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10산행기

여름같은 5월, 금남정맥을 걷다 (무릉리- 백령고개, 5/2)

산무수리 2010. 5. 3. 23:25

장수막걸리를 찬양함 - 박찬일(1956~ )

거울은 빈털터리다

우주도 빈털터리다

우주라는 말도 빈털터리다

빈털터리도 빈털터리다

막걸리도 빈털터리다

막걸리가 맛있다


술 마시러 가는 차 안에서 어눌해서 더 유명한 시인이 이 시를 보여줬다. “이 친구 시 어떠신가?”고. “아, 거 술맛 한번 진짜로 당기게 하네!”라고 했다. 이 일 저 일 부탁하고 도모하는 자리 아니라 다 털어버린 빈털터리라야 술도 제 본맛을 내줄 것 아닌가. 의미를 털어버린 말로 마시는 술,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요 술은 술이다’는 지경 아니겠는가. 이 맛있는 시의 경지에 들려 시인은 또 얼마나 빈털터리 허당에 시달리고 있을 것인가. <이경철·문학평론가>

 

코스개관: 무릉리-신선봉-입석갈림길-백암산-독수리봉-백령고개  (10:10~16:30)

멤버: 당나귀 17명

날씨: 여름같던 5월. 햇살이 장난이 아닌 날.

 

 

농수산물 시장앞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남미언니 커플은 신발도 커플룩이다.

박산행 꾼들이 이런 신발을 배낭에 매달고 다녀 신발가게에서 샀다는데 아주 가볍다고. 가격은 마넌.

 

 

오늘은 산행 출발시간이 조금 빨라졌다.

지난번 걸어 내려왔던 걸어 올라가는데 임도길은 참 지겹다. 볕은 완전히 한여름을 방불케 한다. 맨얼굴 내놓다간 얼굴 다 타버리겠다...

 

 

지난번 구간 끝낸 지점에서 출석부 찍고 출발~

초장부터 경사가 힘을 뺀다.

2번 연속 못나왔던 경란씨는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일을 한 덕분에 체중이 5K나 줄어 얼짱에 몸짱까지 됐다.

돈 벌고 살 빠지고 좋겠다, 좋겠어....

옷이 다 커 새로 산 등산복.

 

 

 

 

임도 끝나고 출석부 찍고 올라가는 길 급경사지만 생각보다 많이 올라가지 않고 곧 능선에 붙는다. 오늘 오르내림이 몇번 반복된다고 한다. 대부분 금남 하는 분들은 지난번구간부터 오늘 하는곳까지 무박으로 한번에 하는 곳을 우리는 두번에 나누어 하니 힘도 덜들고 경치도 싫컷 보고 비교적 널널한 편인데도 힘든건 늘상 마찬가지다.

 

 

 

 

 

 

 

 

 

선두는 날아서 가 버리고 오늘은 이대장이 후미.

어제 밤에 먹은 음식이 잘못 되 속이 영 편치 않다고 한다. 그래서 느지막히 후미를 장식하고 동안총무, 성사장은 뭔가 캔다고 또 안 보인다.

남미언니 부부, 경란씨와 보폭을 맞추어 함께 걷고, 작가님과 강사장님이 그나마 보이다 말다를 반복한다.

 

 

 

 

거의 1시가 다 되 신선봉에서 점심 먹기.

경란씨가 내 반찬까지 책임지는데다 남미언니네 럭셔리 반찬 덕분에 오늘은 그야말로 진수성찬.

너무 많이 먹었는지 걷기 힘들 정도다. 밥도 많이 싸오더라니...

이대장은 약을 준다고 하니 괜찮다더니 술까지 마신다. 말리니 괜찮다고...

 

 

 

 

지난번 장군봉 암릉만은 못해도 이곳도 제법 조망이 멋지다.

진달래는 활짝 피어 소박한 아름다움이 있다. 남자들도 꽃 좋아하시냐고 하니 진짜 꽃 매니아는 남자라고...

 

 

꽃보다 남자?

이대장 영 속이 안 좋은지 소화제를 달라고 한다. 진작 드시지. 술도 안 마셨으면 훨씬 나았을텐데....

 

 

 

 

 

 

 

 

 

 

 

 

백암산 올라가는데 하도 힘이 들어 쉬엄쉬엄 갔더니 이미 선두는 다 가버리고 우리만 남았다.

우리끼리 정상 사진찍고 마지막 봉우리라는 독수리봉을 향해서 출발~

 

 

 

 

 

 

 

 

백암봉 오는데 이대장이 열발자국 걷다 쓰러지기를 몇번 반복해 탈출하라고 했는데도 꺼이꺼이 힘겹게 오고 있다고..

무전기 4대 중 세대가 맨 뒤에서 오고 있어 총무님이 바쁘게 앞쪽으로 오신다고..

그러더니 맥주 있다는 말이 기운 차린 이대장이 나타나 맥주를 마신다.

약효가 2시간 지나 나타나는것 같다면서...

우리도 하도 목이 말라 한모금 얻어 마셨는데 정말이지 꿀맛이었다.

 

 

 

 

 

독수리봉에서 단체 사진을 찍었다. 이젠 정말 하산만 남은것 같다.

선두는 역시나 내 달리고 우리는 후미그룹에서 무리하지 않고 간다.

남미언니가 하도 빨리 내 달리니 너무 빨리 가지 말라고 '남미야, 남미야~'  외치는 부회장님.

 

 

 

 

 

 

 

마지막 쉬면서 비장의 동안총무표 얼음냉수 마시기.

그야말로 더위와 갈증이 싹 사라진다.

경란씨 왈 더덕 슬러쉬보다 좋다나?

에이, 그래도 더덕 슬러쉬가 훨 좋지~

 

 

남이휴양림 관내. 뒤에 우리가 온 능선이 보이고...

 

 

 

 

견훤과 관계가 있는 백령성터가 나타나고 곧 승전탑이 나오고 그 아래가 주차장과 정자.

오늘 산행으로 전북에서 충남으로 도경계선을 넘었다고...

 

 

 

 

 

오늘 막걸리 사 온 사람이 많아 차 안 냉장고에 맡겨놓은 막걸리를 잣고개 정자에서 선두가 일잔 중.

안샘은 몸풀기 거꾸로 서기....

무슨 잘못을 했길래 그런 벌을 받냐고 웃기는 동안총무.

오늘 저녁은 애저를 먹고 가자고 결정이 난것 같다.

 

 

 

 

 

차로 1시간이나 되집어 내려가 진안의 진안관에서 애저 먹어보기.

대부분 사람들은 이름조차 처음인지 '애자'인줄 안다. 애자는 전봇대에 붙어 있는거라고 회장님 웃기신다.

애저는 영계백숙처럼 '영돈백숙'으로 나오는데 그 맛도 닭고기랑 비슷하다. 선수들은 돼지껍데기가 맛있다고 껍데기만 골라 먹는다.

다 먹고나면 그 국믈에 김치, 콩나물을 넣고 김찌찌개를 끓여준다.

백숙 국물을 시원한데 일부러 찾아올만한 맛은 아닌게 대체적인 의견들.

7시 출발.

오는 도중 버스전용차선이 끝나 중간에 밀려 평촌에 10시가 넘어 도착.

한 구간만 더 하면 그 다음구간은 대둔산이라고...

또 어떤 산이 우리를 기다릴지 설렌다....

 

-이작가님 사진, 동영상 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