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명 - 이상국 (1946 ~ )
어느날 새벽에 자다 깼는데
문득 나는 집도 가족도 없는 사람처럼 쓸쓸했다
아내는 안경을 쓴 채 잠들었고
아이들도 자기네 방에서 송아지처럼 자고 있었다
어디서 그런 생각이 왔는지 모르지만
그게 식구들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나에게 창피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날이 밝으려면 아직 멀었고
나는 나 자신을 위로해야 했으므로
이 생각 저 생각 끝에
아, 내가 문을 열어놓고 자는 동안
바람 때문에 추웠던 모양이다, 라며
멀쩡한 문을 열었다 닫고는
다시 누웠다
새벽에 자다 말고 일어나 뭐 하느냐고 아무도 물은 바 없는데 지레 변명을 한다. 들킨 게 있기 때문. 또 하나의 자기가 타자가 되어 자신의 마음과 행동 다 본 걸 알기 때문이다. ‘나는 집도 가족도 없는 사람처럼 쓸쓸했다’고 반동과도 같은 알몸의 진실 토설한 일을 잠든 가족에겐 미안해하고 허술히 틈을 내준 자기 자신에겐 창피해하는 한 가장. 이 깊은 내성으로 뭉친 염결(廉潔)한 주체를 어찌해야 할까. 고독한 맘 쓸쓸한 감정이 밀려온 때는 진정한 자아가 머나먼 곳으로부터 깜빡이 별을 켜고 자신의 얼굴을 보러 온 때. 이 어둑새벽의 일이 기록된 것은 그 때문. 변명의 기록으로 그 얼굴을 가리고 품는 것. <이진명·시인>
1월말부터 2.4주에는 땅끝기맥을 했고 1,3주에는 당나귀 산행을 쫓아가니 주말엔 다른 스케줄을 잡을 여유가 없었다.
동마를 황사비때문에 포기하고 5월 공휴일에 뛸만한 대회를 막상 찾아봐 찾아낸게 화성효마라톤. 대회가 매 주말마다 있는데도 막상 뛸만한 대회 찾는것도 쉽지는않다.
혼자 가기싫어 남푠과 둘이 대회 신청해 놓았는데 남푠은 5.1 5산종주 산악마라톤 뛴 직후라 부담된다고 했다.
집에서 멀지 않아 7시 넘어 출발해 전철 타고 병점에서 내려 마을버스 타고 수원대 앞에서 내려가니 10시 대회시작인데 너무 일찍 간것 같다.
오늘 대회는부수적인것 같고 가족달리기기 주인것 같다. 대회 신청 인원도 여자는 하프 39명 밖에 없다.
장바구니도 하나 얻고 초코렛, 액상커피도 나누어줘 얻었다. 운동장에는 뭔가 텐트가 가득하다.
스텐드에 앉아 놀다 옷 맡기고 식전행사인 장황한 개회식과 아주대 응원단 공연에 효행 시상식등..
한 꼬맹이가 내 쫄바지 입은 다리를 만진다.
엄마가 깜짝 놀라면서 엄마 아니라고 말린다. 촉감이 좋은건지... ㅎㅎ
날씨는 땡볕인데 그늘은 서늘해 어정쩡 하게 왔다갔다 하다 출발.
외국인이 의외로 많다. 다들 앞으로 내 달리고 교문밖 내리막을 내려가며 나중 이 오르막을 어찌 올라오나 걱정하면서 우측으로 가는 주로.
이미 후미그룹이고 10k 갈림길 지났고 반환점 도는 코스인줄 알았는데 한바퀴 도는 길이다. 나름대로 코스를 신경 많이 쓴것 같다.
여자는 거의 안 보인다.
길에 앉아 계시던 젊은오빠가 15번째란다. 여자가 워낙 적으니 눈이 뜨인다.
초장부터 후미그룹인지라 추월 당할 염려는 거의 없었고 제 속도로 가니 꾸준하게 추월하며 가는 수준.
특히나 내가 뛰는 후미쪽은 연습 제대로 안한 대학생들도 있고 회사 단체팀들도 역시나 제대로 연습 안한 티가 나 벌써부터 걷다 뛰다 반복이다.
오늘 대회 뛰어보고 계속 뛸것인가를 나 나름대로는 시험하는 대회인지라 긴장 늦추지 않고 꾸준하게 뛰려고 노력.
아침엔 바람이 불어 시원해 좋았는데 점차 땡볕이 되 가고 오늘따라 1K가 왜 이리 멀게 느껴지는지....
코스는 소읍 동네를 뛰는 수준으로 행사진행 경찰들 모습만 보이는 한적한 길.
말로만 듣던 대학들을 실제로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젠 정말 얼마 남지 않았는데 큰길에서는 벌써 차량통제가 풀리 뛸 수 있는 1차선만 겨우 놔두고 교차로에서도 주자 봐 가면서 통과 시킨다.
막판에는 새로 조성된 아파트를 끼고 돌아나오니 교문이 보이는데 진작 뛰고 집에 가는 사람들도 많은데 뛰려니 조금 벌쭘했다.
아무튼 끝까지 나름대로는 꾸준한 속도로 마지막 교문 언덕을 들어서니 수고했다 한다.
헌데 표찰을 준다. 15등. 아주 한참 기다렸다고....
6등까지는 공식 상금 시상을 했고 15등까지는 쌀 10K를 준단다.. 웬일이니...
거의 2시간 10분대 기록으로 상품이라니 민망타. ㅎㅎ
옷 찾고 남푠에게 전화해 만나 기념품 받고 쌀을 받은것 까진 좋았는데 들고 가는게 문제.
근처 텐트에는 동네별로 식사대접을 하는게 우린 먹어도 되는건지도 모르겠고 쌀 때문에 움직이는것 조차 힘들다.
기념사진 한장 찍으니 좀 다정하게 서시라는 말을 오늘 두번이나 들었다. ㅎㅎ 안 친한게 너무 티났나?
버스를 겨우 탔고 병점역에서 하드 한개 사 먹고 범계역에 와 냉면 먹고 집에 오니 여재뭉이 먼저 도착해 와 있다.
씻고 동상과 tv 보다 혼자 자다 깨 정신차리고 놀다 살 쪄 못입는 옷 몇개 불하하고 동상은 집으로.....
뛰고 나니 산에 갈때와 달리 하루가 참 길다......
박정분 | 8011 | 16 | 02:07:47 |
박정분 | 8011 | 16 | 02:07:47 |
지방대회에 잘 나가면 희소성 덕분에 이렇게 상도 타는구나... ㅎㅎ
사족-대회 본부에서 전화. 16인데 쌀 타 반환 하라는줄 알았는데 하프 여자 최고령자라고 기념품 준다고..
호두 한세트 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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