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11 산행기

금북정맥에 들어서다 (이티재-유왕골, 4/3)

산무수리 2011. 4. 5. 14:16

- 신용목(1974∼ )

바람은 먼곳에서 태어나는 줄 알았다 태풍의 진로를 거스르는 적도의 안개 낀 바다나 계곡의 경사를 단숨에 내리치는 물보라의 폭포

혹은 사막의 천정, 그 적막의 장엄

아랫목에 죽은 당신을 누이고 윗목까지 밀려나 방문 틈에 코를 대고 잔 날 알았다

달 뜬 밖은 감잎 한 장도 박힌 듯 멈춘 수묵의 밤 소지 한 장도 밀어넣지 못할 문틈에서 바람이 살아나고 있었다 고 고 고 좁은 틈에서 달빛과 살내가 섞이느라 바람을 만들고 있었다

육체의 틈 혹은 마음의 금

그날부터 한길 복판에서 간절한 이름 크게 한번 외쳐 보지도 못한 몸에서도 쿵쿵 바람이 쏟아져나왔다 나와 나 아닌 것 삶과 삶 아닌 것이 섞이느라 명치끝이 가늘게 번져 있었다


처음에 시인은 바람은 먼 곳, 적도의 안개 낀 바다나 사막의 천장 같은 곳에서 태어난다고 연막을 쳤다. 사실 바람은 아랫목에 죽은 가족을 누이고 윗목에서 방문에 코를 대고 잔 날, 소지 한 장도 밀어넣지 못할 방문의 좁은 틈에서 살아나는 것이었는데. 죽은 자는 산 자처럼 아랫목에 눕고 산 자는 죽은 자처럼 찬 윗목에 밀려 낯선 이별을 겪는 한밤, 고조된 몸과 마음의 총화가 익숙한 세계를 뚫고 틈을 발견했다. 바람이 살아나는 문틈을. <이진명·시인>

 

샨행일; 2011.4.3 (일)

코스개관: 이티재-서운산-엽돈재(충남, 충북 도계)-부소산-부수문이재-위례산-우물목고개-성거산-만일고개-태조산갈림길-유원골-각원사 (9:00~17:10)

멤버: 당나귀 15명

날씨: 봄날 치고는 약간을 쌀쌀했으니 오후 되니 팍 풀린 따뜻한 봄날.

 

3월 첫주 한남금북을 끝냈고 3주부터 금북정맥 시작이었는데 1구간 빠지고 두번째 부터 함께 하게 된 금북정맥.

아주 오랫만에 경란씨가 산에 온다는 반가운 소식. 6월도 더 된것 같다. 오늘길 잊어버린줄 알았다.

농수산시장에 가니 정임씨는 안 보이고 후레쉬한 새신자가 기다리고 있다. 강사장님이 섭외한 인물이라고...

버스를 타니 역시나 새신자 한분이 계시다. 역시나 후레쉬.

카페의 힘인가?

알고보니 미경씨는 예전 황금송에서 함께 대간을 한 멤버인데 그동안 생업에 종사하느라 산을 휴학했다 다시 컴백하는거라고...

근무시간이 일정치 않아 어제도 야근하고 바로 왔다고....

 

안성의 해장국집에서 아침을 먹는데 맛 좋다고 먹고 가자시는 회장님.

아침 먹었는데....

회장님이 아침부터 쏘셨다고..

차는 조금 더 달려 9시 산행 기점 이티재 도착. 한 사람이 가벼운 복장과 배낭으로 우리의 두배를 간다고....

 

이대장은 벌써 튀고 나머지 사람들 출석부 찍고 시작

 

 

 

오늘 코스는 전반적으로 평탄하고 기복이 심하지 않은 길. 날씨도 바람은 좀 쌀쌀하지만 산행 하기 딱 좋은날.

더구나 점심을 도로에서 차를 만나 먹는다고 무거운것 다 빼고 몇몇은 아예 공주산행으로 맨몸으로 가니 좋을 수 밖에...

얼마 가지도 않아 의자가 있어 의자에 대한 예의를 지키고자 오늘도 강사장님이 제일 먼저 배낭 짐 줄이기...

새신자도 왔으니 오늘은 접대 모드로 살살 가자구요~

 

 

 

 

 

한시간 남짓 가니 나오는 서원산 정상.

정상 사진도 찍었고 거울 속의 사진도 찍었다.

서원산 정상 찍고 되돌아 내려와 3거리에서 금남정맥 이정표를 따라 왼쪽으로 방향 틀기.

길은 계속 힘들지 않은 길이 이어진다. 간간히 시계가 트이는 곳에서 보여주는 산겹살.

 

 

이 봉우리 올라가는 곳이 오늘 오전 산행 중 힘든 코스.

새로 온 희정씨는 다리가 약간 뻐근하다고 한다. 그래도 아주 빠르진 않지만 그렇다고 느리지도 않은 우리 발걸음을 잘도 쫓아온다.

 

 

 

엽돈제 내려가기 전 나무의자에서 사진 찍기.

조금만 내려가면 엽돈재라는데 점심은 엽돈재에서 좀 더 진행해 먹기로...

엽돈재 가면서 왼쪽으로 골프장이 보이는데 그림이 제법 멋지다.

골프 치는 팔자가 더 좋을진 모르겠지만 골프장 내려다보며 산행 하는게 아직은 좋다.

 

 

 

드디어 길 나오고 충남과 충북 경계인 업돈재 도착.

