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외.../2011 일기

평창 나들이 (대미산, 11/12~13)

산무수리 2011. 11. 18. 00:24

나무와 하늘/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1931~)


빗속에서 소요하던 한 그루의 나무,

우리를 지나쳐 쏟아지는 잿빛 속으로 질주한다.

과수원의 찌르레기처럼 나무는

빗속에서 생명을 갈무리해야 한다.


빗줄기 잦아들자 나무도 걸음을 멈춘다.

맑은 밤 깊은 적막 속의 천지에

눈꽃 피어나는 순간을 고대하는 우리처럼

나무는 고요히 기다린다.


뭇 생명이 노동의 수고를 갈무리하는 계절이다. 비바람 눈보라 맞으며 천년 세월의 숲을 걸어 나온 나무도 한해살이를 마무리하기 위해 걸음을 재우친다. 기우듬히 뻗친 벌판의 왕버들 나무 줄기가 잠시 숨을 멈추자 천지가 고요해진다. 잿빛 적막이 내려 앉은 사람의 마을에서 나무가 한 줄기 생명의 고동을 길어 올린다. 늙은 왕버들 줄기를 감도는 생명의 기운이 우렁차다. 올해 노벨문학상으로 다가온 스웨덴의 ‘말똥가리 시인’에게도 생명의 기운이 살아 오르기를 바라야겠다. 병마를 이겨내고 그가 노래해야 할 더 많은 나무가 우리 앞에 있는 까닭이다. <고규홍·나무 칼럼니스트>

 

11.12 (토)

 

평창 배추밭에 땅을 사 놓은 리사. 드디어 작지만 집을 지어 여름부터 놀러가기로 했었는데 그놈의 비때문에 취소되고 겨우 날짜 잡은 11월의 2번째 놀토.

여산, 나무천사는 선약때문에 못가고 6명만 가기로 했다.

리사는 하늘네 차 타고오고 난 순한공주네 차로 가기로해 강변역에서 7시반 만나 출발.

아침부터 차는 심상치않게 밀린다. 경방 전 마지막 주에다 수능도 끝나서 그런가?

중부 타고가다 이천으로 나가 하늘네 차와 만나 국도 타다 고속도로 타고 해서 평창도착.

돼지고기 3근 사고 배추밭으로 가니 한 귀퉁이 스머프네 집 같은 콘테이너 하우스 한채 서 있다.

주변 배추밭, 무밭, 양상추밭은 거의 추수가 끝나고 상품성 없는 배추, 무가 널려있다.

일단 집구경 하고 차 한잔 마시고 (물이 안 나와 아랫쪽 교수님댁에서 한통 떠 가지고 올라오다) 일단은 뒷산인 대미산을 다녀와 점심을 먹고 콘도로 가기로 했다.

 

 

 

 

 

 

 

 

 

 

 

 

 

 

 

 

 

 

 

 

 

 

 

 

 

 

 

 

 

 

 

 

11:40 집뒤 배추밭을 지나가니 표지기가 보인다.

정비가 덜 된듯한 길을 따라 20여분 올라가니 제대로 된 등산로와 이정표가 보인다.

헌데 대미산이 1.7K  약간 먼듯한 느낌이 든다.

일단 계단을 따라 올라가는데 순한공주 저혈당 증세가 보여 못 가겠단다.

부실한 간식을 나누어먹고 순한공주, 하늘, 리사는 되돌아 내려가기로 했고 철모오빠, 자민씨, 나 셋만 정상 찍고 오기로 했다.

 

세번쯤 오르막이 있는데 아래 오르막보다는 위로 갈 수록 경사가 완만하고 키 작은 산죽이 파랗게 있어 경치는 아래보다 훨씬 낫다.

아무튼 쉬지않고 어제 내린 비 때문에 조금은 축축한 산죽을 지나고 완만한 오르막을 올라가 이젠 정말 정상이 아니면 백해서 내려가야 하나 고민할 즈금 정상이 나타난다.

정상 인증샷 찍고 부지런히 하산하니 산행시간이 2시간.

따땃한 봄날 다같이 놀며놀며 간식 싸 가지고 오면 3시간이면 뒤집어 쓸것 같다.

 

 

 

 

 

 

늦은 점심을 송어회를 먹기로 했다.

방림송어횟집을 찾아갔는데 규모도 크고 사람도 이 계절이 의외로 많다.

1접시 3만원이라 싸진 않은것 같은데 각종 야채와 콩가루, 들깨가루 섞어 비벼먹는데 신선하고 맛이 좋았다.

