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11 산행기

기나 짧으나 9시간? (금북정맥, 모가울고개-팔봉중, 8/7)

산무수리 2011. 8. 13. 20:25

‘못 2’ - 이하석(1948~ )

그들은 녹슨 몸 속에도 여전히 쇠꼬챙이를 가지고 있다.

그들이 깃들인 어느 곳에서든 부스럭거리며

그들은 긁고 찌른다. 흙 속, 헐어버린 건물 안,

이전해버린 공장의 빈터, 폐쇄해버린 술집의

판자 틈, 버려진 구석 어디에서나

그들은 내팽개쳐진 채, 나무든 흙이든 풀이든

바람이든 강철이든 지나가는 쥐의 발목이든 찌른다.

새로 짓는 건물의 벽에서도 떨어져 흙 속에 빠지면서

세멘트 묻은 서까래에 깔리면서 또 하나의 못이

집 밖을 나온다. <하략>


못 하나가 세상을 떠도는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그러니까 시인의 귀는 지금 못의 가슴속으로 들어가 그 깊은 이야기를 듣고 있군요. 그는 못이 바람을 찌르는 소리를 들으며, 또는 새로 짓는 건물의 흙더미에 눌려 버둥거리는 소리도 듣는군요. 이렇게 우리 주변의 하찮은 사물 속에서도 결코 들리지 않는 이야기들을 듣게 하는 것, 사물의 가는 울음을 듣게 하는 것, 오늘의 시겠죠. 이 아침 귀를 크게 열고 길 위에 서 보세요. <강은교·시인>

 

산행일: 2011.8.7 (일)

코스개관: 모가울고개-성연고개-성왕산-윗갈치-비룡산-금강산-물래산-팔봉중 (9:05~6:20)

날씨: 태풍이 온다고 해 염려했는데 태풍의 바람 덕분에 그나마 산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음

멤버: 당나귀 10명

 

청소년 백두대간 인솔을 하고 4일 귀가 해 2일 푹 쉬어 별 휴유증으 없을줄 알았다.

지난번 짧으리라던 산행이 너무 힘들었다고 이번엔 짧으면서고 고도차가 높지 않은 코스를 몇개 건너 뛰어 간다는 소식.

헌데 한두번 속은게 아닌지라 별 기대는 없다.

버스를 타니 달랑 10명. 그나마 희망이라면 지난번 처음 참석한 카멜리아와 여울 두 동생이 나란히 앉아 있는걸 보니 정말 많이 반가웠다.

 

 

행담도 휴게소에서 아침 굶은 백성 밥 먹고 출발하는데 맨 뒷자리 이대장 인기가 상한가다.

신, 구 여성 회원들이 먹을것 공세를 펼친다. 그놈의 인기는 시들 줄을 모른다니까....

 

 

 

모가울고개에서 이왕이면 잘생긴 나무를 배경으로 사진 찍고 출발하는데 바로 앞 산 나무들 대부분이 꺾여 허리가 부러진 모습들.

설마 우리가 갈 길은 아닌줄 알았는데 초장부터 산길은 덤불에 나무들까지 쓰러져있어 헤치고 나가야 하는 길.

초장엔 닭의장풀이 많이 보이더니 점점 가시가 많은 며느리밑씻개. 산딸기 등 가시 덤불들이 우리를 붙잡고 나무는 꺾이고 쓰러져 그 나무 사이를 헤치고 나가려니 유격 훈련 하는것 같다. 한마디로 참 걷기 싫은 길들이었다.

 

 

 

 

나무 덤불 헤치고 나니 조금 나은 길이 나왔고 곧 임도가 나오고 찻길이 나오고 마을을 지나는데 배롱나무가 만개해서 화사하다.

회장님, 꽃비 맞으라고 흔들어 주시니 미경씨, 상금씨가 행복해 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오늘 오전 제일 높은 산이라는 성왕산이 나오기 전 강사장님표 수박을 먹었고 이 더운날 산에 가냐는 동네 어르신의 걱정을 뒤로 하고 나타난 곳이 오전 제일 높은 산이라는 성연산.

정상에는 쉴 수 있는 의자, 운동기구가 설치되어 있어 내내 서산군수를 혼내 주신다던 회장님이 용서를 해 주신다 웃긴다.

아무튼 다른날 보다 훨씬 길게 쉬었고 산행도 아주 천천히 진행 하는데도 하도 헤매는 내가 염려가 되었는데 산딸기만 나오면 따서 날 주는 회원들. 뭐든 먹고 힘내야 겠기에 절대 사양 안하고 닥치는 대로 먹기.

