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길의 노래 - 휘트먼(1819~1892)
도보로 경쾌하게 길을 나선다
튼튼하고 자유롭고 세계가 내 앞에.
내가 택하는 곳 어디로든 인도하는 긴 잿빛의 길이 내 앞에 있다.
이제부터 나는 행운을 구하지 않으리라
나 자신이 행운 자체인 것을.
이제부터 난 훌쩍이지 않으리, 미루지 않으며 아무것도 필요치 않으리라
방안의 불평, 책상놀음, 성마른 비판일랑 모두 팽개치고
기운차고 만족스레 나는 한길을 간다. (하략)
‘민주주의의 시인’ ‘미국의 국민시인’ 등의 화려한 수사가 붙어 다니곤 하는 휘트먼은 시인의 길로 들어선 36세부터 일생 동안 첫 시집 ‘풀잎’을 끊임없이 수정, 증보해 임종판까지 9판을 출간했다. ‘풀잎’ 초판의 서문에서 그는 “문학을 비춰주는 구실을 하는 것은 단순성이다…단순성을 능가하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 단순성은 예술을 구하고 그리고 삶을 구하리라. 오늘의 수만 지식과 교양과 장식품들의 수렁에서. <강은교·시인>
춘마 2주 전 하프 기록이 2시간10분대를 넘긴지라 풀을 앞두고 너무 무서워 목욜 30K를 겨우 한번 뛴게 유일한 LSD.
대회용 신발을 신고 뛰었는데 물집도 안 잡혔고 뛰고 나서도 많이 힘들지 않아 (거의 5시간 걸렸음) 무사완주는 할 수 있을줄 알았다.
올 애주가는 중앙이 메인대외 인지라 춘마는 개인적으로 참가하는데 차량 2대로 이동한다고 한다.
사실 두 대회를 다 신청해 놓고 놀토의 춘마는 산행 약속이 있으면 과감히(!) 포기하기로 했는데 아무도 산에 가자는 말이 없다. 인간성 고고함이 초절정 수준이다..
그래서 3년 만에 춘천에 다시 가기로 했다. 산에 못 가는건 조금 서운하긴 했지만 춘마를 뛴다는 설레임은 있었다.
놀토 내내 집 밖도 안 나가고 하루종일 연속극 보다 밤 11시 넘어 짐싸기. (미룰때 까지 미루었다 닥쳐야 하는 이 나쁜 버릇)
푹 자진 못했지만 그래도 잠 못자 못 뛰었다는 변명할 정도는 아니다.
아침에 일어나 밥 해 놓고 남푠이 학운공원까지 태워다 주었다. 10명이 차 두대에 나누어 타고 춘천을 향해 출발.
가평휴게소에서 아침을 해결하는데 사람이 장난이 아니다. 제일 빨리 되는 황태해장국을 먹고 다시 출발.
밥값 내가 냈다. 왜? 한턱 낼 일이 없기에...
춘천시내에 롯데마트 근처 골목에 차 대 놓고 행사장소를 찾아가는데 장소가 바뀌어 어수선하다.
우리는 평마클 팀 텐트에 짐 맡겨놓고 대회 복장으로 준비하고 난 주님부부 찾아나서기.
출발장소, 물품보관소 등이 떨어져있어 어수선하고 보관소도 너무 복잡해 결국 언니를 못 만났다.
출발장소로 이동하는데 길목에 주님부부가 날 발견하셨다. 사부님은 18일 금주 하셨고 언니는 헬스장에서 넘어져 하마트면 허리 부러질뻔 했다고 대회만 앞두면 부상을 당한다고 내년에는 어찌 되었던 신청해 놓고 하프라도 뛰어야겠다 하신다.
파워젤 먹고 물도 마시고 현재 내 수준인 E그룹에 서있는데 내 배번을 본 옆사람이 C가 왜 여기 있냐고 한다.
현재 수준이 그렇다고 하니 자기도 연습 못 했다고 죽는소리인데 대회 내내 못 봤다. 연습 안했다고 해 놓고 잘뛰면 상받나? 사람 기 죽이는 방법도 가지가지다.
출발장소에서 초등 동창도 만나 인사 나누고 E 그룹도 출발하는데 초장부터 사람들이 참 빨리도 뛴다.
오늘 내내 수많은 사람들한테 추월을 처음부터 끝까지 당한것 같다.
계속 뒷그룹 사람들이 치고 올라간다. 괜히 쫓아 갔다간 가랭이 찢어지고 후반에 퍼져 그나마 걸어야 하는걸 아는지라 내 수준에 맞게 천천히 뛴다.
코스는 막판 언덕을 없앴다는데 전반적으로 웬지 거꾸로 뛰는듯한 느낌.
의암호를 바라다 보는 경치, 삼악산을 건너다보는 경치 등이 전만 못한 느낌.
단풍도 기대와는 달리 아직 이른것 같다. 단풍 든 가을에 낙엽 날릴때 뛰면 정말이지 눈물이 날 정도로 아름다웠는데 그래서 그 경치가 눈에 삼삼해 연습부족인데도 참석한건데...
