 양푼비빔밥을 먹었다. 내 밥은 꺼내보지도 못했다. 여기저기 직접 농사지은 정구지, 야콘, 전, 홍탁 등등. 닭튀김까지 들고오셨다. ㅎㅎ

 

 

 

 

 

 

 

 

백운대 올라가는 길도 생각보다 밀리지 않았다.

오늘 산행 인원이 적은건지 시간차 공격을 잘 한건지 아무튼 먼데서 귀한 손님이 오신줄 어찌 알고 날씨도 그렇고 인파도 적고....

영봉까지 찍고 가려면 조금 서둘러야 할것 같다.

선두들과 함께 백운산장으로 먼저 출발하는데 가이드 언니보다 나는 구미 선두조들. 여러가지로 기죽는다.

백운산장에서 화장실도 다녀오고 후미까지 도착 후 영봉을 향해 출발.

 

 

 

 

 

하루재에서 영봉 가는 길이 조금은 지쳐서인지 후미 몇몇분은 조금 힘들어 하긴 했지만 너무 일찍 하산해 한분만 도선사로 하산했고 다른 분들은 무사히 영봉까지 찍었다.

 

 

댄스바위에서 마지막 단체사진 찍는데 서울에 많은 아파트를 보더니 다들 질려 하신다. 집이 이렇게 많은데 집없는 백성도 많다고 하면서 여기가 서울 중심부냐고...

변두리라고 하니 더 놀랜다. ㅎㅎ

 

 

 

 

 

댄스바위에서 단체 사진까지 찍고 하산하는 길 진달래가 그야말로 피크.

진달래 군락지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수수한 시골색시 같은 어뻐쁜 북한산 진달래를 만끽하며 하산.

몇몇 분은 무릎이 아파 조금 힘들어 하긴 했지만 산행 속도도 빠르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의 가족적 분위기가 참 보기 좋았다.

구미에 오면 맨발로 쫓아와 반겨주신단다. ㅎㅎ

버스는 주차장에 못 대 도선사 올라왔다 내려갔다는데 다행히 파출소 앞 갓길에 무사히 잘 대고 계셨다.

원래 5시간 정도 산행을 원하셨는데 1시간 추가되긴 했지만 멀리 구미에서 올라오셔서 이 정도는 하고 가셔야 할것 같아 좀 욕심을 냈다.

 

나의 역활은 여기까지. 하산주 함께 하고 가자 권하시는데 나도 복장 좀 정리하고 계론식 가야 하는 관계로 여기서 작별을~ 뽀대님, 고은님, 그리고 일월산악회 회원님.

함께 한 산행 즐거웠답니다.

가이드가 부실한데 멤버가 빵빵한 덕분에 무사히 산행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산행코스가 짤지 않기에 계론식에 늦을까 걱정했는데 시작시간도 당겨졌고 산행이 잘 끝나 여유있게 갈 수 있었다. 

감, 고, 사~

 

-뽀대님의 멋진 사진 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