늪 - 유지소(1962~ )
내 음성이 “너·무·해” 하고 너를 향해 돌진하는 순간 네가 사라져버렸어 왜냐하면, 동시동작으로, 내 마음이 “너·無·해”라고 단호하게 너를 삭제해 버렸거든
그때, 기우뚱거리는 몸을 나무에 기대지 말았어야 했어 나무가 구부러진 손가락으로 쿡쿡,
나를 <나·無>로 인식했거든 나도 삭제되고 말았어
너도 없고,
나도 없고,
나무만 있었어
천 개의 혓바닥이 새파랗게 질려 있었어
나는 없습니다. 주민등록 번호로 존재할 뿐입니다. ‘삭제’의 키를 누르면 그 어떤 확고한 이름도 삭제되어 버리는 오싹한 경험을 매일 하고 있을 세대인 컴퓨터 세대는 더욱 그럴 것입니다. 그럴 때 쓰는 시는 우리를 구원하지 않을까요? 가장 인간적인 시쓰기라는 영역, 여기서만이 우리는 만화가 되지 않을 수 있으며 우리의 키가 인조대리석의 기둥 옆에서 왜소해지지 않을 것입니다. <강은교·시인>
산행일:2011.8.11 (목)
코스개관: 가남정보화마을-유방샘-안부-미녀봉정상-안부-헬기장-눈썹바위-유방샘 갈림길-음기마을-가남정보화마을 (5시간 정도)
날씨: 아침까지 내리던 비가 산에 가는 동안에는 맑고 화창했음.
멤버: 탁동 7명
여산이 뽑아 놓은 산행 자료를 못찾아 그냥 왔다고 한다. 전에 갔던 우두산을 간다는데 그산도 내 기억엔 결코 순하지 않았는데 아무튼 금원산보다는 순하다고 여길 간다고 해 그런줄 알았는데 최종 목적지가 미녀봉으로 바뀌었다고....
비가 오면 산에 안 간다고 했는데 비가 그쳐 할 수 없이 출발.
미녀봉은 88휴게소에서 보면 여인이 머리를 풀어헤치고 누워있는 형상인데 임신중이라 배가 나온 형상이다. 그 근처 장군봉이 정인이라는 산이라 궁금하긴 했지만 이렇게 갈 기회가 생길줄은 몰랐다. 사실은 비계산이 더 궁금했는데.....
가남정보화 마을이라는 폐교 옆에 등산 안내도가 있어 이 길을 따라 올라가니 이 길이 아니라고 해 조금 백해 올라가니 비로소 등산 안내 이정표가 보인다.
헌데 길에서 물이 흐르고 나무도 쓰러져 있다. 한참만에 겨우 물은 흐르지 않는데 지루한 임도성 길을 한참 올라가 길 참 재미 없다고 하니 이만하면 바위도 없고 순하지 않냐고 주장하는 여산.
임도성 길 지나고 큰 나무아래 벤치가 있고 여기서 음기마을 갈림길도 보이고 조금 더 가면 유방샘이 나온다고....
유방샘에서 물을 보충하면 되니 물을 아끼지 않고 듬뿍 먹고 간식도 먹었다.
막상 유방샘은 계곡이 넘쳐 흘러 어디가 샘이고 어디가 계곡인지 분간이 안갈 지경인데 아무튼 물은 아주 시원했다.
씻기 좋아하는 이샘은 벌써 웃통 벗고 세수하느라 바쁜 모습. 이샘과 고샘은 둘 다 샌들 차림.
유방샘에서 왼쪽은 미녀봉 정상쪽이고 반대쪽에는 표지기가 훨씬 더 많이 달려 있고 계단도 보인다.
우린 최단거리로 미녀봉만 찍고 오기로 한지라 왼쪽으로 고고씽~
제법 급경사 길을 힘겹게 올라가고 체력이 젤로 약한 김샘이 죽을 각오로 올라간다. 김샘이 천천히 가 줘야 우리들도 쉴 수 있다고 천천히 가자 했다. 이샘이 제일 먼저 올라가버렸고 능선이 나타나 정상인줄 알았는데 이곳에서도 미녀봉은 700m 더 가야 한다고....
이곳 안부에서 보이는 오도산 정상이 아주 멋져 보인다. 욕심 같아서는 저기까지 가고 싶지만 이쪽 분위기를 따라야 겠기에 욕심을 접었다.
그동안 코스는 사실 볼것이 없었는데 이곳부터 정상까지 가는 길은 능선이 거의 평지 수준이고 조망이 아주 좋았다. 날씨까지 쾌청해져 여산 사진 찍느라 신났다. 사진 신공으로는 여산 못지않은 고회장님도 사람, 경치, 꽃사진 까지 찍느라 바쁜 모습.
특히나 이곳 오기 전 5박6일 동안 해남에서 논산까지 걷고 와 얼굴이 새카매져 있다. 그것도 홀로....
참으로 대단하다. 나름 고집도 쎄 고집'고'자라는 여산. 그것도 높을 '고'라던가?
정상석을 끌어안고 신나하는 김샘. 제일 먼저 정상에 도착.
사진 찍고 집에서 싸온 밥과 상추, 고추 등으로 배부르게 먹고 넷은 원점회귀를 하기로 했고 고회장, 이감탄, 나 넷은 안부에서 눈썹바위로 돌아 내려가기로 했다. 우리가 시간이 좀 더 걸릴것 같아 먼저 출발.
눈썹바위 가는 길 헬기장 지나고부터는 암릉성 길이 나오고 나무데크로 만든 계단길이 대부분. 이쪽이 길은 좀 험하지만 경치는 훨씬 멋진 풍경. 이쪽으로 올라와 우리가 올라온 길로 하산하면 차량 회수하는데도 별 문제가 없겠다.
아무튼 결코 만만하지 않은 눈썹바위쪽 능선을 타고 가니 유방샘으로 내려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우린 이곳에서 음기마을로 하산하기로 했는데 사람이 거의 안 다녀서인지 자칫 주의하지 않으면 길 잃기 쉬운길이고 넝쿨도 많아 고샘이 앞에서 길을 잡아주지 않았으면 무척 헤맬뻔 했다.
무사히 하산을 해 내려와보니 음기마을엔 예상 외로 할머니보다 할아버지가 더 눈에 띈다.
몇채는 폐가가 되었지만 새로 지은 집들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살기 좋아보이는 이곳.
이곳에서 가남정보화마을 까지는 생각보다 멀지 않아 차로 안 태우러 와도 좋은 거리.
편한 길로 모신다고 했다 올라왔던 길을 놓쳐 더 길게 산행을 했다는 여산팀.
거의 비슷한 시간대에 만나는데 산행 끝난줄 어찌 알고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가조의 백두산 온천에 들러 목간 하고 원래는 탁구를 칠 계획이었는데 힘도 들고 땀 흘리는게 아깝다는 중론으로 귀가.
원래 거창 연극제를 한다는데 야외공연인데 비때문에 이것도 포기.
'산행기 > 2011 산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1 청소년 백두대간 생태탐방 2 (8/1) (0) | 2011.08.18 |
---|---|
2011 청소년 백두대간 생태탐방 1 (7/30~8/4) (0) | 2011.08.18 |
기나 짧으나 9시간? (금북정맥, 모가울고개-팔봉중, 8/7) (0) | 2011.08.13 |
지리를 떠나다 (7/25) (0) | 2011.07.29 |
지리에 들다 (7/24~26) (0) | 2011.07.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