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11 산행기

동계 서락을 가다 1 (1/6~7)

산무수리 2011. 1. 10. 00:11

‘백담사 2’-조병화(1921~2003)


밤이 깊어지니

별들이 하늘에 내려와

목욕을 하더라


하늘은 너무나 넓어서

물장구를 치는 애기 별도 있더라


만해도 별이 되어

백담사도 시도 벗어 던지고

하늘로 목욕을 하러 떠났더라


멀리 한양에서 찾아온 이들,

아랑곳없이.


깊은 밤 백담 계곡 걷자니 별이 물처럼 흐르며 길 비추더라. 선방 스님들 못 참고 가부좌 풀고 나와 별빛같이 왁자지껄 멱 감더라. 백담사에서 『님의 침묵』 시 쓰던 만해도 침묵하는 부처님 손 이끌고 내려와 첨벙첨벙 멱 감았을 한여름 설악 백담 계곡. 이제 한양은 물론 세계의 별 같은 시인들 만해 이름으로 모여 시로 멱 감고 있네. <이경철·문학평론가>

 

만나는곳: 2011.1.6 (목) 7:00 길음역 5번 출구

코스개관: 용대리-백담사-영시암-수렴동대피소-쌍폭-봉정암-소청-중청(1박)-대청-중청-소청-희운각-양폭대피소-비선대-와선대-신흥사-설악동-속초중앙시장-용대리(차량회수)-길음역

멤버: 한산 청소년위원 4명

교통편: 신샘 차량 이용 (운전봉사 홍잘난)

날씨: 최저기온이라고 했는데 바람이 불지 않고 화창해 생각보다 춥지 않았음.

 

우리끼리 즐겁게 산에 다니면 된다고 한 후 처음 하는 산행.

전부터 신샘과 기회되면 함께 지리 종주를 하기로 했었기에 일단 날짜를 잡았고 멤버 모집을 했는데 공사다망해 넷만 최종 참석하게 되었고 꼭 지리를 가고 싶은게 아니라 겨울산을 가면 된다고 해 지리 다녀온 날 배려하고 차량을 이용해 갈 수 있는 설악을 가기로 최종 결정.

지리는 3일 예정이었지만 설악은 2일이면 될것 같다고 해 1박 일정으로 날짜도 수정되었다. 코스, 식단 등은 홍샘과 신샘이 알아서 다 짜고 난 그냥 쫓아가기만 하면 되었다. 아니, 대피소 예약만 내가 했다.

원래 설악 코스도 한계령에서 공룡을 생각했는데 도로사정, 교통편 등을 고려해 눈이 많이 와도 접근 용이한 백담사 코스로 가기로 했고 하산 코스는 상황 봐 가면서 결정하기로 했었다.

 

 

길음역에서 신샘 차로 출발. 차 막히지 않고 휴게소 쉬자는데도 싫다고 기사말 무시하고 용대리 시내에서 빵, 소주 한병만 사서 용대리 도착.

백담순두부에서 순두부 백반을 먹는데 신샘은 정작 순두부는 먹지 않고 밥과 반찬만 먹는다. 아침밥 많이 안 먹는다는 홍샘이 순두부 2그릇 깨끗하게 해 치워 우릴 어이없게 만든다. ㅎㅎ

각자 중복되는 짐, 먹을것 등은 차에 놔 두고 차를 주차장에 대고 출발.

 

9:50 산행 출발

 

 

 

 

동절기에는 백담사 셔틀이 운행되지 않아 6K 정도를 걸어 들어가야 한다. 절 관계자 차량만 간간히 오가는 이 도로를 언제 걸어 보겠냐고 위안하며 걷는데 평지부터 내가 꼴찌에서 헤매고 있다.

1시간 15분 만에 백담사 도착. 잠시 쉬면서 사진 찍고 출발.

 

 

 

 

설악에 의외로 눈은 많지 않았다. 헌데도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는 않았는지 러셀 된 길이 넓지는 않다. 간간히 내려오는 사람들은 몇명 만나긴 했지만 정말이지 한갖진 풍경이다.

 

 

영시암에 도착하니 보온물통에 따뜻한 물을 마실 수 있게 해 놓아 따뜻한 보리차에 과자를 간식으로 먹고 한참 놀았다. 사실 중청 예약은 하긴 했지만 과연 늦지 않게 도착할 수 있을까 염려를 했었다.

워낙 이 코스를 오랫만에 가는지라 길에 대한 개념도 잘 들어오지 않고 시간도 감이 오질 않는다.

 

 

 

5년 전 산 잠발란 등산화를 한번도 신지 않다 오늘 처음 신었다는 신샘은 초장부터 발이 아파 쩔쩔맨다. 2006년 옥주봉 원정 훈련산행으로 한라산 박산행을 할때도 이중화 처음 사 신고 와 엄청 고생해 하산할 때는 내 비블암과 바꿔줬더니 신발 도로 바꾸자고 할까봐 내달려 불편한 등산화 신고 나까지 헤맨 경험이 있었다. 이 신발은 그 정도는 아닌데 아무튼 많이 불편한가 보다.

 

 

 

폭포는 꽁꽁 얼어 넘친 모습들이 낯설고 새롭다.

새로 지은 수렴동대피소를 처음 보는것 같다. 수렴동에서 중청이 4시간50분. 봉정암이 3시간반 으로 적혀 있는데 우린 거의 쉬지 않고 올라가 2시간 반 만에 봉정암에 도착.

 

 

 

 

 

봉정암도 아주 한갖진 모습인데 올해 고3 학무보 되는 신샘, 홍샘 사리탑 다녀오라고 해도 안 간다고 해 그냥 통과.

 

 

 

 

 

 

 

 

봉정암에서 소청대피소까지는 별로 멀지 않은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아주 멀었다.

그래도 소청대피소 마당에 서니 시계가 팍 트이면서 지리에서는 볼 수 없는 파노라마 같은 경치가 펼쳐진다. 설악도 여러번 왔지만 이런 감동은 또 새롭다.

대피소에서 기념으로 캔커피, 콜라를 사서 마시는데 콜라가 따뜻하다. ㅎㅎ

오늘 춥지 않았냐고 하니 -15 밖에 되지 않았고 바람도 별로 불지 않아 추운 날씨가 아니라는데도 실내에 들어서니 디카 렌즈가 뿌옇다.

 

 

 

 

 

 

 

 

 

 

소청에서 중청 대피소는 정말 멀지 않다는데 이길도 오랫만이어서인지 참 새롭다.

출발해 7시간 반 만에 아이젠 하지 않고 무사히 중청 도착. 어찌나 기쁘던지....

방 배정 받고 일몰을 보러 나가니 그새 예쁜 빛깔이 사라져 조금은 아쉬운 경치.

 

 

 

 

대피소는 생각보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뜨문뜨문 이긴 하지만 1,2 층에 사람이 골고루 분포.

내일 아침까지 물 2병을 사서 저녁에는 알파미와 청국장찌개, 그리고 삼겹살.

이곳 소등은 9시라고 한다. 너무 일찍 자면 잠 안 올까봐 밖에 나가 별도 보고 속초 야경도 보고 9시까지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데 대부분 사람들일 일찍부터 자는 모드.

누웠다 일어날 때마다 낮은 천장에 머리 부딪쳐 가면서 중청에서의 밤이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