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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송년마라톤 뛰던날 (12.18)

산무수리 2010. 12. 20. 00:00

간장 게장 - 지영환(1967∼ )


1

간장처럼 짠 새벽을 끓여

게장을 만드는 어머니

나는 그 어머니의 단지를 쉽사리 열어 보지 못한다

나는 간장처럼 캄캄한 아랫목에서

어린 게처럼 뒤척거리고

2

게들이 모두 잠수하는 정오

대청마루에 어머니는 왜 옆으로만,

주무시나 방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햇볕에

등은 딱딱하게 말라가고

뼛속이 비어 가는 시간에


한말의 한학자 윤우당은 “창자 없는 게가 참으로 부럽구나/한평생 창자 끓는 시름을 모르니”라고 읊었다. ‘無腸公子(무장공자)’라는 게의 점잖은 별칭을 두고 읊은 시인데, 게장에 한번이라도 밥을 비벼 먹어 본 적이 있다면 고개를 흔들 것이다. 작게 퇴화해 잘 보이지 않지만 게에게도 분명 창자가 있다. 그러니 단장의 아픔이 게라고 없을 리 있겠는가. 간장 같은 캄캄한 어둠 속에서 뼈를 비우고도 등딱지마저 밥그릇으로 내어주며 말없이 등골을 빨리는 삶이 여기 있다. <손택수·시인>

 

 

 

 

 

 

 

 

 

 

 

 

 

 

 

 

 

 

매년 12월 첫주 영랑마라톤이란 급조한 단체 이름으로 몇몇이 대회를 나갔었는데 올해 첫주 토욜은 이런 저런 사정으로 참가를 못했다.

그냥 한해를 넘기기엔 조금 아쉬움이 있어 찾아보니 토욜 퇴근 후 뛸 수 있는 대회가 있어 11월 하프를 처음 뛴 고천사와 둘이 하프를 뛰기로 했다.

퇴근 후 순두부 백반으로 점심을 먹고 전철로 뚝섬역에 가니 시간은 남고 밖에서 그냥 놀기엔 쌀쌀한 날씨.

마침 뚝섬역에는 자벌레 모양의 건물이 있어 조망도 볼 수 있고 차나 간단한 식사도 할 수 있는 훌륭한 시설이 있다.

 

커피 한잔씩 마시고 노느니 사진 찍고 노는데 구청에서 사진도 찍어주고 당첨되는 유람선 승선권을 주는 행사가 있다고 해 사진도 찍고 응모도 했다.

트리도 아주 멋지게 해 놓았고 한강을 내려다보는 조망이 햇살 따땃해 정말 좋았다.

우리 옆 테이블 청춘도 대회 나가는 사람인지 얇은 긴팔 상의에 아래는 빤쮸 차림이다. 추울텐데...

 

 

 

우리 둘은 따뜻하게 입고 시작 30분 전 쯤 도착.

3시 출발인데 참석인원이 아주 적은게 가족적인 모습.

정각 출발해 구리시 방향으로 뛰는데 이쪽 경치가 한강이남 보다 좋다.

주로는 눈이 약간 남아 있다 녹은 흔적도 있지만 뛰기에 큰 지장은 없어 보였다.

날씨도 추웠다 풀려서인지 두꺼운 옷이 좀 답답하게 느껴지긴 했지만 천천히 뛰어 괴로울 정도는 아니었다.

 

출발 하는데 하프 뛰는 분들은 고수라나 뭐라나...

출발 해 1K 도 못가 대부분 사람들이 날 추월해 가 버린다. 설상가상으로 오른쪽 발목이 신경쓰인다.

전에 연습할 때도 이런적 있었는데 오히려 좀 뛰면 불편함이 없어진 경험이 있는지라 당황하지 않기로 했다.

앞서서 다 내 달리고 후미그룹에서 뛰는데 10K 선두그룹이 돌아오는게 보이는데 5K 지점도 참 멀게 느껴졌다.

7K 지나 이온음료 마시고 반환점 가까워 가니 여자 선두 지나고 간간히 여자들이 보인다.

반환점까지 본 여자가 4명이니 내가 5번째 쯤 되는것 같았다.

반환점 돌고 1K 지점에서 고천사를 만났다. 여유가 있어 보이고 2;20 패메를 거의 독점(!) 하고 오는것 같다.

자기가 11등이야, 힘내~

헌데 그 이후 여자는 한명도 보이지 않았다.

 

 

 

 

 

 

간간히 힘 빠진 남자들을 추월하고 나도 추월 당하고 하면서 결승지점을 돌아가는데 되돌아 올 때의 거리가 좀 줄어든 느낌이 드는걸 보니 상태가 아주 불량은 아닌것 같다.

앞, 뒤 사람 거의 없이 홀로 뛰어 오는데 석양이 아주 멋지다. 들어와 해를 찍을 수 있을까?

드디어 골인. 전광판 시계는 2분을 지나고 있다. 생각보다 기록이 좋다.

빨리 짐 찾아 잠바 덧 입고 디카를 꺼냈는데 위치 때문인지 해가 보이지 않는다. 아쉽다.

2;20 페매가 들어왔고 그 뒤로 고천사 빨간 모자가 보인다.

뛰어 나가 카메라 들이대니 포즈까지 취해주는 여유를 보인다. 아쭈~

원래는 함께 목간도 하고 밥도 먹을까 했는데 아무 생각도 없고 배도 고픈줄 몰라 그냥 가기로 했었다.

 

전철역으로 가는데 우리보다는 젊어보이는 두 남자가 두분 다 뛰셨냐고 함께 밥 먹고 가지 않겠냐고 청한다.

고맙지만 사양하고 '이거 작업 들어온거 맞지?' 하며 둘이 웃었다.

여자가 워낙 희소해서 일어나는거지? ㅎㅎ

전철을 타고가다 마음이 바뀌어 이수역에서 내려 가는데 친구 세일러마를 우연히 만났다.

장보러 나온거라면서 식당을 물어보니 죽집을 알려준다. (고천사가 자주 체해서 죽을 먹기로...)

밥 보다 더 비싼 죽 먹고 24시간 목간통이 있는걸 아는지라 목간통에 들러 사우나, 냉탕을 드나들며 근육통 줄이기를 하고 집으로~

보람찬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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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lf코스2119박정분여자14:59:38.8416:00:44.4602:02:42.59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