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돌부처 -이태수(1947∼ )
경주 남산 돌부처는 눈이 없다
귀도 코도 입도 없다
천년 바람에 모든 껍데기 다 내주고 천년을 거슬러 되돌아가고 있다
안 보고 안 듣고 안 맡으려 하거나 더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다
천년의 알맹이 안으로 쟁여 가기 위해, 다시 천년의 새 길 보듬어 오기 위해
느릿느릿 돌로 되돌아가고 있다
돌 속의 둥근 길을 가고 있다
귀도 코도 입도 다 떼어내 버렸으니 천년 결가부좌도 풀어졌겠다. 끌과 정으로 파내려 간 가사 옷주름이며 공을 들인 얼굴 윤곽까지 희미해져서 잔잔하게 웃는 돌주름과도 구분이 가지 않겠다. 부처도 법도 다 잊고 망각을 향해 되돌아가는 저 둥근 길로 빗물이 들고 이끼가 찾아들 것이다. 보호망에 가려 감히 얼씬도 못 하고 돌아서야 했던 먼지 한 점마저 왕오천축국전 법을 구하러 머나먼 여행길에 오를 것이다. 이제, 선정에 든 건 부처가 아니라 돌이다. 바람에 쓸리는 모래알이 진신사리다. <손택수·시인>
당나귀 안샘 병문안을 당나귀들은 12/15 단체로 다녀왔는데 난 산행 약속이 있는지라 불참.
근무지가 젤로 가까운 동안총무님은 그 후에도 몇번 다녀가셨다고 한다.
안샘 블로그를 통해 간간히 근황은 파악하고 있었다.
오늘 시한부 백수모드 돌입하는 날 속이 뒤집어져 점심약속도 취소하고 MP3는 2번째 고장이 나 a/s 센터에 들리니 충전을 안해서 그렇다는데 집에서는 충전 조차 되지 않았는데 졸지에 사람을 바보 만든다.
아무튼 작동이 되니 일단은 안심하고 안샘 병원으로 가기.
들린다 연락은 했지만 예상보다 너무 빨리 도착했나보다.
나 준다고 법문 들으며 수세미를 뜨고 있는데 미처 다 뜨기도 전에 가니 깜짝 놀란다.
다행인지 이 시간은 방문객이 없어 혼자 독차지 하고 이런 저런 이바구 나누기.
아가씬줄 알다 계론한줄 안지도 얼마 안되는데 아들이 둘씩이나 된다고 해 또 한번 놀랬다.
노트북 연결해 놓고 침대 밥상에 노트북 펼쳐놓고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그 와중에 수세미 뜨는 실이 다 떨어져 친구보고 사오라고 했는데 안 사와 인터넷으로 주문해 뜨고 있는 거라고... ㅎㅎ
오마니 걱정하실까봐 연수간다고 했는데 기브스 한 다리로 무슨 연수를 가냐고 가끔 전화가 오면 주변 사람들이 너무 잘해 줘 밥도 갖다 주고 다 해준다고 한단다. (맞는 말이다 ㅎㅎ)
움직이면 수술하게 될지도 몰라 꼼짝 말라고 해 입원을 했는데 20일이 다 되 가는데 아직 붙을 기미가 없다고 해 2주 정도 더 지켜보고 퇴원을 해야 한단다.
도치 입학하던 해 역시나 다리 골절로 고생한 적이 있는걸 아는지라 넘의 일 같지 않다.
그래도 아는 병이고 시간이 지나면 낫는 병이니 불행중 다행이라 여긴다는 넓은 마음의 소유자.
아침이면 남푠께서 와 정리해 주고 씻겨주고 가시고 낮에는 얼씬도 안하신다고... ㅎㅎ
손님이 사온 죽을 밥 못 먹은 날보고 가져가라고 해 수세미에 죽까지 싸 들고 귀가.
병문안 가 사은품 받아오는건 또 처음이라 웃었다.
병문안 또 오기 전 빨리 쾌차하면 좋겠다는 소망을 담으며....
-사족; 은희경 책 택배가 늦게 도착해 제가 다 못 읽었습니다. 다 읽으면 빌려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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