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11 산행기

운해의 바다에 빠지다 (청소년 여름 캠프 -설악산, 7/20~22)

산무수리 2011. 7. 28. 01:36

역전 식당 - 김혜수(1959~ )


국밥을 주문해놓고

티브이 화면 속 무균실 유리상자 안에서

밥숟가락 뜨는 아이를 보네

육체에 배달되는 밥이라는 세균

병 깊어 투명한데

밥 한술 뜨는 게 필생을 기울이는

의식이어서 읍하고 서서

마음으로 대신 밥을 먹고 있는 어미

먹는 게 아니라 다만

먹어두는 밥이 있네

서둘러 한술 뜨는 역전 식사

식탁을 가로질러 모서리에서 툭

급하게 사라지는 햇살

유리문을 밀고 왁자하게 밀려왔다가

왁자하게 쓸려나가는 발자국에

이상한 고요가 묻어 있네

한칸의 정적 부려놓고 기차 떠나네

가벼운 흥분으로 와글거리다

잦아드는 기다림의 끝에

마주하고 싶은 밥이 있네

식어버린 선지처럼 겉돌며

역전 식당 창가에 앉아

일렬로 늘어놓은 화분들을

오래도록 내다보고 있는

저기, 저

 


역전이라면 경계지대. 도착 이야기보다는 떠나는 이야기가 많이 쓰이는 곳. 저 어디로 가기 전 다만 먹어두어야 하는 밥이 많은 곳. 티브이 화면 속 무균실에서 제 어미가 절절히 지켜보는 앞에서 밥숟가락을 뜨는 병 깊은 아이처럼, ‘먹는 게 아니라/다만 먹어두는 밥’을 먹는 역전 식당. 떠나는 설렘보다는 떠나도 못 떠나는 비애가 커튼처럼 드리워 있다. 왜 아닐까. 온 곳도 모르고 가는 곳도 모른 채 우리 ‘사는 거라기보다는 다만 살아두는 생’이기도 하다는 걸 눈치 챈 시인이라면. <이진명·시인>

 

만나는곳: 2011.7.20 (수) 9:00 학교앞

코스개관: 7/20-학교 출발-화천강 휴게소 (점심)-흘림골-오색약수-백담사 입구 가족호텔 (1박)

              7/21-마을버스 이동-백담사-수렴동(정심)-봉정암-소청-중청-대청-중청(2박)

              7/22 -대청일출-중청-희운각(아침)-양폭-비선대-설악동 (점심)-학교 도착

날씨: 운해가 죽여주는 화창한 여름날이었음.

주관: 산림청, 한국산악회

 

7/20 (수)

 

산림청에서 주관하고 한국산악회 청소년 위원회에서 시행하는 청소는 여름캠프에 선수 모집을 하다 보니 우리 아이들이 대거 신청을 해 정원 초과를 하였다.

헌데 날짜가 가까워 지면서 점점 명수가 줄어들기 시작해 출발 전날까지 계속 취소 하는 전화가 왔다.

더 기가 막힌건 출발 당일날 연락도 안하고 빠진 학생이 4명이나 되었다.

중청 대피소 예약을 위해 전산실까지 빌려 예약 했구만 취소 하느라 또 시간을 많이 허비 하였다.

다신 이런거 하지 말아야 겠다는 결심을 하며 헐렁한 버스에 승차.

홍샘이 코펠, 바나 산악회것 빌려오고 장 봐 오고 1박할 민박집 예약 하느라 두루 고생을 많이 했다.

 

 

 

 

학생들 대부분이 코펠이 뭐냐고 물어보는 수준이니 등산화 신은 학생은 그나마 아버지 것이고 대부분 운동화고 심한 학생은 캔버스화다. 아무튼 일단 출발은 했고 휴게소에서 점심을 사 먹었고 오늘은 흘림골에서 워밍업 산행을 하기로 했다.

 

 

 

 

 

 

 

 

 

 

 

수해가 난 후 오랫만에 온 흘림골은 등산로 거의 대부분을 나무 데크를 깔아 놓아 길이 많이 평탄해 졌다.

학생들은 벌써부터 선두와 후미의 실력이 차이가 난다. 내일 산행에 비하면 오늘은 그야말로 아무것도 아닌데도 벌써부터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그래도 올라가 보는 조망을 보니 싫지는 않은 눈치. 사진 찍고 폭포에 내려서니 물놀이 하느라 바쁘다.

가위바위보 해 진 사람이 폭포에 들어가기. 헌데 진 놈이 계속 지는것 같다. ㅎㅎ

비가 많이 온 후여서인지 계곡도 예전 기억보다 훨씬 멋졌다.

오색으로 하산해 약수물을 맛보는데 아이들은 피맛이 난다고 대부분 사양해 우리만 많이 떠 가지고 오기...

 

 

숙소에 돌아와 버스 기사님은 차는 놓고 서울 갔다 금요일에 오신다고 한다. 차 트렁크 열쇠를 맡기고 가 무거운 짐은 산행 히 놓고 갈 수 있다고....

숙소 마당에서 조별 취사를 하는데 대부분 조는 라면에 햇반인데 한조는 열심히 밥하고 어머니가 준비해 주신 재료로 볶음밥을 한다고 바쁘다.

헌데 밥 하는 동안 씻고 내려오던 황샘이 유리벽을 문인줄 알고 밀고 나오다 부딪치며 유리가 깨져 손과 무릎을 베 피가 제법 나고 꿰매야 할 상처다.

