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10산행기

친구 어머니도 뵙고 진달래도 만나고.. (비슬산. 5/9)

산무수리 2010. 5. 12. 00:23

꽃의 이유 - 마종기(1939 ~ )

꽃이 피는 이유를

전에는 몰랐다.

꽃이 필 적마다 꽃나무 전체가

작게 떠는 것도 몰랐다. 


사랑해 본 적이 있는가,

누가 물어 보면 어쩔까.


꽃이 지는 이유도

전에는 몰랐다.

꽃이 질 적마다 나무 주위에는

잠에서 깨어나는

물 젖은 바람 소리.


개화와 낙화의 과정을 떨면서 엿본 그 누군가가 꽃나무의 내년을 기약한다 하더라도 내년의 꽃은 올해의 저 꽃이 아니다. 피었다 지는 것으로 꽃은 저의 한 주기를 완성한다. 그게 꽃의 이름다움이다. 그리하여 되풀이가 없는 우리네 삶은 피고 지는 꽃들 앞에서 아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피고 지는 꽃 시절은 후회와 고통이 서린 사랑의 모습이었다 할지라도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의 아름다움을 아프게 확인시킨다. 전율과 환희를 가득 품게 한 사랑도 마침내는 이별로써 저를 완결하는가. <김명인·시인>

  

작년 9월말 이후 이런 저런 사정으로 산행 한지 한참 된 친구도 만나고 어머니께 안부도 여쭐겸 놀토를 이용해 대구에 내려갔다.

어버이날이 끼어서인지 집에서 7:30 경 출발했으니 엄청 막혀 꼬박 5시간 걸렸다.

며칠전 입주한 친구네 집에 먼저 들려 늦은 점심을 먹고 함께 어머니를 뵈러 갔다.

반갑게 맞이해 주셔서 마음이 좀 놓였다. 친구네 오라버니 부부는 우리한테 집 양보하고 외박 하신다고 한다.

사실 산행 준비를 해 오기는 했지만 상황이 어떤지 모르는지라 감히 욕심 내지 않았는데 간병하느라 고생하는 딸도 산에 가 기를 받아와야 한다고 내일 산에 다녀오라시는 어머니.

식사는 그동안 전혀 못 드시다가 그나마 오늘 미음이 처음 나왔다고 하신다. 많이 고생하셨을텐데도 얼굴은 맑으시다.

사진에서는 아버지를 많이 닮은줄 알았는데 실물을 뵈니 어머니도 많이 닮은것 같다.

 

산에 갔다 내일 오후 뵙기로 하고 대구까지 와서 돼지국밥을 먹어야 한다는 여산.

돼지국밥, 순대국, 냉면 등으로 저녁을 먹고 딸기 한대야 사서 전철 갈아타고 집으로~

후불교통카드가 대구에서도 통한다. 편리한 세상이다. 대구는 가난해 기본요금이 950원이다.

아파트 바로 뒤가 산. 이 산 때문에 이 아파트로 이사하게 됐다고....

아직 해가 남아있어 실실 산책삼아 올라가니 수제품으로 만든 온갖 운동장비들.

나무에 다리올리기를 해 봤는데 내가 제일 뻣뻣해 놀림 많이 받았다. ㅠㅠ

 

집에 와 과일먹고 노는데 친구는 그동안 배운 솜씨로 염색한 상보, 조끼, 스카프 등을 생일선물이라고 준다. 좀 늦었다고...

그리고 피곤할텐데도 매듭으로 작품 만들어 준다고 바쁘다.

연속극 보다 잤다.

 

코스개관: 유가사 (8:00)-수도암-도통바위-비슬산정상-대견사터-팔각정-수성골-유가사 (13:30)

날씨: 비교적 화창해 덥게 느껴짐.

 

새벽잠이 더 없어진 친구가 일찍 일어나 밥을 한다.

우리도 일어나 청소 하기로 했는데 너무 이른 시각이라 청소기를 돌릴 수 없어 손걸레로 청소하기은

사실 짐정리를 해주면 좋은데 아직 주인도 뭐가 어디 있는지 몰라 손을 못 댄다고 한다.

아침 먹고 7시 출발. 구마고속도로 거쳐 유가사 주차장 도착시간이 8:00.

  

 

 

 

 

 

 

유가사는 돌탑을 108개 쌓는 불사를 한다는데 정말이지 왜 이런 불사를 하는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더 유감인건 화장실을 등산객들이 쓰레기를 함부로 버려 화장실이 고장이라며 아예 쓰지 못하게 막아 놓았다.

그러면서 30만원짜리 부처님 모신다고....

정말이지 인심 박하네.

 

 

보통은 유가사 오른쪽 능선길로 정상에 오르는데 우리들으 왼쪽 능선길로 접어드는데 여기도 불사때문에 길이 복잡하다.