30까지는 뛰어본 거리인지라 거기까지는 힘이 덜 둘줄 알았는데 웬걸? 15부터 힘들더니 20 넘어가 다리를 찍고 되돌아오는데 몸이 천근만근. 하프지점도 거의 10분에 겨우겨우 찍었다. 이 다리에서 유턴을 하지않고 직진을 하면 골인지점까지 30K 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가다 되돌아 가는 사람들도 제법 많다. 아마도 중마를 앞둔 LSD 삼아 온 사람들이리라..
아침에 흐렸던 날씨도 갑자기 쨍하면더 더워져 더 힘들다. 이건 나뿐만 그런건 아니었다. 다들 물을 하도 많이 먹어 배가 불렀다고 한다.
나도 물 마실 동안만은 걸어도 용서가 되는지라 물도 될 수 있는대로 천천히 많이 마셨다.
30 지점 회수차가 보인다. 정말이지 타고 싶었다. 헌데 한번 회수차 타면 힘들면 또 타게 될까봐, 한번 걸으면 또 걷게 될까 그게 무서워 무거워지는 다리를 끌고 가면서 이젠 중앙공원 10바퀴도 남지 않았다고 나 자신을 설득하면서 뛰었다.
다행히 사점인지 뭔지 힘이 조금 덜 든다.
시내가 가까워지니 군부대 앞 군인 아들들이 아주 많이 나와서 '어머니 힘 내세요!' 하면서 응원을 해 준다.
그래, 뛰기에 적은 나이는 아니구나 싶다. 발에는 하프 지나서부터 물집 생기는 느낌이 온다. 발가락 끝도 몇군데가 아프기 시작이다.
3K 정도 남은 곳에서 털보님을 만났다. 진작 앞서 갈 사람이 왜 여기에?
오늘도 컨디션 조절 실패로 걷다 뛰다 했다고. 그래도 힘 남으면 앞서 가라 했더니 그나마 나때문에 지금 뛰는거라는데 같이 뛰다 막판에 뒤쳐졌다.
골인지점은 길거리. 은계언니가 직전에 서서 알아봐준다.
힘겹게 들어왔다. 30분도 진작 물 건너갔다. 칩 반납하는데 언니가 찾아웠다. 사부님은 뛰다 힘들다고 회수차 타야 할것 같다고 넘의 전화를 빌려 전화 하셨다고...
후일담이지만 그래도 회수차는 차지 않고 겨우 완주 하셨다고...
오늘 은근히 더웠나보다. 눈이 따갑다. 이건 또 처음이다. 세수를 안 할 수가 없다.
세수 하고 평마클 텐트에 찾아가니 여자들은 아직 아무도 안 들어왔다고..
곧 야생화, 향기 동상들이 나타나고 달리미님만 안 보인다. 차 있는 곳에 기다리신다고 연락이 왔다.
슈렉, 탄금대님은 운전 봉사에 진작 들어와 차도 바로 길 건너에 가져다 놓으셨다.
슈렉은 오늘도 -3, 내년 동마만 잡으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다고.. 탄금대님도 오늘 -4를 백일홍님과 가뿐히 달성하셨다고...
우리 미녀3총사는 무사완주한 것만도 천만다행이라는데 의견일치.
일단 차를 빼서 다리건너기 전 (무신 다리인지를 모르겠음) 호반닭갈비집에 가니 여기도 인산인해.
안쪽 방이 비어 버스 타고 왔다는 키다리님까지 보태 11명이 룸에 자리잡고 10인분을 시켰는데 다들 물과 간식을 많이 먹어 막상 많이 안 들어간다.
그래서 먹다 조금 남기고 몇몇은 포장까지 해서 4시반 출발.
은계언니에게 연락해 보니 사부님도 들어와 지금 식사하러 가시는 중이라고 운길산 올때 만나자 하신다.
1명이 늘어 우리차에 5명이 타고 가는데 피곤한데 잠은 오지 않는다.
양말을 벗고 싶어도 물집때문에 벗지도 못하고 차가 좀 막히긴 했지만 그래도 8시 전 무사히 안양 입성.
집 앞까지 택배해 주는 서비스 덕분에 뛰는것 자체는 힘이 들었지만 여정은 편안하게 잘 다녀왔다.
슈렉, 노척님 부부와 함께 오다보니 두 패밀리의 히스토리도 자연 들을 수 있고 재미난 마라톤 여행이었다.
이랬던 무수리가 지금은? ---------------------------------> 마마님의 풍모가? ㅠㅠ
이 사진은 2005년 11월 중앙마라톤에서 처음 풀을 뛰던 날.
하프대회 2번 나가고 첫 풀을 걷지도 않고 무사완주. 그 기록이 4시간36분.
발에는 물집도 몇개 생겼지만 아무튼 걷지않고 무사완주. 꾸준히 뛴다고 페매냐는 말까지 들었다.
지금까지 16회 풀을 뛰었다.
세월이 5년 흘렀는데 나이는 5살 먹었고 체중도 5K 는 는것 같다. 기록은 처음 기록과 거의 똑같고 물집도 생긴것도 똑같고.
결국 원점?
체중이 불어난걸 감안하면 이나마도 다행인건가?
초심으로 돌아가라는 경고인것 같다....
2010 조선일보 춘천마라톤 골인영상(4:5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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