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11 산행기

땅끝기맥 걷기 (월출산의 재발견, 3/26~27)

산무수리 2011. 3. 28. 23:42

움직이는 정원 - 박상수(1974~ )


딸기를 반으로 쪼개 햇볕에 잘 말려두었다가 꿀에 섞어 눈꺼풀에 바르면 네 잎 클로버를 머리에 얹은 요정을 만날 수 있다 요정이 권하는 사루비아 술을 마시고 뒤뜰로 돌아가면 먹구름을 가져다 불을 때는 아궁이, 내려다보면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다 움직이다 실패하고 호마이카 책상에 엎드려 잠든 나, 자는 동안 영혼이 지구 네 바퀴를 돌고 산등성이에서 하품을 할 때까지 날은 저물지 않는다 플라스틱 물조리개 물을 뿌리다 이끼 푹신한 우물 곁에 눕는다 잠에서 잠으로 이어지는 정원의 양철 굴뚝에서 타고 남은 구름이 팽글 클로버 이파리로 떨어져내리고 마을과 지붕을 건너 정원이 움직이는 곳마다 바삭바삭 잘 구운 딸기와플 냄새.


우리 시로서는 새로운 미성년의 목소리. 미성년의 공상, 퇴행적 이미지들. 이런 기화(氣化)의 언어군(群)의 탄생에서 성인 삶의 무거움과 상처 읽을 수 있다. 소년소녀 세계의 투명한 감수성을 꺼내 현실 삶의 먹구름과 실패의 쓰라림에 응전하는 것. ‘먹구름을 가져다 불을 때는 아궁이, 내려다보면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다 움직이다 실패하고 호마이카 책상에 엎드려 잠든 나’. 의미의 덧칠 없는 영혼의 정원. <이진명·시인>

 

 

산행일: 2011.3.26~27 (토료 무박)

코스개관: 밤재-월각산-도갑산-억새밭-구정봉-천황봉-경포3거리-불티재 (4:40~14:00)

날씨: 바람이 제법 쌀쌀했지만 산행 하기 좋은 봄날.

 

세수도 못하고 바쁘게 버스를 타니 피곤해서인지 지도 나누어주고 설명하는것도 못들고 잠을 잤다.

새벽 정읍 휴게소에 쉬는데 여럿이 내려 아예 40분 쉰다고 한다.

밥 안 싼 백성들 여기서 밥 먹는다고 해 나도 저녁도 굶은지라 밥 먹고 세수도 하고 이도 닦고 양말을 갈아 신을 수 있었다.

오늘 구간엔 금지구역이 앞, 뒤로 있는지라 5시까지 기다리지 않고 출발한다고 했다.

 

 

 

4:40 출발. 선두는 날아가고 중간 사람들 잠깐 알바로 후미가 선두 되나 했는데 오늘도 난 후미 백성이 되어 두 후미대장님 호위하에 산행 시작.

월각산 갈림길에서 배낭 놓고 다녀오는데 후미 대장도 간다고 해 따라 나섰다. 정상에 가 보니 안 보면 후회할 뻔.

후미만 아니면 해 뜨는걸 보면 좋겠지만 마음이 바쁜지라 여명만 보고 출발. 진작 앞 사람들은 가버려 아무도 안 보인다.

 

 

 

 

 

 

 

헌데 처음 기맥에 참석한 여자 한명이 굉장히 힘들어 하면서 걷고 있다. 자연스럽게 둘이 후미가 되니 좀 낫다.

도갑산 지나 산죽밭이 나와 진행하는데 길이 조금 이상한것 같다. 뒤돌아보니 바로 뒤에 쫓아온다. 후미대장님들 오시냐고 하니 온다고 해 내려가는데 길도 희미하고 뭔가 이상한것 같다.

그래서 멈추고 후미대장을 기다리는데 안 온다. 소리쳐 불러도 대답도 없고... 아무래도 되돌아 가야 할것 같다.

되돌아 올라가며 소리치니 겨우 연락이 된다. 올라오라고 한다. 겨우 내려온 길을 올라가보니 산죽밭에서 좌측으로 바로 꺾이는데 그걸 놓쳤다.

나중에 보니 우리 말고도 더러 알바를 했다고 한다. 아무튼 여기서 시간을 25분이나 허비.

후미대장님들 잠깐 쉬었는데 안보여 안 그래도 이상하다 싶어 되집어 오신거라고...

 

 

 

 

 

 

 

 

 

 

 

 

 

 

여기서도 아주 한참 만에 억새밭이 나오고 억새밭 지나니  금줄 밖에서 놀대장이 기다리고 있다. 1시간 이나 있었단다.