비구니 스님이 계시는 청결한 수도암 화장실을 이용하고 나오는데 빗자루에도 꽃을 달아놓았다. 스님도 여자 맞다고 웃었다.

 

 

포장도로 조금 올라가다 왼쪽 능선으로 붙는길이 나온다. 길이 제법 경사가 가파르다.

여산이 앞서서 올라가고 내가 후미에서 낑낑대고 올라가니 안부에 부부가 앉아 쉬고 계시다.

어제 비슬산에 오니 진달래가 그나마 좀 피었다고 오늘은 진달래 구경을 할 수 있다는 희소식.

잔달래 군락지는 꽃이 제대로 피지도 않고 잎이 난다는 현지인 말씀. 냉해 때문이라고....

여산은 다 졌을거라고 했고 산이슬은 5월이면 볼 수 있을것 같다 하더니...

이분들은 달성군 집에서부터 걸어오신다고 하면서 오이 하나를 주셔서 나누어 먹었다.

 

 

 

 

 

 

 

 

 

 

 

 

 

 

 

우리가 먼저 출발하고 급경사 오르막 올라가는데 단체 팀들이 제법 많이 보인다.

조망터에 올라서니 아이스께끼가 있어 하나씩 먹었다. 이제부터 고생 끝 행복 시작이라고...

정상 주변이 벌겋걸 보니 진달래인것 같다.

바슬산은 산이 많이 크지 않으면서도 모양이 보는 방향에 따라 참 다른 느낌이다.

정상주변은 꽃도 좋고 조망도 좋고 다 좋은데 날파리가 많은게 옥의 티.

아무튼 정상에서 사진 찍고 좀 놀다 대견사터를 향해 출발.

  

 

 

 

 

 

대견사터로 가는 길은 8부 능선쯤 가니 소나무가 많아 그늘이 있어 좋다.

중간 중간 올라오고 내려가는 갈림길들 이정표가 보인다. 전에 대구 전지훈련 와 뛰던 헐티재, 용천사 방향도 있고 앞산과 연계해 비슬산 산행을 할 수도 있다고...

대구 9산종주에 비슬산도 당연히 포함된다고....

기회되면 앞산종주도 함 하자 했다.

중간 쉬면서 과일을 먹고 있는데 오이 주신 달성군민이 지나가면서 조금 더 가 점심 드신다며 와서 먹고 가라신다. 말씀만 들어도 감사하다.

대견사터 근처가 진달래 군락지라는데 꽃이 제대로 피지도 못하고 잎이 나고 있었다.

대견사터 가기 전 달성군민이 식사하는 걸 발견한 여산. 식사는 이미 다 하셨다고 미안해 하면서 쌈장과 손수 농사지은 채소를 얻어왔다. ㅎㅎ

우린 대견사터에서 점심을 먹고 가기로...

 

 

 

 

 

 

 

 

대견사터가 아주 근사하다고 해 기대를 많이 했는데 과연 내려다보는 맛도 좋고 의외로 아주 넓고 석탑도 한기 있다.

여산 작품활동 하는 동안 대견사터에서 아무리 기다려도 여산이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기다리다 못해 전화를 하니 여길 통과해 팔각정에 와 있다고...

아니 왜?

하산로를 착각해 팔각정쪽 빨리 보고 대견사터로 하산하는 줄 알았다고... 그리고 우리 내려가는걸 못 봤다나?

 

 

 

 

 

 

일단 우리가 팔각정으로 가 싸 온 초밥을 쌈 싸서 잘 먹었다. 그때 달성군민이 지나가신다.

팔각정에서 쉬는 동안 여산은 배낭 내려놓고 대견사터를 다녀오고 우린 바로 위 전망대에 올라가 조금 놀았다.

 

 

 

 

 

 

여산 오고 능선을 타고 하산하다 계곡과 만나는 지점. 이쪽으로 올라가면 정상을 가깝게 올라갈 수 있는것 같다.

유가사로 회귀산행 후 물도 뜨고 사진 몇장 찍고 다시 대구로....

 

 

비몽사몽 하는 동안 대구에 도착.

함께 내려 어머니께 인사 여쭙고 빨리 나으셔서 다음엔 집에서 맛있는거 해 달라고.....

15:00 출발.

대구 빠져나가는데 조금 밀리고 고속도로에서도 군데군데 정체구간 지나고 꼬박 5시간 걸려 겨우 평촌 도착.

열무냉면으로 가볍게 저녁 해결하고 여산은 집으로~

좋은 일로 뵈었어야 했는데 병문안을 가게 되어 안타깝긴 했지만 그래도 직접 뵙고 나니 마음은 조금 가벼워졌다.

산이슬도 산에서 기 받아 힘 내 오마니 간병 잘 할것 같다고...

어머니가 빨리 쾌차하셔서 초파일 프로젝트에 산이슬이 함께 했으면 하는 소망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