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세 마리 - 박상순(1961~ )
풀밭에는 분홍나무
풀밭에는 양 세 마리
두 마리는 마주보고
한 마리는 옆을 보고
오른쪽 가슴으로
굵은 선이 지나는
그림 찍힌
티셔츠
한 장 샀어요
한 마리는 옆을 보고
두 마리는 마주보고
풀밭에는 양 세 마리
한 마리는 옆을 보고
두 마리는 마주보고
오른쪽 가슴으로
굵은 선이 지나는
그림 찍힌 티셔츠
(하략)
언어가 놀고 있네요. 박자도 놀고, 숫자도 색깔도 놀아요. 온통 놀이. 풀밭, 분홍나무, 양은 초록, 분홍, 하양으로 색이 셋이고. 양도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로 수가 세 개. 혹 셋이라는 수에 무슨 비밀이라도? 굵은 선이 지난다는 오른쪽 가슴도 수상해. 한 장 티셔츠 프린트된 그림 속 세계 빠른 리듬 치면서도 무척 정적이에요. 낱말들 색깔들 양들이 어리고 깨끗한 맛을 줘서일까요. 짧은 말 반복 변주에서 살짝 숨은 자폐의 외로움 엿볼 수 있죠. 생활세계가 삭제된 기호세계의 아름다움. 시인의 명민한 선택인 거죠. <이진명·시인>
8/1 (월): 생계령-석병산-두리봉-삽당령
날씨: 간간히 비가 내리긴 했는데 비옷 입을 정도는 아니었음.
아침이다.
비닐하우스는 우수한 성능을 발휘해 비가 새지도 않았고 바닥이 젖지도 않았다.
오늘은 젖은 텐트를 걷어야 하는데 학생들은 영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특히나 1조는 조장이 작년에 대간에 참석을 한 제오인데도 카리스마를 전혀 발휘하지 않는것 같다. 텐트 앞이 밥까지 쏟아 제일 지저분하다.
산에 가져갈 짐 빼고 다 트럭에 싣고 가고 1조를 남겨 청소 시키고 홍샘차로 오기로 했다.
원래 트럭에는 사람 태우면 절대로 안되지만 우리 편의를 봐 주어 태워다 주신다고..
대신 한명이라도 일어나면 운행을 안하신다고....
작년 이 구간을 한 팀은 짐이 너무 많이 이 큰 트럭에 짐을 겨우 실었다면서 우리들보고는 짐이 적다 하신다.
보급 차량이 있어 장을 많이 보지 않아 그렇다 했다.
편의를 봐 주는 김에 차를 돌릴 수 있는 곳까지 태워다 주셔서 지루한 임도를 걷지 않아도 되 정말 고마웠다.
함께 온 직원이 산림청 새로 들어온 신참인가본데 우리들과 함께 산행 하라고 하니 펄쩍 뛰면서 하산지점에서 기다린단다.
정말 기다릴거야? 대답 안한다.
오늘 산행 종점부터는 관할이 바뀐다고.....
1조 올때까지 기다리면서 교육하기.
그 와중에 희지는 집에 전화 해 집에 간다고 아우성이다.
어머니는 선생님이 돌려보내면 모르지만 절대로 네 맘대로는 안된다고 거절하시나 보다.
수지는 집에 있던 등산화를 신고 왔다는데 안 신었어도 낡았는지 밑창이 덜렁거린다. 어머니가 싼 신발이라도 사다 신켜 달라고 홍샘에게 부탁했다고 한다.
1조 기다리느니 걸음 느린 여학생 데리고 먼저 내가 출발했는데 조금 가다보니 여학생들은 뒤로 처져 안 보이고 학생들이 싹 바꿔었다. ㅎㅎ
솔이는 짐을 급하게 싸서 보내는 바람에 양말도 못신고 맨발이란다. 참 내....
그중 좋범이는 걷기도 잘 걷고 말도 잘 하고 예의바르다.
오늘은 내 뒤 장이사님이 계시다.
오늘 산행은 아주 긴 오르막을 오른다. 학생들이 바로바로 따라 붙어 쉬지도 못하고 긴 오르막을 올랐다 바위가 있는 좀 트인 곳이 있어 장소는 좁지만 후미를 기다렸다.
1조 학생들이 보여 다 도착한것 같다 다시 출발.
