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꽃 편지/안도현
제비꽃이 하도 예쁘게 피었기에
화분에 담아 한번 키워보려고 했지요
뿌리가 아프지 않게 조심조심 삽으로 떠다가
물도 듬뿍 주고 창틀에 놓았지요
그 가는 허리로 버티기 힘들었을까요
세상이 무거워서요
한 시간이 못되어 시드는 것이었지요
나는 금세 실망하고 말았지만
가만 생각해보니 그럴 것도 없었어요
시들 때는 시들 줄 알아야 꽃인 것이지요
그래서
좋다
시들어라, 하고 그대로 두었지요
산행일: 2011.6.19 (일)
코스개관: 공덕재-백월산(570m)-스므재-물편고개(610도로)-우수고개-가루고개-봉수지맥 분기점-신풍고개(86m) -장곡 (약19km, 실제 거리는 22K, 9:50~18:50)
날씨: 이 보다 더 더울 수 없을것 같다?
멤버: 당나귀 14명
어제 산행으로 뻐근해진 다리. 미리 체력 관리 잘 하라는 동안총무님의 문자.
체력은 준비 못했고 물1L, 냉커피, 냉매실 얼려 산행 준비 하기.
버스를 타보니 회장님, 경림씨 결석.
대신 지난번 제사때문에 빠졌던 상큼이, 부회장님 부부, 성사장님 참석헤 14명.
휴게소 쉬고 공덕재 도착한 시간이 거의 10시. 인증샷 찍고 출발.
오늘 백월산만 올라가면 힘든 코스가 없다고 주장하는 이대장.
오늘 코스 중 오서산 갈림길을 지난다고 한다. 난 못 간 산이길래 오서산 다녀올 수 있냐고 하니 가능하다는 동안총무의 답글.
헌데 이작가님 날 보고 오서산 다녀올거냐고 하면서 대단하단다.
왜? 오늘 산행이 8시간도 넘는데 오서산 까지 다녀오면 거의 2시간이 추가 될거라고...
그래요? 몰랐어요. 무식하면 용감해서리...
바로 깨갱하며 꼬랑지 내렸다.
산은 그늘이 많은 대신 바람이 인색한 날이라 더웠다.
백월산 올라가는 길 정말이지 끝없이 길고 지루한 오르막.
정상 가기 전 안부에서 털썩이표 오디 슬러쉬. 지난번엔 더덕슬러쉬로 우릴 행복하게 해 주더니 오늘은 뽕이라고라?
어깨도 안 좋은데 이 무거운걸 들고 왔다고라?
다들 뽕 맞은것 처럼 행복해 하면서 슬러쉬 먹고 힘내서 백월산 정상에서 인증샷.
이젠 정말 오전반은 힘든건 끝난줄 알았는데 이렇게 쉬우면 정맥이 아니라는걸 증명 하듯이 길은 계속 이어진다.
이곳에서 길은 우측으로 꺾인다. 발 빠른 선두 몇명 잠깐 알바하고 원대복귀.
하산길이 급경사에 잔돌이 많아 다리가 찍 벌어지며 한번 넘어졌다. 넘어진것 치고는 다친곳은 없다. 천만 다행이다.
하산길 만난 버찌를 보고 다들 달려들어 따 먹는데 워낙 크기가 작아 한주먹 모아서 먹어야지, 씨 빼야지....
헌데 이작가님은 우리 보다 앞서서 넘의 마당에 달린 보리수를 드시고 계신다.
우리보고도 오라 했는데 버찌에 눈이 어두워서 못 봤다.
주인장한테 좀 따먹어도 된다 허락을 받은지라 보리수를 태어나 처음 먹어 봤는데 크기가 버찌 10개는 합쳐놓은것 같아 금방 배가 부르고 갈증도 가신다.
성사장님과 강사장님은 맨 후미에 쳐저 보리수 드시느라 오질 않는다.
길로 내려서기 전 나타나는 대나무 숲길 통과하기.
길이 나왔다. 여기서 점심 먹는줄 알았더니 한번 더 올려쳐야 한단다.
올려치는 곳에서 만난 엄청난 크기의 뽕나무. 선두 잡으로 간다던 동안총무님도 애라 모르겠다 하면서 오디 따 먹느라 말도 안한다. ㅎㅎ
헌데 너무 달아 한침 먹다 보니 속이 느글거린다. 먹는다고 손에, 입에, 옷까지 물이 들었다.
한번 더 올려치고 동안총무표 더덕 슬러쉬 먹기. 이렇게 빨리 먹어도 되는거예요? 그것도 선두는 빼먹고 우덜끼리?
무거워 못 지고 가겠다는데 나중에 보니 오늘은 더덕 슬러쉬를 세통이나 지고 왔다고....
오늘 날씨 탓에 물 종류를 아무리 먹어도 먹어도 갈증이 해소 되지 않는다.
겨우겨우 길에 내려섰는데 차가 없다. 그늘이 없어 조금 아래 공터에 선두로 내려선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다.
