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외.../마라톤

나름대로 후회없이 뛴 중마 (11/7)

산무수리 2010. 11. 8. 22:23

졸음 - 황인숙(1958∼ )


달팽이 시내를 건너갑니다

달팽이 시내를 건너갑니다

달팽이 시내를 건너갑니다

달팽이 종일토록 시내를 건넙니다

유리창 위의 달팽이 한 마리

종일토록 시내를 건넙니다


달팽이가 길을 건너는 모습을 상상해 보세요. 또는 달팽이가 뛰어가는 모습을 상상하셔도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느린 달팽이가 끊임없이 움직인다는 것이죠. 아마 우리가 걷는 모습도 이 달팽이와 닮지 않았을까요? 이 시는 또 건너갑니다, 라는 동사를 계속 사용함으로써 끊임없이 걸어가는 걸음의 모습, 그리고 우리 삶의 끊임없는 경주의 광활함을 은유합니다. 묘하게 시 전체를 그 음이 울리지 않는지요? 그리고 ‘유리창 위’라는 은유가 주는 또 하나의 의미 또는 메시지, 우리가 걷는 길도 유리창같이 ‘저쪽’이 투명하게 보이나 이를 수는 없는, 슬픈 곳이라는 메시지의 깨달음. 그 ‘저쪽’이 어디냐고요? 상상해 봅시다. 시는 상상을 선물합니다. 상상은 시의 소포이며 또한 신의 소포입니다. 뜻밖의 소포를 받은 기분, 어떤지요? <강은교·시인>

 

2주 만에 또 다시  풀을 뛰려고 한다.

춘마에서 연습은 되었기에 2주 전 보다는 두려움이 적다.

토욜 오후 약속이 출장때문에 결국 취소가 되고 하늘한테 초코렛만 전달하고 일찍 귀가.

놀다 늦게 옷 챙기고 찰밥 미리 해 놓고 취침.

 

아침 찰밥에 순두부찌개로 아침을 간단하고 먹고 출발하는데 시간이 촉박할것 같다.

운동장에서 내려 화장실 들리면서 나무천사와 헤어지고 애주가 텐트로 찾아가 배낭 놓고 복장 준비하고 사진 몇장 찍고 디카는 피오나에게 맡기고 출발지점에 가니 이미 길로 나서서 10K 를 헤치고 겨우 후미에 붙어 출발.

 

 

 

 

 

 

그룹별로 간격을 별로 두지않고 바로 출발. 오늘은 게스트도 눈이 즐거운 분들이 안 보이는것 같다. ㅎㅎ

중앙과 춘마의 차이점인 패메. 춘마는 그룹도 세분화 되어 있고 페매도 그룹별로 시간대도 다양하게 많다.

막상 페매가 다양하면 좋을것 같지만 뒷 그룹 빠른 시간대 페매들이 선수들을 휘몰고 앞으로 휙 치고 나가면 그 뒷모습을 바라보는 건 사실 별로 기분 안 좋다.

중앙은 페매가 거의 없다시피 하다. 그래서 이런 상실감이 별로 들지 않는다.

 

올 중앙 분위기는 후미그룹이어서인지 대회같지 않고 LSD 하는 기분.

즉, 별 부담없이 내 속도대로 뛰는데 방해가 없다는 것.

뛰면서 크게 그룹 변동이 없고 뒷동네 분위기는 서로 주로에서 인사하고 사교하느라 바쁜 모습들.

난 사교할 사람도 없으니 조금씩 앞으로 이동해 가다보니 5시간, 4시간40분 페매를 어느새 앞질러 가게 된다.

 

중앙 대회 중 오늘이 가을이 제일 피크인것 같고 그동안 길가 공사도 정비가 되어 길도 안정된 모습.

날은 흐리고 시계가 좋진 않지만 뛰기엔 좋은 날씨.

빤쮸가 이젠 너무 안 어울려 반바지에 긴팔을 입었더니 조금 더운듯 하긴 했지만 복장으로는 고수처럼 보인다고. ㅎㅎ

아무튼 페이스를 거의 처음부터 끝까지 일정하게 뛴것 같다.

이젠 마라톤 풀을 안 뛴다고 해도 별 후회가 없을 정도로 나름대로 내 컨디션에서는 최선을 다했다.

 

25반환점 돌아 30 지점에서 애주가 제이님을 만났다.

이제부터 실실 뛸까 했는데 고수(?)를 만나 큰일 났다고 엄살이시다.

늘 대회 임박해 연습 잠깐 하고 참석하는데도 풀 완주하는게 신기하다고 주변사람들이 그런다. 헌데 이분은 년 1회 이상은 울트라도 거의 꼴지 수준이지만 완주를 하시는 분.

기운 남으실테니 먼저 가시라고 해도 마님 모시고 가야 한단다.

마님 아니고 무수린데... ㅎㅎ

 

사실 30지나면 많이 지친다. 헌데도 옆에서 뛰고 있으니 피차 페이스를 늦출 수가 없다.

기운이 좀 처졌다가도 속도를 자연 내게 된다.

춘마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추월 당했는데 오늘은 그 반대로 거의 추월 당하지 않고 추월을 제법 많이 했다.

20분 페매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걸 보니 잘하면 20분을 깰 수 있을것 같다.

헌데도 막팍 3k 는 정말이지 길고도 길다.

음악소리, 응원소리에 억지로 힘을 쥐어 짰고 드디어 운동장에 가까워 가니 오늘도 무사히 완주를 했구나 하는 기쁨.

내 앞 20분 페매가 들어갔고 전광판 시계를 보니 나도 20분은 깬것 같다. 가을 기록으로는 제일 좋은것 같다.

 

 

 

 

 

 

칩 풀고 기념품과 메달 받고 나가니 나무천사가 기다리고 있다.

애주가 들려 밥 먹고 가라고 해도 굳이 혼자 먼저 간단다. 마음대로 하셔...

제이님과 함께 애주가 들렸더니 우리가 제일 끝이라고...

내 뒤 향기님은 남달모로 가셨다고..

조금 있다 향기님 다녀갔고

밥 먹고 막걸리도 한잔 하고 텐트 걷을때 까지 있었다.

된장국, 돼지불고기, 김치전, 고구마 튀김, 번데기볶음 등 손수 만든 움식들.

그리고 음식 남았다고 싸 주기까지 하고.. (저녁이 해결되었음)

남은 사과를 꽃 대신 오늘도 자신의 기록을 갈아치운 달려야 하니, 탄금대, 실크님께 선물하는 뜀박질님.

그리고 -3 페매 한다던 마사평님은 정작 본인이 -3를 못해 정신 차리라고 아이스박스 얼음 한덩이를 주니 얼음으로 다리 찜질 하느라 바쁜 모습.

아주 모처럼 나오신 몇몇 회원 분들도 계셨고 본인이 뛰지 않는데도 궁금해 나오신 분들.

그리고 자봉 천사 3총사 야생화, 꽃망울, 피오나.

 

매일 퇴근주를 하라는 전 훈련부장님 마천님. 그럼 기록 단축 한다고...

저는 이 기록도 신기하거든요?

그럼 훈련을 하되 빠르게 뛰는 날, 편한하게 뛰는날, 길게 뛰는날로 훈련을 하라 하신다.

이건 가능할것 같다.

그럼 내 최고속도도 알 수 있게 되고 편안한 속도도 파악이 된다고....

 

 

차 3대에 차곡차곡 포개 남은 회원들 다 타고 학운공원에서 남은 음식으로 2차를 갖는다고 하고 난 오늘도 여기서 퇴장.

그리고 목간통 냉탕으로...

감, 고,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