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가는 물/도종환
어떤 강물이든 처음엔 맑은 마음
가벼운 걸음으로 산골짝을 나선다.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해 가는 물줄기는
그러나 세상 속을 지나면서
흐린 손으로 옆에 서는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미 더럽혀진 물이나
썩을 대로 썩은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 세상 그런 여러 물과 만나며
그만 거기 멈추어 버리는 물은 얼마나 많은가
제 몸도 버리고 마음도 삭은 채
길을 잃은 물들은 얼마나 많은가
그라나 다시 제 모습으로 돌아오는 물을 보라
흐린 것들까지 흐리지 않게 만들어 데리고 가는
물을 보라 결국 다시 맑아지며
먼 길을 가지 않는가
때 묻은 많은 것들과 함께 섞여 흐르지만
본래의 제 심성을 다 이지러뜨리지 않으며
제 얼굴 제 마음을 잃지 않으며
멀리 가는 물이 있지 않는가.
산행일:2011.7.17 (일)
코스개관: 차령고개(공주시계)-망배단-봉수산(360)-개치고개-곡두재-646봉-태화산(646)-310봉-각흘고개(아산시계) 9:00~17:50
날씨: 오전 한바탕 소나기 내려주시고 아주 그냥 죽~여주는 여름날
멤버: 당나귀 15명
버스를 타니 앞좌석 늘 계시던 회원들이 안 보이고 2번째 줄부터 낯선 얼굴들.
전사장님이 섭외한 어울림 산악회 회원이라는데 한분은 구면이다. 괜히 반갑다.
그리고 이대장님이 섭외한 묘령의 여인 2명은 패션이 심상치 않다. 산행도 아주 잘 하고 그중 한분은 이 산악회 산행 스타일이 맘에 든다고...
초 절정 고수가 오신건가? 후미 백성 긴장된다.
이번 산행부터는 혹서기에 한다고 짧은 코스 2곳을 빼 놨다고 한다. 5/1 차령고개에서 끝나고 2구간 패스하고 다음 구간을 이어가다 짧은 구간이라는 이번 산행. 17k 좀 넘는다는데 이대장 설명에 1시간에 3K를 가면 6시간 이면 된다는 오늘 코스.
허나 실제 산행 시간은 7시간 걸린다는 이 작가님.
어쩐지 시간이 너무 짧다 싶더라니....
아무튼 고정 멤버가 빠졌는데도 15명이나 되니 모처럼 이대장이 나와 코스 설명도 했고 새신자 인사도 시켰고 회장님 환영인사까지....
오늘 동안총무님이 선물을 준다고 해 궁금했는데 산악회 이름과 각자 이름이 새겨진 이중컵이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그 정성이 감동 먹었다. 이젠 정말이지 본인 사망 외에는 탈퇴 불가능한겨?
더덕 슬러쉬를 일회용 종이컵에 먹어 늘 아쉬웠는데 이젠 환경사랑까지 할 수 있다는거지?
폐쇄된 휴게소 뒤로 바로 등산 코스와 연결되는데 완만할거라는 기대와는 달리 초장부터 급경사를 아주 길~게 올려친다.
오늘 새신자께서 모다 앞서서 가는데 그중 2명은 배낭 크기가 너무 작아 보인다.
저 배낭에 밥도 들었을텐데 그럼 물은 어디에 넣었을까? 그중 한분은 잠바 까지 입고 가신다. 덥지 않냐고 하니 땀 좀 내려 한다는데 이런날 잘못하단 탈진하기 쉽다 벗고 가시라 했다.
임도 하나 건너고 나니 나오는 망배단.
헌데 여기서 직진이 아니라 되돌아 내려와야 정맥길이 이어진다.
오늘 길은 산행 할 맛이 나는 푹신한 등산로.
첫번째 봉우리인 봉수산에 곧 도착해 사진도 찍고 강사장님표 수박을 사이 좋게 나누어 먹었다.
이때까지도 오늘 산행이 혹서기 널널한 산행인줄 알았다.
허나 이런 우리를 비웃기라도 하듯 오르막이 나왔다 하면 끝도 없어 이어지는 까끄막.
숨이 턱에 차 결국 한번에 다 못 올라가지 못하는 길. 설상가상으로 소나기까지 내린다.
금방 그칠것 같지 않아 배낭카바에 비옷까지 입고 진행하니 더 더워 미칠것 같다.
다행히 비가 그쳐 비옷 벗어 치웠다. 오늘 바람도 거의 불지 않는 죽여주는 날씨.
어디가 장고개인지 어디가 개치고개인줄도 모르게 임도 몇번 건너고 허기져 12시가 채 되기전 점심 먹자 했다.
회장님은 더 가서 먹자는데 우리들은 '죽어도 못가'를 외치며 강사장님이 제일 먼저 전을 피셨다.
후미백성인 미경씨, 상금씨까지 도착해서 잘 넘어가지 않는 점심을 한참 쉬었다 겨우 먹었다.
이제 1/3 온거라는데 앞으로 높은산 세번 넘어야 하고 곡두고개까지도 1시간 반 이상 가야 한다고....
길은 팍 내려갔다 다시 기나긴 급경사를 올라가는데 이런 길의 특징은 다 올라왔나 싶으면 바로 뒤 봉우리가 또 있고 또 넘었나 싶으면 또 나타나고....
