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11 산행기

동마를 포기하던 날 (모락산, 3/20)

산무수리 2011. 3. 21. 23:26
날계란 한 판이 몽땅 깨지듯이 - 장옥관(1955~ )


일요일 한낮
싱싱한 계란이 왔어요오, 굵고 싱싱한 계란이 한 판에 3천원! 마이크 소리 성가시게 달라붙는가 했더니, 갑자기
목소리 톤이 바뀌면서

삼식아, 삼식아! 너 삼식이 맞지!

날계란 한 판이 몽땅 깨지듯 조여드는 느낌!

-무슨 일일까.
-돈 떼먹고 달아난 고향 친구일까?
-봉순이 엄마 꾐에 넘어가 도망간 막내일까?

2.5톤 트럭 문짝 탕! 닫히는 소리, 계란 속 병아리들 일제히 눈뜨는 소리, 더위 먹어 늘어진 전깃줄 팽팽하게 당겨지는 소리, 소금 절여놓은 배추 퍼들퍼들 살아나는 소리, 돋보기 속 흐릿한 글자 무릎뼈 한번 더 펴는 소리

삼식아!

횃대 위에 활개치는 저 소리
10년 묵은 녹 벗겨낸 생철 같은 저 소리
무정란 계란 같은 내 맘에 왕소금 뿌리는 저 소리

제목만 봤을 땐, 누군가 더럽게 세상 낭패를 본 사람이 계란 한판을 에라잇, 길바닥에 엎어쳤나 상상했다. 세상한테는 그리할 수 없으니 애꿎은 날계란판이나 메다꽂는 것. 시에서는 날계란 한판이 몽땅 깨지는 것이 아닌, 깨지듯 조여드는 느낌의 삼식이 부르는 소리, 오직 삼식아! 소리만 우주 한가운데서 푸들푸들 불탄다. 무정란 같은 기력 없는 맘에 왕소금 뿌려진 듯 소스라치게 이는 공명. 한 사내가 찰나지간 전생(全生)을 밀어 토한 일성(一聲) 삼식아! <이진명시인>

 

연습을 거의 안했기에 더 불안했던 이번 동마.

일어나 보니 비가 내리고 있다.

그래도 일어나 찰밥까지 해서 먹고 화장 하려는데 계속 옆에서 말린다.

이런 황사비를 맞고 뛰는건 미친 짓이라고...

그래도 가려고 했는데 자꾸 말리고 자신도 없던 차 결국 주저 앉고 말았다.

아마 후회할거라는걸 예측하면서...

당나귀 산행이라도 가야 했는데 준비도 안 되었고 비옷 입고 산에 가기도 싫어 산행도 포기했다.

 

도로 잤다.

그리고 일어났다
TV를 켜니 한국 사람이 선두로 37k를 뛰고 있었고 아마추어들을 보여주는데 태반이 우비 패션이다.

중계를 보니 아쉬움이 더해진다.

오전 내내 TV 연속극을 보며 멍해졌다.

은계언니의 문자. '동마 뛰었수?' '포기 했습니다. 말리기도 하고 자신도 없고....'

바로 전화, 남편 잘 만난가라는 가평킹카님의 전언이라며 저녁이나 같이 먹자 하신다.

밥만 먹지 말고 모락산 갔다 밥 먹자 했다.

홀로 삼성산 다녀온 남편은 산에는 눈이 오더라고...

 

 

 

 

 

 

 

 

 

 

 

  

 

 

멍청히 있다 4:10. 은계언니와 둘이 만나 모락산 한바퀴 돌고 내려오는데 가평킹카님이 곱창 사 주신다고 나오셨다.

덕분에 곱창구이, 간천엽을 처음 먹어보는것 같다.

늦은 점심에 산에서 빵까지 먹은지라 배가 별로 안 고픈데도 맛이 있었다.

은계언니는 치과 치료중이라 술을 드시면 안되 내가 술 친구 하느라 맥주, 소주를 한잔씩만 마셨는데도 취해 어지럽다.

산에 다니는 사람이 그렇게 술을 못 마시냐고 하신다.

그래서 산행 실력이 늘 그모양 이랍니다... ㅠㅠ

 

기권도 함 해봐야 한다고 해 기권을 해 봤는데 할 짓이 아니다.

너무나 허전하다.

마라톤은 중독이 있다더니 맞는말 같다.

올 가을까지만 풀 뛰고 이젠 풀을 접을까 했는데 아무래도 아쉬워 안되겠다.

내년 동아까지는 일단 뛰어야 겠다.

연습 좀 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