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하늘’ - 최종천 (1954~ )
새는 새장 안에 갇히자마자
의미를 가지기 시작한다
이제까지 새는
의미가 아니어도 노래했지만
의미가 있어야 노래한다
하늘과는 격리된 날개
낱알의 의미를 쪼아보는 부리
새의 안은 의미로 가득하다
새는 무겁다
건강한 날개로도
날 수가 없게 되었다
주저앉은 하늘 아래에서
욕망을 지고 나르는
인간의 등이 휘어진다
최종천은 노동자 시인이다. 노동현장에서 노동의 일상적 성찰들을 언어로 ‘주워냄’으로써 우리에게 인간적 가치를, 또는 삶이 노동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한다. 우리가 노동함으로 인간임을, 가치 있음을, 의미 있음을 이해케 한다고나 할까. 그리고 그때에야말로 시의 밀도 높은 언어는 빛 번뜩이는 무기가 되어, 노동의 눈물 속에서 꿈의 뼈 혹은 삶의 논리를 일어서게 하는 것이다. 당신이 오늘 아침에도 가고 있을, 어쩌면 ‘지겨울’ 일터, 그러나 그곳은 당신으로 하여금 의미의 노래를 시작하게 하는 아름다운 ‘새장’인 것이다. <강은교·시인>
코스개관: 삽당령-석두봉-화란재-닭목재
날씨: 우중산행을 하다
원래 오늘 일정은 삽당령에서 닭목재까지 가 닭목재에서 박하는 스케줄인다. 헌데 오늘도 비가 내린다는 예보다.
계속 장마가 진 상태에서 비까지 내리는곳에서 텐트 치는건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해 홍이사 결단으로 이곳에서 1박 더 하기로 했다.
한곳에서 2박을 하면 짐 한번 덜싸도 되는건 좋은데 산행 기점까지 가는 문제가 발생.
그래서 반은 삽당령에서 반은 닭목재에서 크로스 산행을 하기로 했다.
오늘 산행이 길지는 않은데 많이 힘들어 하는 학생 몇명은 빼서 짧은 산행을 하기로 해 결국 세팀으로 나누어졌다.
아침 출발땐 날이 맑았다.
나와 장샘이 2조 학생을 인솔해 삽당령에서 출발해 닭목재까지 가기로 했다.
그리고 다른 한팀은 류샘이 인솔해 닭목재까지 차 타고 가 시작하기로 했고 발 빠르다고 자부하는 학생을 뽑아 한번 태워다주고 오는 막간에 야영지 정리하고 텐트 말리는 일을 시켰다.
야영지에서 산행기점까지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어제 내려올땐 꽤 길게 느껴졌는데....
명수가 줄었고 아주 느린 학생들을 제외시켜서인지 산행 속도는 크게 느러지지 않고 인솔도 편하다.
산은 가스가 잔뜩 끼어 오리무중이지만 비는 내리지 않아 다행이다 싶었다.
40여분 산행하고 공터가 있는 안부에서 물도 마시고 잠깐 쉬었다 가기로 했다. 헌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제법 빗발이 굵다. 다들 비옷, 우비 등을 챙겨 입었다.
비옷을 입으니 덥다. 더위를 참지 못하는 학생은 비옷을 벗어 버리고 차라리 맞고 하산해 갈아 입겠다고 한다.
비는 굵어졌다 가늘어졌다 반복을 한다.
임도 몇변 가로지르고 나타난 곳은 관목과 풀이 거의 키높이로 자라 있다. 제대로 된 길인지 의심이 될 정도다.
주변에 나무가 없어 표지기가 아주 드물게 보여 가끔씩 긴장이 된다.
비가 오지 않는 날씨라면 머리 벗겨질것 같다. 그래도 뒤돌아보면 푸른 풀밭에 화사한 등산복 차림의 학생들을 보니 한편의 그림같이 아주 예쁘다.
비가 와 사진을 제대로 찍을 수 없는게 아쉽다.
장샘이 뒤를 든든하게 봐 주니 선두에서 나만 잘 가면 된다.
긴 오르막에서 후미가 잠시 쳐지면 잠깐씩 쉬고 기다리면 곧 나타난다. 학생들은 쉴때마다 간식 먹느라 바쁘다.
드디어 긴 오르막 오르고나니 보이는 석두봉. 정상은 협소하지만 분위기는 좋은편. 이곳에서 조별 사진 찍고 잠깐의 내리막을 지나고 나타나는 초원같은 길.