매운탕도 맛이 좋아 남기지 않고 알뜰하게 잘 먹었다.

 

예약의 달인 순한공주가 예약한 보광피닉스에서 체크인을 했다.

헌데 무료 워터파크 입장권이 2장이고 나머지 사람들은 40% 할인 받을 수 있단다.

수영복은 리사와 순한공주만 가져왔단다.

사우나만 하자 다 같이 하자 설왕설래 하다 결국 다 같이 하는걸로 결정을 봤다.

수영복도 6000원에 빌리고 들어갔는데 우선 너무 작고 수영을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 실망했다.

 

어디서 놀아야 할지 배회하다 온천탕에 조금 앉아 있었고 (이곳이 제일 따뜻했다) 보디슬라이드가 무쟈게 재미있다는 자민씨 말에 속아 한번 타 봤는데 터널 안이 완전 캄캄했고 낮은 곳인데도 속도가 예상외로 빨라 조금은 무서웠다. 그래도 재미는 있었다.

순한공주는 내 뒤어 서 있다 안한다고 걸어내려왔다. ㅎㅎ

수영을 해 보려해도 수경이 없어 눈이 따가와 다른 수영은 어렵고 배영만 잠깐 해 봤다.

헌데 파도풀이 의외로 재미있다고 거기서 놀자는 자민씨.

구명조끼를 2개 빌려 교대로 입고 물 안으로 들어가니 의외로 재미있었다.

손님 대부분이 어린 아이들 대동한 젊은 부모나 청춘남녀들.

아마 이 풀에서 젤로 연장자일거라 하면서 그래도 재미나게 놀았다.

 

집에 와 늦은 저녁으로 삼겹살와 야해, 묵은지찌개에 이집 저집에서 들고온 맛난 반찬들로 맥주를 반주로 포식을 했다.

방도 2칸이라 침대방에서는 리사와 내가 자기로 했고 방에서는 여인2, 거실에서는 남자2이 자기로...

며칠 계속 늦게 자 수면부족인데다 맥주까지 마신지라 정말이지 잘 잤다.

 

11/13 (일)

 

 

 

 

 

 

 

 

 

 

 

 

 

 

 

 

 

 

 

 

 

 

 

 

 

 

부지런한 하늘부부가 계란사러 슈퍼로 나갔고 순한공주가 밥 안치고 아침국은 리사가 준비한 미역국.

슈퍼에서 계란 한판 사서 계란말이 해주는 자민씨. 정말 모양도 예쁘고 맛도 좋았다.

어제 저녁 설것이도 도맡아 한 자민씨, 아침 설것이까지 담당.

고무장값도 없는데 여자들이 하면 손 망가진다고....

정말이지 내가 아는 남편중 젤로 자상한것 같다.

아침부터 푸짐하게 밥 한그릇씩 뚝딱 해 먹고 오늘 어디로 갈까 하나 콘도 뒤가 '고랭길' 이라고해 거길 일부 걸어보기로 했다.

자민씨는 잠을 못 잤다고 차 안에서 잔다고해 나머지 5명만 고랭길을 걷기로 했는데 초장엔 약간 경사가 있었는데 길은 일본입깔나무 잎에 덮여있어 아주 푹신한길.

이 길이 이효석 생가까지 연결된다고 하는데 3시간 반 정도 걸린다고 한다. 우린 중봉까지만 걷기로해 놀며놀며 걸었다.

중봉 찍고 되돌아오는 길은 내리막이 많아서인지 확실히 빠르다.

1시간 반 정도 걷고 와 쇼핑센터 구경하다 출발하는데 아침을 그렇게 거하게 먹었는데도 벌써 배가 고프다.

점심은 홍천 화로구이에서 먹기로 했다.

 

 

 

 

초장 차가 막히더니 길은 뚫렸는데 고속도로-국도-고속도로로 가는 자민씨. 어느 순간 길을 잘못들어 뒤로 빽해 겨우 되돌아오는 생쑈를 하고 홍천 양지말 화로구이에가니 인산인해.

번호표 뽑고 기다렸다 들어가 화로구이와 잔치국수로 배부르게 밥 먹고 3시40분경 출발.

양평 들어오니 길이 겁나게 막힌다.

찐빵 한봉지 사고 운길산 역 근처에서 돌아나와 구불구불 산길로해 덕소 통과해 강변역 도착하니 7시가 넘었다.

집에 오니 8시가 조금 넘은 시간.

맘에 맞는 친구들 덕분에 여행에 산행에 물놀이에 맛기행까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