일단은 붕대로 지혈을 하고 전화를 해 보니 원통의 병원에 응급실이 있다고 해 택시를 불렀다.

 

병원 가기 전 황샘과 류샘 허겁지겁 저녁 때우고 병원으로 가고 남은 셋이 저녁을 먹으려니 영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

그나마 학생이 다치지 않은걸 다행이라 여겼다.

학생들은 저녁 먹고 기운이 남아 족구 한다고 난리다.

학생들 먹이려고 속초에서 주문한 닭강정과 수박을 먹이고 나니 병원 다녀온 황샘과 류샘.

손은 세곳을 베었는데 그중 한곳이 좀 깊은데 다행히 인대손상은 없다고 한다. 문제는 무릎 부상.

술은 물론 커피도 마시면 회복이 늦어진다고... 다음주 대간 전에는 회복 되어야 하는데.....

 

7/21 (목)

 

 

 

 

집에서 하던 버릇대로 학생들이 밤새 놀다 거의 새벽녘에 잠이 든것 같다.

교대로 내려가 일어나 앉히고 이불 벗기고 나중엔 때리기 까지 했는데도 못 일어나는 학생들.

4조 학생들만 얌전하게 일찍 잤는지 일찍 일어나 아침 준비를 한다.

일어나기 싫은 학생들은 오늘 산행 안하고 여기서 놀면 안되냐는 말까지 한다.

남아서 뭐할래? 청소?

밥 해서 먹고 어제 산행과는 차원이 틀린 산행이니 불필요한 짐은 다 빼놓고 가기로 하고 짐 싸고 사전 교육 시키고 준비 하니 9:30 겨우 출발. 헌데 한 학생은 그나마 책가방도 안 들고와 쇼핑백 들고 한 학생은 그야말로 코딱지 만한 배낭을 들고 왔다. 그리고 코펠이 안 들어가니 들고간다. 정말이지 한숨 난다.

황샘은 오늘 서울로 올라가기로 해 셔틀버스 타는 곳에서 헤어지고 우리들은 셔틀버스 타고 백담사 도착.

 

 

 

백담사 둘러보는데 완전히 굼벵이다. 이런 학생들 데리고 오늘 중청까지 갈 생각을 하니 한숨이 난다.

이러면 안되겠다 싶어 신샘이 맨 앞에서 서서 조별로 출발 시키니 염려와는 달리 제법 속도가 나 뒤에서 쫓아가는데 식은땀 났다.

 

 

영시암에서 쉬면서 간식 먹고 수렴동 대피소에서 점심으로 라면 먹기.

가족 팀이 우리를 보더니 독수리 남매한테는 형제냐고 하고 나와 신샘은 모녀지간이냐고...

뭬야? 그럼 내가 삼남매의 오마니가 되는겨? 엄마한테 잘해~ 하면서 웃었다.

가족팀은 수렴동까지 와서 점심 해 먹고 내려가는 거라면서 남은 밥에 막걸리까지 나누어 준다.

 

 

 

 

 

 

 

수렴동부터 본격적으로 길이 고도가 높아진다. 그래도 폭포가 간간히 있어 기온은 크게 높지 않은게 천만 다행.

겨울엔 용대리부터 걸어왔건만 오늘이 훨씬 힘들다는데 다들 공감.

우리끼리 부담 없어서였나 아니면 여름이라 힘들어서 인지....

쌍폭 지나고 겨우겨우 봉정암 도착. 이곳에서 물통 가득 채우고 소청으로 출발.

 

 

 

 

 

 

소청대피소는 공사중이라 숙박은 하지 못한다는데 어수선 하긴 하지만 조망은 정말이지 오늘 한 고생을 다 잊을만한 경치.

아이들도 이곳에 올라와 보니 생각이 좀 달라지는것 같다. 한숨 돌리고 중청으로 출발.

 

 

 

 

 

 

 

처음 산행 시작에는 6시까지도 중청에 도착 못할줄 알았는데 5시에 무사히 중청 입성.

지리산과 달리 중청대피소는 4시부터 대피소 입장이 가능하다. 먹는 물은 없어도 취사용 물은 쓸 수 있다는 반가운 소식.

설악도 보름 만에 해를 보는 거라 그동안 헬기가 뜨지 못해 부족한 물품이 많다고.....

일단 자리배정 받고 힘들어 죽겠다고 아우성 치는 백성들까지 끌고 중청 올라가기. 내일 아침 일출 산행은 희망자만 올라 가기로....

 

 

 

 

 

 

 

 

소청부터 보이던 운해는 중청에 가니 더 멋있고 대청 올라가니 그야말로 사방이 운해가 깔려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풍경들.

바람도 거의 불지 않아 잠바 입지 않아도 되는 날씨.

단체 사진, 개인 사진 찍고 한참 놀다 내려오기. 일몰은 7:40분 경이라는데 그때까지 기다리는건 무리인것 같아 내려와 저녁 해 먹기.

 

 

 

 

 

 

 

다행히 평상을 차지할 수 있어서 새로운 아이템인 오리 훈제 구워먹기.

이번엔 국 끓이지 않고 마른 반찬으로만 먹기로 해 부식이 간편한 편.

오다 가다 지나가는 학생들 고기 한점씩 먹이고 대피소 내려오니 피곤한 학생들은 밥도 못 먹고 자고 개 많이 먹는 1조는 아직까지 밥 해 먹느라 바쁘다.

초저녁 잠이 들었다 일어나 나가보니 운해는 아직도 푹신하게 깔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