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 박형권(1961∼ )
귀뚜라미는 나에게 가을밤을 읽어주는데
나는 귀뚜라미에게 아무것도 해준 것이 없다
언제 한번 귀뚜라미 초대하여
발 뻗고 눕게 하고
귀뚜라미를 찬미한 시인들의 시를
읽어주고 싶다
오늘 밤에는
귀뚜라미로 변신하여
가을이 얼마나 깊어졌는지 동네 우물에 두레박을 내려봐야겠다
귀뚜라미가 보일러 회사에 취직한 뒤로는 우리 사이가 영 불편해졌다. 귀뚜라미가 울기 시작하면 기름 탱크가 비지 않았는지, 낡은 보일러를 또 수리해 달라고 보채는 건 아닌지 을씨년스러운 가계에 한숨이 절로 나온다. 그런데 아직도 밤을 지새우며 귀뚜라미를 찬미하는 시인이 있구나. 세상 어디서도 편하게 발 뻗고 눕지 못한 채 거리를 떠도는 밤의 악사, 수많은 노래와 시에 영감을 주고도 그 흔하디흔한 저작권 인세 한 푼 받아본 적 없는 울음소리. 오늘 밤에는 나도 그 울음소리 고이는 귓속에 두레박을 내리고 서늘하게 맑아진 가을밤을 길어 올려봐야겠다. <손택수·시인>
만나는곳: 2011.7.18 (월) 13:00 정부과천청사역 9번 출구
코스개관: 청사뒤-문원폭포-케이블카 능선-연주암-연주대-연주암-과천향교 (13:00~18:00)
날씨: 산행 약속 잡은걸 후회할만한 찜통 더위. 그래도 간간히 바람이 불어주어 그 힘으로 버티다
부정기적으로 중학 동창들과의 산행을 성숙이가 열심히 연락을 해 명맥이나마 유지가 되고 있다.
진작부터 오늘 산에 가기로 잡은 날인데 막상 약속날이 다가오니 이런 저런 사정으로 못 와 성숙이 혼자만 올 수 있다면서 둘이 가기엔 네가 바쁘지?
둘이서라도 가고 싶다는 행간을 읽어 북한산에서 관악산으로 바꾸었고 이왕이면 계곡을 낀 산행을 하기로 해 과천에서 만나기로 했다.
난 백수인데 성숙인 오늘이 방학식이라고 해 오후로 시간을 잡았는데 전날 정맥 산행이 어찌나 힘이 들었는지 잠시 산행 약속 잡은걸 후회 했었다.
집 가까이에서 만나기로 해 놓고 늦으면 안되겠는지라 부지런 떨어 30분 일찍 도착해 벤취에 앉아 기다리려니 성숙이도 일찍 도착.
모처럼 문원폭포쪽으로 가는데 혹시 문이 닫혀 있을까 염려를 했는데 다행히 열려있다.
문원폭포 가는 길도 어느새 정비를 해 놓아 계단, 난간을 설치 해 놓아 헤매지는 않아도 될것 같다. 날이 더워서인지 계곡에서 노는 사람들이 간간히 보인다.
비 온지 얼마 안되어서인지 폭포는 제법 그럴듯 하고 약수물 파이프는 다행히 물 밖으로 나와 있다.
한팀의 여인들이 발 담그고 놀다 우리에게 자리를 내 주고 하산한다.
우리도 길게 앉아 쉬었다 연주암을 향해서 케이블카 능선으로 올라섰다.
욕심으로는 6봉을 가고 싶었지만 내 몸도 힘들고 이 더위에 무리일것 같아 케이블카 능선으로 올라서니 다행히 그늘이 많고 간간히 바람 부는 곳에서는 길게 쉬었다.
놀며놀며 연주암에 도착하니 모처럼 법당 앞에 물이 흐르고 있어 맘껏 마시고 이왕이면 관악산 정상을 찍고 오기로 했는데 계단길이 아주 멀게 느껴지는데 이 길도 다행히 그늘이 많았다.
정상을 찍고 보니 연주대까지 보고 싶다는 친구. 그래서 연주대까지 찍고 연주암으로 도로 내려와 우리도 툇마루에 앉아 한참 쉬었다 과천향교로 내려서기.
계곡 곳곳에 발 담그고 노는 사람들이 간간히 보인다.
하산해 땅이네집에서 검정콩국수를 시원하게 먹었다. 가격도 착하고 맛도 좋았다.
언제 나 시간나면 또 산에 가자는데 이번 백수기간엔 이런 저런 산행이 잡혀 있어 날 잡는게 쉽지 않을것 같다.
피차 백수기간 보람되게 보내자꾸나...
마늘장아찌 잘 먹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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