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외.../2011 일기

울릉숲길 걷기 (내수전, 1/17)

산무수리 2011. 2. 5. 12:41

탱자나무 여인숙 - 서규정(1949∼ )


가시가 가시를 알아보듯

상처는 상처를 먼저 알아보지

맨살을 처음 감싸던 붕대가 기저귀이듯

쓰러져 누운 폐선 한척의 기저귀를 마저 갈아주겠다고

파도가 하얀 포말로 부서지는 그 바닷가엔

탱자나무로 둘러쳐진 여인숙이 있지

들고 나는 손님을 요와 이불로 털어 말리듯 빨랫줄보다

안주인이 더 외로워 보이기를

바다보다 더 넓게 널린 상처가 따로 있다는 듯이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손에 들고

탱자나무에 내려앉는 흰 눈

모래 위엔 발자국

손님도 사랑도 거짓말처럼 왔다, 정말로 가버린다


상처를 꾸미거나 애써 숨기지 않는다. 그렇다고 자극적인 고백 쪽으로 치우치는 것도 아니다. 그저 담담히 풍경을 바라보듯 자신의 상처를 들여다볼 뿐이다. 떠도는 자의 눈에 들어온 풍경은 곧 자신의 육체이기도 하고 연민이 태어나는 자리이기도 하다. 가시와 가시 사이의 상처를 이해하는 행위를 통해 퇴락한 풍경이 아름다워진다. 겨울바다처럼 텅 빈 가슴 위로 내리는 흰 눈이 떠나버린 발자국을 잊지 못하는 가슴 위로 내린다. <손택수·시인>

 

 

 

 

 

이제부터는 우리가 주방일을 도와드려야 한다고 해 어제 저녁엔 종남씨가 부산댁과 함께 설것이를 해 놓고 왔다고 해 오늘 아침엔 나와 영란씨가 함께 설것이 하는데 물이 얼어 나오지 않아 관리실에서 물을 퍼다 날라야 했다.

물은 남자 동문들이 퍼다 날라주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오늘은 관광버스 대절해 버스 투어 후 오후엔 울릉도 둘레길을 걷는다고 한다.

눈 때문에 숙소 앞까지 차가 오질 못한다고 해 터널 아래까지 오늘도 걸어 내려가기....

 

 

 

 

 

 

 

성인봉 산행 후 탔던 그 기사가 똬 와 일부 설명은 중복되긴 했지만 아무튼 차로 갈 수 있는 곳 최대한으로 운행해 주었고 중간중간 내려 사진을 찍게 해 주었다.

 

 

섬목에서 준비한 라면 끓여 먹기. 사람이 많은지라 기다렸다 먹으니 많이 먹어도 헛헛하기만 했다. 그래도 여자가 몇명 안 되 미리 먹게 해 주어 대충 먹고 물러났다.

 

 

이곳에서부터 옛길 걷기라는데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옛길까지 찻길을 한참 걸어야 했다. 눈이 많이 쌓여 있어 차가 올라갈 수 없지만 눈 없을 때는 갈 수 있는길 같다.

주립대 장학생들은 시내 나가 회 먹는다고 남고 부산댁도 회 먹는다고 걷기팀에서 냉큼 빠진다.

 

 

 

 

 

 

 

 

 

 

 

거의 한시간 정도를 찻길을 걸었나 보다. 선두팀 가 버리고 후미팀은 보이지도 않고 중간에 홀로 가는데 군데군데 바다가 보이고 죽도가 계속 보였다 안 보였다 한다. 딴에는 많이 걸은것 같은데 계속 죽도가 보이는걸 보니 레이스 주름 하나도 제대로 못 걸었나 보다.

찻길이지만 눈이 많이 쌓여있고 군데군데 미끄러워 아주 편안한 길은 아니었다. 헌데 이건 시작에 불과 했다.

 

 

 

 

 

 

 

 

둘레길이라고 해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고 시간도 2시간 정도면 된다고 해 곧 끋날 줄 알았는데 오르내림도 내림이지만 눈이 무릎까지 쌓여있어 정말이지 걸음 걷기가 결코 쉽지 않았다.

중간에 한 사람이 스틱을 떨어뜨려 줒으로 내려가는데 일어서니 허리까니 눈이 차 기어서 겨우 올라오는 해프닝도 있었다.

다시 찻길을 만나는데 어느새 석양이다. 이러다 해가 질것 같다. 여기서도 한참 찻길을 내려가야 한다는데....

 

찻길은 더 미끄러웠다. 몇번 넘어지며 겨우 차 있는 곳에 도착하니 후미팀이 10여분 사이에 도착. 그 와중에 해일씨는 전망대로 올라갔다 오는 알바를 했다고....

둘레길 걷기가 거의 성인봉 산행 만큼이나 힘들었다. 오늘도 케이블카 운행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속옷을 빨아 수건에 짜서 그냥 입어 말리면 되는데 문제는 양말은 젖은 양발을 신고 다닐 수가 없으니 그냥 신을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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