 

 

 

 

 

 

그래도 성연산은 주민들이 많이 다니는 곳인지 정자, 운동기구, 의자 등이 자주 나타나고 주민들도 간간히 만날 수 있었다.

그렇다고 길이 썩 좋은건 아니었고 높지 않다는데도 내리막은 아주 급경사였다.

 

 

 

성연산에서 전망대라는 곳도 생각보다 아주 멀었다. 이곳에서 또 한참을 쉬었다.

전망대에서 버스를 만나는 곳도 가까울줄 알았는데 덤불같은 길을 많이도 헤치고 지나가야 했다.

 

 

 

 

 

 

퍼블릭 골프장 앞 주차장에 버스를 대고 기사님이 깔아 주신 돗자리에 신발까지 벗고 앉아 천천히 점심을 먹었다.

여울과 카멜리아 동생은 반찬을 어찌나 바리바리 싸 왔는지 먹다 먹다 남겼고 여기다 복분자 슬러쉬에 홍삼 다린 물까지 들고왔다.

어쩐지 지난번 배낭보다 2배는 크다 싶더라니....

밥 잘 먹고 오후 산행 출발.

 

 

 

 

 

 

 

 

 

오후 산행 기점에는 활쏘는 곳을 지났고 이곳은 비교적 걷기 좋은 길이 나왔다. 없던 바위 몇개가 보이고 비룡산 지나서부터 나타나는 초원같은 길은 멀리 서해 바다도 보이고 바람도 시원해 아주 멋진 조망을 보여준다. 알프스를 걷는 듯한 이 기분.

 

 

 

 

 

금강산 이정표를 지나고 금강산 가는 길은 큰 바위도 보이고 이정표가 보이는데 아마 장군바위쪽으로 갔어야 했나본데 우린 금강산으로 행햐서 갔다.

막상 금강산은 정말이지 이름만 금강산인 초라한 곳이라 좀 실망을 했다.

이젠 마지막 봉우리인 물래산을 향해 올라가는데 앞에서는 렌즈가 빠져 난리고 뒤에서는 벌에 쏘여 난리인가 보다. 한바탕 생쑈를 하고 올라가다 하마트면 정맥에서 팔봉지맥을 빠질뻔 했다.

 

 

 

 

이대장이 소리쳐 정신 차리고 정맥길을 이어가는데 참으로 길고 길도 여전히 어수선한 길이었다. 여울은 대장 따라 앞서서 가버리고 카멜리아는 힘이 빠져 많이 힘들어 하더니 결국 나무에 찧어 상처가 또 났나 보다.

후미백성 힘들다고 좀 남은 더덕슬러쉬를 한번 더 먹을 수 있었다.

 

 

 

 

 

 

 

그리고도 한참 만에 길이 나왔고 지하차도가 아닌 길을 무단 횡당해 물래산에 붙는데 난개발의 전형을 보여주는 이곳.

마지막 물래산에서 신나 하면서 사진 찍고 하산하는줄 알았는데 결국 낮은 봉우리 하나를 더 타고 나서야 산행이 끝났다.

 

 

 

 

 

 

 

 

 

마을 구멍가게 앞 평상에서 냉장고에 있던 시원한 수박 먹기.

산행이 끝난줄 어찌 알고 비도 내리기 시작한다.

태풍이 분다고 해 염려를 좀 했는데 비는 내리지 않고 바람 덕분에 오늘도 결국 9시간 넘는 산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이감탄에게 물어서 간 서산군청 근처의 진국집. (041-665-7091)

토속 백반집인데 맛이 소박하고 양도 푸짐해서 배부르게 잘 먹었다.

일인분 6천원으로 가격은 착한데 카드도 안받고 사이다도 없단다. ㅎㅎ

 

 

집에 와 보니 긴팔 긴바지 입은 내 팔도 이지경이다. 반팔 입은 미경씨 수건으로 팔을 감싼 이유를 알겠다.

아주 많이 힘들었고 점점 저질 체력이 되지만 함께 한 회원들이 있기에 기쁨도 어려움도 헤쳐나갈 수 있었던것 같다.

귀한 시절인연이 참으로 고마운 하루였다.

감, 고, 사~

저질체력과 귀차니즘으로 산행기가 너무 늦어져 많이 부실하고 불확실 하네요....

 

-이작가님 사진, 동영상 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