오늘 배낭 안 매고 오전반 하신 작가님, 목이 많이 마르셨나보다. 안 드시던 맥주를 드셔 얼굴이 빨갛다. 약간 취하신것 같다. 취한 모습 처음 뵙는것 같다.
오늘도 작가님은 이야기 보따리를 펼쳐 놓으신다. 자서전 쓰면 꽤 팔릴것 같다. 헌데 글 못 쓰신다고...
나중에 퇴직하고 부업으로 작가님 자서전 대필 해야겠다 혼자 맘 먹었다. 우리만 듣고 치우긴 너무 아깝다.
미경씨가 차 냉장고에 넣어놓은 맥주 덕분에 행복해 하면서 점심 먹기.
맥주 뿐 아니라 야유회 온 사람처럼 과일에 냉커피까지 세통이나 싸 가지고 왔다.
우린 물 종류는 뭐든 사양하지 않고 무한리필로 먹기.
물을 하도 많이 먹어 다들 밥맛이 없는지 대부분 밥을 남겼다.
오전 산행에서 5명 아웃 하고 9명이 나머지 길 이어가기.
상큼이 망설이다 종주팀에 합류하고 지난번 탈출조에서 완전히 탈출 결심한 털썩이도 종주팀에 함께 나섰다.
오후반, 이대장은 어느새 앞에서 사라져 버리고 (오서산 찍고 올거라고...) 우리들은 감자밭 지나고 망초밭도 지나고 간간히 엉겅퀴 밭도 지나며 힘들지만 행복한 산행 하기.
힘들다 싶으면 더덕 슬러쉬로 원기 회복 시켜주는 총무님. 슬러쉬 뿐 아니라 얼음물도 제공해 준다.
오늘 물도 많이 마셨지만 몸에 좋은 더덕, 오디, 버찌, 보리수...
몸 안의 수분이 완죤히 물갈이 될것 같은 느낌.
길 몇번 거너고 오소산 휴양림 통과 하는데 오서산 정상은 커녕 갈림길 가는데도 정말이지 무쟈게 힘들었다.
오서산은 이대장 대표로 다녀올테니 됐고 우리는 갈림길까지 무사히 온것만 해도 기뻤다.
오서산 갈림길 지나 평상이 나오고 봉수지맥 갈림길 표지.
평상에서 작가님이 꿀맛 사과즙을 나누어 주신다. 이대장꺼는 하나 평상에 남겨 놓았다.
대부분 사람들이 페트병 얼린걸 녹지 않은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 하루 종을 시원한 물을 마실 수 있다고 한다.
이 주머니 부러워하니 털석이 왈, 다른 산악회에서는 이런것 선물로 주는데 여긴 아무것도 없냐고 한다.
총무 왈, 물통 대신 우린 얼음물을 준다고... ㅎㅎ
여기서 내려서면 산행 곧 끝나는 알았다.
헌데 여기서부터 길이 그지같다. 억지로 길을 연결해 놓아서 그렇다는데 너덜성 길에 잡목이 우릴 잡는다.
결국 여기서 난 또한번 와장창 넘어졌다. 하도 잘 넘어지니 별 후유증도 없는게 다행이라면 다행?
등고선이 오서산 갈림길 주변이 급경사고 내려서면 등고선이 완만하고 논밭이 나온다고 했다.
길이 나와 신풍고개인줄 알았다. 헌데 여기서도 한고개 더 넘은곳이 신풍고개.
신풍고개에서는 얼마 안 남은줄 알았는데 밭도 지나고 논도 지나고 저수지도 지나는 경사는 완만하지만 결코 짧지 않은 길이었다.
막판 채 크기조 않은 천도복숭아가 열려있어 그것까지 따 먹었다.
산딸기는 안 보였고 뱀딸기만 꽃처럼 지천이었다.
정말이지 힘도 빠지고 산행 시간도 9시간이 넘어가나 했는데 갑자기 길이 나오고 우리 차가 보인다.
어찌나 기쁘던지.....
탈출조 사람들인 회를 먹네 전복을 먹네 하더니 결국 목욕탕 들렀다 시내 갈비집에 있다고 한다.
원래 오늘 희망사항은 지난번 지나만 간 예당저수지에서 어죽을 작가님이 쏘신다고 했는데 시간도 늦은지라 시내에서 냉면으로 늦은 저녁을 먹었다.
상큼이는 발에 물집 잡히고 난리도 아닌가보다.
나도 오늘 발바닥에 불이 나는것 같다. 세수하고 발을 씻으니 그나마 낫다.
후다닥 저녁 먹고 출발. 늦게 출발했는데도 다행히 차가 안 막히는 바람에 '반짝반짝' 끝까지 못보고 귀경.
산행은 무지 힘들었는데 오늘은 왜 이리 행복한지 모르겠다. 내가 찍은 사진도 왜 다 예뻐 보이는건지..
더위에 내 사고가 맛이 간건지.....
-이작가님 사진 동영상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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