무사히 금줄을 넘어 간식 먹고 원기 회복하기.

마음이 바빠 먹자 마자 일어나 구정봉 가는길도 생각보다 멀고 오르내림도 험하다.

그래도 오늘 산행을 하면서 그동안 겉핧기로 봤던 월출산이 아닌 속살을 보게 되는데 이렇게 멋진 산인줄 미처 몰랐다.

멋진건 멋진거고 힘든건 힘든거고 앞에 간 사람들은 보이지도 않고 마냥 후미에서 쫓아가는 사람은 더 힘들다.

그나마 한분이 사진 찍으며 천천히 가서 만났고 구정봉 가니 주립대 장학생 2명이 구정봉 보고 천황봉 간다고 한다.

구정봉을 패스 할까 하다 올라가 봤는데 안 봤으면 후회할 뻔. 조망이 아주 멋진 곳.

 

 

 

 

 

 

 

 

 

 

 

 

 

 

 

 

구정봉에서 천황봉 가기 전 베틀굴은 본 기억이 난다. 여기서 천황봉 가는 길도 거리는 짧은데 정말이지 엄청 멀고 험했다.

후미 동기는 구정봉 빼먹고 가는길인데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천황봉에 가 사진 찍고 놀대장님 기다렸다 넷이 하산하는데 통천문 지나고 경포 3거리 지나 구름다리 방향으로 가다 사자봉 3거리에서 갈라진다고 한다.

사자봉 3거리에서 잠시 쉬는데 후미 대장님이 풀초롱등 2명과 함께 오고 있다고 한다. 구정봉에서 석탑까지 보고 오느라 늦어진것 같다.

또 선수인 아차산 부부가 구름다리까지 내려갔다 되집어 오는거라고 해 놀대장은 이 부부 기다렸다 함께 간다고 먼저 가라고 해 셋이 금줄을 다시 넘었다.

가다 산죽밭이 나오는데 표지기가 양쪽에 다 있다. 헌데 우측에서 이쪽이 맞다고 해 하마트면 길 잘못 들 뻔 했다고 좋아하면서 그쪽으로 갔다.

 

 

 

 

여기는 표지기는 거의 안 보이고 빨간 비닐끈으로 맨 표지기가 보여 이 표지가를 따라 가는데 우리를 부른 사람이 GPS 소지한 자연애님인줄 알았는데 가 보니 주림대 장학생 2명. 이 팀은 어느새 절친이 되어 사자봉까지 다녀오느라 지체 되었다는데 워낙 예습 해 오는 사람들이니 맞겠지 싶어 5명이 진행 하는데 암릉에 나무가지가 걸리적 거려 걷기가 힘들다.

처음 온 여자, 기맥은 원래 이런길만 다니냐고 다시는 못 오겠단다. 대간 쫓아온 적 있는데 대간은 이렇게 힘들지 않았다고...

헌데 말과는 달리 암릉 체질인지 별로 힘들지 않게 잘만 간다. 나만 힘든가보다.

아무래도 이 길이 아닌것 같다는 결론이 났다. 나중에 보니 산죽밭에서 직진을 했어야 했는데 우회전을 한거다.

우리만 그런게 아니라 후미에 처진 11명이 몽땅 단체 알바를 했다. 능선 하나를 놓쳤다고...

너무 많이 내려와 되돌아 갈 시간도 없고 체력도 고갈. 새로운 루트를 개척했다나 붜라나 하면서 하산 시도.

내려와보니 야생화단지 조성중인 공원이 나온다. 10여분 걸어 나오니 버스가 태우러 왔다. 옆으로 새긴 했지만 아무튼 불티재로 무사히 하산.

후미 산행 예정시간 2시 꼭 맞췄다고 웃었다.

알바 안 한 사람들은 11시반에 내려왔고 선두는 10시에 하산했다는데.....

 

 

 

 

 

오늘 지맥 팀 아닌 월출산 산행에 합류한 단체 10명 팀을 천황사 주차장에서 태우고 나주에 가 유명한  나주읍성 앞의 나주곰탕 하얀집으로 저녁 잘 먹고 4:10 출발.

휴게소 한번 쉬고 늦게 출발했는데도 8시40분 사당 도착.

다음 구간은 더 길다는데 그럼 선두와 3시간 차이 나는건가? ㅠㅠ

산행은 좋은데 체력은 딸리고 욕심은 끝이 없고 어찌 하오리까...

그래도 후미도 있어야 산행이 널널하다고 격려해 주는 후미 대장님들. 2번만 더 신세 질께요....

 

-사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