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로(寒露)’-이상국(1946~ )
가을비 끝에 몸이 피라미처럼 투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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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가 물수국 보니
꽃잎들이 눈물 자국 같다
날마다 자고 나면
어떻게 사나 걱정했는데
아프니까 좋다
헐렁한 옷을 입고
나뭇잎이 쇠는 세상에서 술을 마신다
마른 잎 서걱이는 바람소리 스산하다. 언뜻 비 한 번에도 기온은 쑥쑥 떨어질 게다. 이슬도 엷은 얼음물 밑 피라미처럼 투명하고 차갑다는 한로. 여름내 물가에 방울방울 꽃 피워 시원함 탐스럽게 자랑하던 수국도 이제 오들오들 춥고 가난하다. 이 가난한 계절 어찌 날까 염려 걱정 차라리 병들어 털어버리니 홀가분하다. 투명한 조락(凋落)의 계절 마음 또한 투명하게 비워 음미하시길. <이경철·문학평론가>
겨울 성인봉에서의 야영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해 평생에 쉬운 기회가 아닌것 같아 신청을 했다.
한산 등산학교 동문회 주관인데 청소년위원 해일씨가 행사 주관 담당자라고 했다.
1.13 (목) 자정 강변역에서 만나 버스로 포항에 가 배 타고 들어간다는데 무거운 짐은 케이블카로 산으로 올려주고 우린 가벼운 짐을 진다고 해 야영장비는 카고백에 넣고 난 작은 배낭 매고 출발.
강변역에 가니 차에 널널하게 갈 수 있는데 가족팀도 있어 조금은 의아 했었다.
버스는 밤새 달려 새벽 포항에 내려놓는다.
예약한 식당에서 동태국으로 아침을 먹고 배는 9시반이나 되야 출발한다고 해 방에서 한숨 잤다.
자고 일어나니 청소년위원 말고도 안면 있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드디어 배를 탔다. 날씨가 나쁘면 배가 못 뜰텐데 일단은 뜨니 울릉도에 가긴 가나보다 실감이 갔다.
배멀미는 자는게 장땡인지라 억지로 눈 감고 꼼작도 안하고 앉아있었더니 속이 조금 메시꼽긴 했지만 약 먹지 않고 무사히 3시간반 만에 울릉도에 도착했다.
울릉도 도동항에 내리니 여기도 구제역 예방으로 소독약을 뿌리고 있다.
우리 짐은 산행에 지고 올라갈것 빼고 트럭에 실었고 미니 버스타고 식당으로 이동해 비밤밥으로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바로 산으로 출발한다고 했다.
밥 먹은 장소가 나중에 하산해 묵을 울릉콘도였는데 눈이 정말 많이 쌓여있어 울릉도에 온걸 실감하였다.
함께 배 타고 온 사람 중 부부팀 2팀과 모녀팀4명 등 8명은 남고 나머지 사람들은 콘도 바로 뒤 KBS 방송국 코스로 성인봉에 올라간다고 한다.
등산로 입구의 집들은 눈이 창문까지 쌓여있는데 대부분 이런 집들은 겨울엔 비워놓는다고 한다. 아무튼 이렇게 눈이 많이 쌓여 있는 모습이 신기했다.
우리를 안내할 울릉도 현지가이드 최희찬씨와 서울에서 함께 온 최희돈씨는 산악스키를 타고 산에 오른다고 하는데 그냥 걷기도 힘든 길을 스키를 타고 올라가면 매우 힘들것 같았다.
산악스키는 일반스키와 달리 오르막에서는 부츠 뒷쪽이 떨어지고 하강시에만 붙여 활강을 한다고 한다.
눈은 생각보다 정말 많이 쌓여 있었다. 한사람 다닐 정도의 길이 러셀이 되어 있긴 했지만 자칫 잘못 밟으면 빠지는 곳이 곳곳에 있었고 다리에도 눈이 쌓여있는 모습은 특히나 인상적이었다.
멀리 우리가 묵을 말잔등이 보였다.
우리가 올라가는데 부산에서 왔다는 여자가 홀로 하산을 하고 있다. 단체에서 떨어진줄 알았더니 혼자 배타고 들어왔다 산행을 하다 시간이 늦어져 하산해 내일 다시 올라오려고 했다는 말을 들은 사람 몇몇이 이 여자를 데리고 함께 올라오고 있었다.
정자에서 쉬는데 성인봉에서 내려온다는 한 남자가 지금부터가 정말 힘들다면서 이 사람은 배낭카바를 깔고 엉덩이 썰매를 타고 내려갔다.
원래 계획은 성인봉 찍고 말잔등을 가는줄 알았는데 시간도 늦어져 성인봉은 내일 아침에 올라가기로 하고 선두 3명 빼고는 바로 말잔등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헌데 말잔등쪽은 그나마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는 곳이라 발자국이 거의 나 있지 않아 특히나 많이 빠지고 힘이 들었다.
말잔등에 출발한지 4시간 만에 겨우 도착하니 눈이 많이 쌓여 있고 우리팀인지 넘의 팀인지 모를 사람들이 몇몇이 야영 준비를 하고 있었다.
우리도 짐을 찾아 저녁을 해 먹을 준비를 하려니 짐 2개가 도착하지 않았는데 그 짐중 하나가 내가 잘 텐트였다고 한다.
물도 없어 눈을 녹여 밥을 하려니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몸도 식어가니 저녁준비가 제대로 되는것 같지 않다. 더구나 텐트 가져온 사람이 거의 없어 다들 잠자리 만드느라 눈을 쌓고 다지고 바쁜 모습이다.
어제 아침 출발해 우리가 올 길을 러셀하고 4명이 먼저 왔다는 짱가를 만났다. 이팀은 텐트를 치고 있어 양해를 구하고 내복도 입고 양말도 갈아 신었다.
눈 녹여 밥을 하려니 시간이 늦어지고 배는 고프니 고기부터 구워먹어가면서 밥은 늦게 해 겨우 허기를 면할 수 있었다.
이젠 잠자리를 마련해야 하는데 해일씨 배낭에서 타프가 한장 나와 타프로 뚜껑을 만들고 그 뚜껑 안에 침낭카바와 침남을 만들어 잠자를 만드는데 난 동계침낭이 아닌지라 얼어 죽을까봐 원정용 우모잠바에 양말, 모자 장갑까지 끼고 잠을 청한다.
원래 야영은 함께 둘러앉아 먹을걸 나누어 먹으면서 담소를 나누는 즐거움이 큰건데 다들 추위때문에 허기만 면하고 각자 알아서 잠자는 분위기. 안쪽 자리가 그중 덜 춥다고 젤 안쪽에서 잠을 청했다. 이 밤이 빨리 지나가길 기다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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