길은 풀들이 많이 자라 거의 보이지 않을 지경. 여기도 산죽이 죽어 새카만 길은 전설의 고향의 귀신의 집 같이 보인다.
오늘 점심을 석병산에서 먹는다고 했는데 곧 나타날것 같은 석룡산은 영 나타나지 않는다.
시간도 1시가 다 되 결국 석룡산 700 남은 곳에 묘자리 앞 넓은 공터가 있어 이곳에서 점심을 먹으며 후미를 기다리기로 했다.
오늘 점심은 라면인데 코펠, 바나 들고 오는 학생이 아직 도착 못한 조는 끓어 먹지도 못하고 있다.
헌데 얼굴 빨개져 류샘이 먼저 도착.
제일 후미에서 오는데 뒤에서 학생 2명이 나타났다고 한다. 길을 잘못 들었다 온거라고 중간에 쉬지도 않고 이렇게 오면 어쩌냐고 한다.
자격 안되는 사람이 선두에 서서 이런 일도 생기나보다. 워낙 걸음이 느린지라 속도가 빠르진 않았다고 보고 내 뒤에 지도강사가 4명이나 있는지라 걱정도 안했는데....
장이사님이 얼른 백해서 내려가신다. 내려가실 군번이 아닌데...
다행히 잃은 양 없이 무사히 다 도착.
일찍 먹은 조 버너 등을 빌려 다들 부지런히 라면 끓여 먹고 우리들도 늦은 점심으로 허기진 배를 채울 수 있었다.
희지는 안 간다고 버티는데 그냥 버리고 홍샘이 가버렸다고...
헌데 막상 별로 늦지 않고 올라와 우리를 놀라게 했다.
오늘 후미담당은 신샘. 사실 후미에서 처진 학생들 속도에 맞추면 많이 힘든데 끝까지 후미 맡아 준다고....
선두에 정상적으로 류샘이 서고 난 후미에서 2번째 가기.
오늘 코스를 와 본것 같기도 하고 초행인것 같다고 하고 헷갈렸는데 셕룡산와 일월문을 보니 내가 와 본 곳이다.
이 치매 수준의 기억력.
정상 부근에는 솔나리도 피어 우릴 반긴다.
이젠 두리봉까지 쉬지 않고 간다고.
두리봉까지 폭풍 질주하는 학생들.
내가 도착하고도 30분 정도 지나니 도착하는 후비 백성들.
이젠 삽당령까지 쉬지 않고 간다고...
삽당령까지도 제법 멀었다. 폭풍질주 하는 학생들 뒤를 나름 열씨미 쫓아가니 나오는 산행 끝지점으로 보이는 계단길.
헌데 계단이 비에 씻겼는지 계단인지 사다리인지 구별이 안가는 아주 그지같은 길이다.
기운까지 딸리는지라 거의 줄에 매달리다시피 해 겨우겨우 임도 도착.
임도와 만나는 곳에 후미 남학생들.
비가 오락가락 해 학생들 복장은 상거지. 그래도 오늘 산행을 무사히 마친지라 뿌듯함이 남았을듯....
수지는 정상 속도로 산행하고 미녀 3총사는 거의 1시간 늦게 삽당령 도착.
고등학교 오빠들이 짐 받아주러 마중을 나왔다. (시켰겠지? 자발적이였나?)
우리가 오늘 묵을 임업연수원 마당 벤치에 비 맞지 않게 밥 먹을 수 있게 홍샘이 비닐을 걷어다 근사하게 쳐 놓았다.
감자전 해 준다고 감자까지 강판에 갈고 있네? 정말이지 졌다.
남학생들은 류샘이 데리고 계곡에 가서 씻기.
장샘 왈, 계곡에 풋고추가 널려 있었다고... ㅎㅎ
여학생들은 화장실에서 샤워하기.
학생들은 오늘 텐트 치지 않아도 된다고. 큰 비닐하우스 동이 있어 이곳에서 뽀송하게 잘 수 있다고...
장이사님은 정자에 1인동 하계동 비비색에서 주무시는데 잠자리채에 갇힌것 같다고 웃었다.
우리도 모처럼 개운하게 씻고 감자전까지 먹는 호강에 겨운 메뉴.
밥 잘 먹고 홍샘, 장샘은 학생들과 하우스에서, 류샘은 평상에서 이사님과 신샘, 나는 정자에서 3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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