오늘 길, 기대 이상으로 아주 멋졌다. 큰 오르막도 없는 편이고 경치도 좋은편. 맑았으면 더 좋겠지만 비오는 날 이렇게 순한 코스를 가게 되어 다행이다 싶었다.
닭목재에서 출발한 팀을 만나야 우리 산행도 빨리 끝날텐데 싶었는데 갑자기 류샘이 인솔하는 학생들을 만났다.
이 팀 몇몇이 후미에서 힘들어 해 속도가 나지 않았나보다. 화란봉 아직 멀었냐고 하니 1시간은 더 가야 할거라고...
그리고 화란봉 지나 길이 험하니 조심하라고 한다.
사진 한장 찍어주고 다시 출발하는데 갑자기 나타나는 신샘과 폭풍질주팀.
출발시간이 1시간 차이 났다는데 10분 만에 만나게 되는 이 상황. 거의 빛의 속도로 달렸나보다....
이 팀도 사진 찍어주고 출발하려니 학생들이 경쟁심이 생기나보다. 우리도 빛의 속도라 가작도 한다.
내가 빛의 속도로 못가거든? 그러니 그냥 가자~
처음 산행에서 장샘이 빨리 닭목재 도착해 점심 먹자 했는데 닭목재 커녕 화란봉까지 가다간 허기져 죽을것 같다.
비는 내려 엉거주춤한 상태에서 오늘 점심인 빵으로 허기 달래기. 그나마 비가 내리니 목은 덜 말라 다행이다 싶다.
우리 팀도 어차피 한차에 다 탈 수 없으니 장샘보고 발 빠른 학생들과 먼저 빛의 속도로 가시라 했더니 걱정말고 앞팀을 데리고 가란다. 자긴 후미에서 나머지 학생들 인솔해 오시겠다고...
아주아주 멀게 느껴진 화란봉까지 자원한 학생들 데리고 도착. 다행히 비가 그쳤다.
일단 홍샘에게 와 달라고 전화.
잠바 벗고 정상 사진 찍고 처음엔 평탄한 길이 나오더니 곧 바위와 멋진 소나무가 보인다.
길은 낭떠러지성 길인데 평소라면 별 어려움이 없을텐데 비에 젖어 미끄러질까 조심하면서 겨우 내려섰다.
홍샘에게 전화를 하고
암릉도 지나고 곧 끝날것 같던 산행은 역시나 대간인지라 겨우겨우 닭목재 도착.
날이 개 해까지 난다.
닭목재에서 10여분 기다리니 홍샘 도착. 아이스크림 하나씩 주고 장샘과 나머지 학생들 먹으라고 아이스크림 걸어놓고 차 타고 오는데 장이사님이 인솔한 후미 학생들 처음엔 산행 잘 하더니 곧 못간다고 아우성쳐 2시간 정도 하산하고 숙소에 데려다놓고 홀로 다시 산행에 나서셨다고....
차로 거의 30분 걸려 숙소 도착.
잔여조 학생들은 나름대로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밥 해 먹고 즐겁게 놀고 있다.
우리팀이 제일 빨리 도착한것 같다.
홍샘은 장샘과 학생들 데리러 다시 출발.
씻고 기다리니 30여분 후 신샘과 류샘이 학생들과 도착. 두팀이 만나 사이좋게 내려왔다고...
학생들은 이제 자동으로 계곡에 가서 씻고 옷 갈아입는다.
우리들 오늘 저녁 메뉴는 고등어구이라고 홍샘이 장을 봐다 놓았다.
장샘팀 도착하고 제일 늦게 장이사님 태우러갔다 도착. 아마도 곧 학생들을 잡을 수 있을거라 생각하신것 같다. 오늘은 걸음 느린 학생들을 빼서 선두 후미 차이가 많이 안 났는데...
내일 산행 기점까지는 버스를 한대 빌려 닭목재까지 타고 가기로 했다고...
낮에 비가 오는 바람에 겨우 말린 텐트가 도로 젖은것 같다.
텐트를 학생들 자는 하우스에 가져다 놓았더니 학생들이 텐트에 들어가 자더란다. ㅎㅎ
내일 산행만 하면 산행이 완전히 끝난다. 내일은 대관령 휴양림에서 잘 수 있으니 쾌적하겠지?
잘하면 지붕 있는 곳에서 잘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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