 

성묘맥인지 등산객인지 차도 많이 세워져있다. 여기서 밥 먹고 갈걸 그랬다는 사람들. 헌데 여긴 너무 길거리다.

아직은 배도 안 고프고 밥은 차 안에 있으니 대안이 없다. 빨리 가야 빨리 점심 먹으니 부지런히 가자~

 

 

오늘 오전 숙제 마지막인 부소산 정상. 조망이 좋다.

미경씨 후미에서 힘겹게 오면서 정상에서 사진 안 찍겠다는걸 그럼 출석이 안된다고 사진 찍기. 이전 차 있는 곳으로 가자~

 

 

 

 

 

야, 우리 차다~

즐거운 점심 시간.

고등어 김치조림도 있고 누룽지도 있고 특히나 오늘은 경란씨가 내 반찬 책임져 난 밥만 싸왔다.

처음 온 사람들은 럭셔리한 반찬에 입이 벌어진다. 반친 없으면 밥만 싸오시면 된답니다~

밥 잘 먹고 5명은 오전반으로 끝낸다고 하고 10명만 오후 공부 출발~

희정씨는 다리가 뻐근해 파스 뿌리면서도 끝까지 간다고 한다. 시작이 좋은것 같다.

미경씨는 다리에 계속 쥐가 나 오늘은 산행을 그만 해야 겠다고....

 

 

 

 

위례산 가기 전 돌탑에서 이작가님이 사진 찍어주신다고 기다리고 계시다. 정상은 이곳이 아닌것 같다는데 과연 이대장이 소리친다. 그곳이 정상이라고...

돌탑에서 한장 찍고 위례산 정상석에서 사진을 찍는데 정상석이 비스듬해 우리들도 함께 비스듬히 찍었더니 재미난 사진이 되었다.

 

 

 

 

이젠 성거산만 가면 되는줄 알았다. 아주 멀어보이던 성거산이 부지런히 걸어서인지 생각보다 빨리 가까워 진다.

선두는 진작 가 버렸고 후미는 처져 경란씨와 둘이서 성거산 가는데 곧 길이나오고 정상 군부대까지 지겨운 포장도로다. 재미없다.

공군부대 보이고 이작가님이 기다렸다 사진 찍어 주신다. 정상은 부대에 빼앗기고 근처 정상석이 있다는데 보이지 않는다.

한 사람이 샛길처럼 보이는 곳에서 올라온다. 천안 시계산행을 하는 중이라고....

공군부대 담장을 끼고 돌아가는데 이 길도 아주 길었다. 공군부대 완전히 벗어나 제대로 된 산길을 만나고 비로소 보이는 정상석.

마침 시계산행 하는 분이 쫓아 오셔서 정상 사진 찍었다. 이곳에서 각원사는 내려가면 되고 절에 대불이 있고 절도 볼만하다고 해 빨리 둘러볼 욕심에 출발.

작가님은 후미분들 사진 찍어 주신다고 뒤에 처지셨다.

 

 

여기서 내려가면 각원사인줄 알았는데 태조산 방향으로 가야 각원사라고 한다.

그래서 곧 나올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각원사 가는길 정말 멀었다.

잘 가던 경란씨도 발바닥에 불이 난다고 힘들어 한다. 긴 산행을 하니 결석한 티가 나긴 나나보다 웃었다. 물도 어찌나 많이 먹는지 보는 나까지 배가 부를 지경이다.

 

 

드디어 각원사와 태조산 정상 갈림길.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각원사고 왼쪽엔 약수터 표지가 있는데 멀지 않다고 해 후미 오려면 시간이 있을것 같아 곧 따라오신 이작가님과 셋이 약수터에서 물 마시고 물뜨고 각원사 가는데 막상 각원사 내려가는 길은 잔돌이 많아 걷기 그지같다.

더구나 다리 힘 빠진 새신자는 이길 내려오면서 힘들것 같다.

 

 

 

 

각원사는 예상외로 절 규모도 어마어마 하고 화려해 조계종 절이 아닌줄 알았는데 나중에 확인해 보니 조계사 사찰 맞단다.

태고절 절 분위기가 더 많이 나던데...

아무튼 70년대 지은 절이라는데 정말이지 규모로 압도하려는지 아직도 기와불사를 받고 있다.

하산해 보니 탈출조 들과 선두들은 옷까지 갈아입고 말끔하게 무작정 기다리고 있다. 아직 후미 안 왔다고 해 우리도 발만 닦았다.

그새 주차장에서는 차 한대가 넘의 차 받고 뺑소니 치는걸 본 강직한 이대장 증언해 주어야 한다고 메모지에 뺑소니 차번호를 적어 피해 차량에 꽂아놓았는데 귀가 할 때까지 전화는 오지 않았다.

 

6시 거의 다 되 무사히 후미까지 도착. 일단 출발해 막히기 전 평촌에 들어와 저녁 먹기로 했다.

평촌 먹자골목의 회장님 단골 생태집에서 저녁을 먹었는데 이렇게 맛 좋은 생태탕은 처음 먹어보는것 같다.

너무 많이 먹어 부른 배를 끌어안고 집에 왔다. 아침도 굶었다...

 

함께 산행 하는 박사장님이 직장생활을 접고 사장님으로 거듭난다고 한다.

앙돈농협 생고기전문점 (031-383-7967) 을 관양동 현대아파트 입구 중국예한의원 바로 옆 건물이라고 한다.

개업식은 4.11 (월).

그래서 다음 산행 후 뒷풀이는 무조건 이 집으로~

대박 나길 기원합니다~

 

-이작가님, 성사장님 사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