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11 산행기

성인봉에 서다 (1/15)

산무수리 2011. 2. 5. 08:43
'사랑에게’ - 백인덕 (1964 ~ )

약국을 지나고 세탁소를 지나고 주인이 졸고 있는 슈퍼를 지나

비디오 가게를 지나고 머리방을 지나고 문구점을 지나서

아이들이 버린 놀이터를 지나 네거리 신호등 앞

사랑아, 네게로 가는 길은 규칙이 없다.

놀이터를 지나고 문구점을 지나고 푸른 등 머리방을 지나고

비디오 가게를 지나 주인이 졸고 있는 슈퍼를 지나고

세탁소를 지나고 약국을 지나 영원히….

사랑이란 주제는 영원한 주제이다. 그리고 또 깊은 상처의 일상성을 지닌다. 상처의 저축이다. 시는 그 상처의 끝에서 보다 깊은 삶의 벼랑을 만나게 할 것이다. 그래서 보편성이 될 것이다. ‘지금 여기’다. 약국과 비디오가게와 세탁소와 머리방과, 금지와 허가의 신호등이 있는. 사랑이 있는 곳은, 당신이 성취해야 할 사랑은 빛 바랜 곳도, 것도 되어서는 안 된다. 시간에 먹히는 추억이 되어서도 안 된다. 상처의 저축-. 그것이 사랑의 시를 준다. 일상의 꽃으로 사랑을 변형시킨다. 사랑이란 주제는 ‘변형’이란 시의 주제로 그 몸을 바꾼다. 오늘 당신의 양말 속엔 사랑이 숨쉬고 있는가. 문을 닫는 순간 지하철을 타는 순간 변형되는 상처의 저축이. 적금 탈 날은 아직도 먼가. <강은교·시인>

 

 

 

텐트에서 잘 걸 예상했다 플라이만 치고 자게 되니 아무래도 추웠다. 더구나 내 침낭은 동계용이 아닌지라 추워 밤새 웅크리고 자니 온 몸이 뻣뻣했다. 자다 깨다를 반복했는데 주변에 일어난 기척이 없어 계속 누워있다 기척이 있어 일어나보니 나만 늦게까지 누워있었나 보다.

플라이 치고 침낭카바 까지 했는데도 새벽부터 내린 눈 때문인지 바람 때문인지 침낭 안까지 성에가 허옇게 끼었고 세상은 뿌옇다.

 

 

눈 녹여 물 끓여 전투식 비빔밥을 아침 대용으로 먹었다. 그나마 우리는 플라이 아래에 있어 눈은 맞지 않는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아침 해결해고 케이블카로 내려보낼 짐과 메고 내려갈 짐을 구별해 쌌다.

헌데 오늘은 바람이 불어 케이블카가 못 내려온다고 한다. 이미 짐을 다 싼 상태라 그냥 하루는 옷 갈아입지 않고 참기로 했다.

케이블카 짐을 부대 안으로 옮겨 놓고 기념사진 찍고 출발 준비를 하니 이미 10시가 넘은 상태.

 

완전무장한 종남씨와 함께. 누구인지 알아보기도 힘들 지경...

 

 

 

 

 

 

10시 반도 훨씬 지나 출발하는데 어제 러셀 되어 있던 곳도 이미 눈에 덮여 있어 선두는 역시나 어려움이 있나 보다.

아무튼 중간 그룹에서 출발하는데 시계는 좀 트이는것 같은데 바람이 부는 곳은 제법 춥다. 울릉도가 이 정도 날씨면 다른 곳은 정말 많이 추울것 같다. 그래도 바람이 가리는 곳은 추운줄 모르겠다.

 

 

 

 

 

 

 

 

출발한지 1시간 만에 성인봉 도착.

다들 사진 찍느라 바쁘다. 우리가 잤던 말잔등도 보이고 아무튼 일단 기분은 좋다. 사진 찍고 내려와 나리분지로 하산사는데 경사가 장난이 아니다. 눈도 엄청 쌓여 있다.

한명이 다리에 쥐가 난다고 해 약 하나 주고 다른 사람이 배낭을 대신 지어 주니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날 보고 무슨 약을 준거냐고 웃긴다. ㅎㅎ

 

 

 

 

일부는 직진으로 내려가고 우리는 좌측으로 걸어 내려가는데 결국은 우리들도 다 엉덩이 썰매를 타고 내려가는데 처음 탈때는 경사가 급하고 제동이 안 되 정말 무서웠다. 헌데 경사도 완만해지고 속소 조절이 가능한 곳에 와 타니 정말이지 재미있었다.

비닐을 준비한 사람은 더 깔끔하게 내려가고 우리처럼 그냥 내려가는 사람들은 눈 다 아래로 끌고 내려가지만 그래도 재미 있었다.

한두 명은 그 와중에 스틱이 부러졌다고 한다.

 

다 내려오니 우리가 길 찾느라고 헤매느라 초장에 시간이 걸려 후미가 되 버렸다.

이곳에서부터 한참을 걸어 내려왔다.

 

 

 

 

 

군부대 지나 마을이 나오고 예약한 식당에서 산채 비빔밥을 먹는데 그야말로 꿀맛.

잠바 주머니까니 눈이 가득 들어었어 한참 웃었다.

 

 

 

 

밥 먹고 나서도 버스 타는곳 까지는 한참 걸어 내려가야 한다는데 환자가 생겨 트럭이 내려간다고 우리들은 짐칸에 구겨서 탈 수 있는 만큼 다 타고 내려가는데 경사가 그야말로 장난이 아니었다. 몇몇은 눌려 다리에 쥐가 난다고 엉거주춤 서서 갔다.

문제는 안 타고 걸어내려 와야 하는 세 사람이 제일 경로분들이라고.... ㅎㅎ

이분들 우리보고 짐과는 같이 안 다닌다고 웃긴다. ㅎㅎ

 

 

하루 먼저 와 말잔등까지 러셀 하느라 힘들었다는 짱가 부부. 정말 많이 닮았다...

 

천부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대합실이 tv까지 설치되어 있어 앉아서 한참 놀다 버스 타고 출발.

 

 

버스 기사님은 울릉도 안내 하느라 바쁜데 다들 피곤해 거의 잠든 모습들. 창문을 닦아도 계속 김이 서린다.

중간에 내려 사진도 찍으라는데 한, 두명 빼고는 관심도 없다. 그냥 숙소로 고고씽~

숙소에 오니 관광팀은 기름이 떨어져 씻지도 못하고 식을까봐 이불을 깔고 앉아있다.

어제 비박 안한 부부팀은 오늘 새벽 성인봉 올라와 아침 얻어 먹을 생각에 올라왔었다고 한다. 헌데 전화를 해도 받지 않고 말잔등 가는 길은 러셀이 제대로 안 되 있어 그냥 내려왔다고 한다. 그리고 일요일 배가 못 뜬 다고 미리 알고 있어 토요일 배가 나가면 타고 나가려고 부랴부랴 내려갔다고....

헌데 토요일도 배가 뜨지 않았다고 한다.

 

 

저녁 먹는 자리는 울릉도 산악회에서 주관하는 자리라 한치회도 나왔다.

관계자들 인사 소개를 했고 맛있는 저녁을 잘 먹고 주립대 청강생인 난 좀 일찍 숙소로 돌아왔다.

기름을 넣어 주어 씻고 옷은 못 갈아입고 모처럼 지붕 있는 곳에서 잘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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