겨우겨우 곡도고개에 도착하니 선두가 앉아 쉬고 있는데 물이 부족해 최근 정회원이 된 새철씨가 절에 물 뜨러 내려갔다고...
바닥에 '자산사'인지 지산자인지 화살표가 표시되어 있는데 산악회 안내표시를 절 표시인줄 알고 절에 물 뜨러 갔다고....
나중에 들어보니 절은 당연히 없었고 점심 먹는 산악회에서 물은 얻었는데 멀지 않은 곳에 우리 버스가 보여 차 냉장고에 있는 맥주까지 들고 왔다고....
물 뜨러간 사람은 아직 도착 안했고 새신자 4분은 힘도 들지만 물이 부족하다고 여기서 하산한다고...
이곳에서 기념촬영하고 하산조 하산하고 걸음 느린 우리들은 새철씨 오는것 못보고 올라가기...
오늘 산 중 제일 높다는 태화산 정상을 향해서 가는 길은 정말이지 아주아주 길었다. 초장엔 경사가 완만하다 싶었는데 정상에 가까워가니 끝도 없다.
중간 한번 쉬는데 물 기다리던 멤버들이 도착. 덕분이 우리도 시원한 맥주 한모금씩 마시고 출발.
태화산은 정맥길에서 약간 비껴 있어 이대장 홀로 정상 찍으러 갔고 회장님도 태화산 안 올라간다 하셔서 정임씨와 나만 태화산에 쫓아 올라가 인증샷 찍기.
그리고 하산하기.
태화산 정상 지나고 하산길이 질고 미끄러워 결국 한번 넘어져 바지, 배낭에 진흙을 와장창 쳐바르고 내려오게 된 나.
다행히 다친곳은 없나보다.
길은 조금 순해지긴 했지만 이미 힘을 다 뺀지라 낮은 오르막도 걷는데 힘겹기만 하다.
임도가 다시 나왔고 시계도 트이는 길이 나와 산행이 곧 끝나가는줄 알았는데 길은 계속 이어져간다.
후미보던 이대장은 앞으로 내 달렸고 질새라 정임씨도 날아서 내려가 버렸다.
헬기장 지나 그늘에서 작가님이 누워서 기다리고 계시다. 선두 방울토마토 먹이려고 내달렸는데 결국 못 잡았다 하신다.
곧 회장님과 상금씨가 도착해 선두 몫까지 싫컷 먹었다.
후미가 올 생각을 안해 이상하다 싶었는데 유난히 땀 많이 흘리는 투덜이(전사장님 별명으로 본인 동의하에 정함)는 산행 내내 물 동냥하느라 바빴다. 그래도 곡두고개에서 탈출 안하고 강사장님과 속도 맞춰가면서 끝까지 완주했다고...
물 뜨러갔던 새철씨가 다리에 쥐가 나 총무님이 동행해 후미에서 오고 있다고....
여기서부터는 굴러서 가도 충분히 간다고... 그래도 마지막 310봉이 있는데 지났나 싶었는데 삼각점 보이고 310봉을 지나고 드디어 산행 끝. 어찌나 기쁘던지 만세가 저절로 나왔다.
9시간 꼬박 걸려 겨우 끝낸 산행.
혹서기 산행이 아니라 극기산행이라는데 의견 일치.
탈출한 사람들은샤방샤방한 얼굴로 우릴 맞는다.
차로 조금 내려가니 계곡성 물이 나와 잠시 세워주어 남자들은 옷 입은채 씻고 여자들은 발닦고 세수 하는 정도로 만족.
총무님 주머니의 휴대폰까지 함께 목간 했다고....
나의 흙묻은 바지를 깨끗히 닦아주는 차칸 정임씨.
선두 삼총사인 경림씨, 현숙씨가 안 나와 외롭다고....
오늘 저녁을 일찍 끝나면 안양에 가 장어 먹는다더니 시간이 너무 늦어 병천 순대를 먹고 가기로 했는데 그 집이 없어졌다고....
급하게 길에서 본 생삼겹살 집 간판을 보고 들어간 곳은 숯가마에 딸린 식당.
이곳에서 저녁 푸짐하게 먹은것 까진 좋았는데 새신자가 많아서인지 유난히 분위기가 화기애애해 뒷풀이 시간이 너무 긴게 옥의 티.
뒷풀이 시간은 1시간 넘지 않았으면 좋겠다.
계산은 어느새 이작가님이 해 버리셨다고....
오늘은 차에서 반짝반짝을 다 볼 수 있었는데 산행 뒷 이야기가 많았는지 여기저기 이바구 나누는 사람들이 많아 드라마 보는데 애로사행이 많았다.
산행 시간이 길어진 변명으로 선두 기준 시간이라고....
그럼 걸음 느린 사람은 종주 하면 안되는건가?
공부 잘 하게 하고 싶어 그랬다는데 9시간 걸릴 줄 알았다 7시간에 끝내면 기쁨이 배가 되겠지만 7시간 산행인 줄 알고 시작했는데 9시간 걸리면 나머지 2시간은 그야말로 마음의 준비 없이 허겁지겁 하게 되 더 힘이 빠지고 힘든 산행이 되는걸 고수는 모르나보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완주해 기분은 좋았다.
늘 오늘이 제일 힘든 산행이다.
헌데도 다음 산행을 또 기다린다......
-이 작가님 사진, 동영상에 맛있는 저녁까지... 감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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