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12 산행일기

여름 산행모드 호남정맥길 (굴재-추령, 6/3))

산무수리 2012. 6. 12. 22:00

‘다시, 묵비’- 최명란(1963~ )


 

이승의 일

저승 가서도 고자질 마라

당장 잡혀갈 놈 수두룩하다

저승 가면

어떤 일도 말하지 말라고

아무 것도 일러주지 말라고

그들은

솜으로 내 입을 틀어막고

말 날까 봐 소리 새어 나올까 봐

구멍이란 구멍은 모두 막았다

나는 죽었다

증거 인멸을 위하여

내 주검 속에 들어 있는

그 많은 ……

말 못할 사리들


북방 추운 바람 길목 벽제 승화원에서 피어오르는 흰 연기 보며 누군가 말했다. 신화(神化)하는 저 양반들 참 뜨겁겠다고. 나는 북풍에 우수수 쓸려가는 저 낙엽들 참 춥겠다고 했다. 한 세상에서 다른 세상으로 가는 것들 입 콱 틀어막고 말 없는데. 뜨겁다 춥다 말없이 어깨 비비며 함께 떠나고들 있는데. 살아 입 있는 것들 다정다감 말 많아 슬픈 것인가. <이경철·문학평론가>

 

산행일 : 2012. 6. 3 (일)

코스개관 : 굴재 - 고당산(칠보산: 639.7m) - 개운치 - 헬기장 - 망대봉( 550m) - 두들재 - 여시목 - 506m봉 - 추령봉(573m) - 추령 , 약12.8km, (10:20~16:40)

멤버: 당나귀 회원 12명

날씨: 화창하고 더운 날씨

 

 

 

 

 

 

 

 

 

 

 

 

 

 

 

 

 

 

 

 

 

 

 

 

 

 

 

 

 

 

 

오늘 산행부터는 혹서기 산행으로 남겨두었던 짧은 코스를 한단다.

못보던 보경씨가 타고 있다. 얼마만인지...

버스에서 총무님표 더덕슬러쉬를 한병씩 나누어준다. 지난 산행부터 이렇게 한단다. 그동안 페트병 지고 다니시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새삼 미안하다.

내심 아주 덥지도 않은데 너무 성급한것 아닌가 했지만 막생 산행을 해 보니 날씨는 혹서기가 아닐지라도 내몸은 이미 혹서기이다.

산행 시작에서 까멜 디카가 고장으로 찍히지 않는단다.

불두화 활짝 핀 동네를 지나 찔레꽃, 오랑캐꽃 지천인 완만한 오르막 꼴지로 올라가며 디카가 무겁게 느껴진다. 그래서 까멜에게 디카 가방을 통째로 넘겼다.

그랬더니 무게뿐 아니라 마음의 무게까지 덜어져서인지 몸도, 마음도 가벼워 졌다. 이젠 사진 찍어가면서 산행 할 수준이 못된다는 슬픈 현실도 깨달았다.

 

땡볕의 고당산을 올라갔다. 다들 기다리고 있다. 오늘 최고로 높은 봉우리라고...

단체 사진 찍고 내려가는 길의 대숲. 이곳에서 부지런한 사람들은 죽순 꺽느라 바쁘다. 대나무가 어찌나 빨리 자라는지 우후죽순이란 말이 나왔다고...

개운치 길가의 뽕나무에서 오디 따먹느라 선두를 바쁘다. 그늘에 쉬면서 죽순 깐다고 바쁜 틈에 걸음이 늦은지라 먼저 출발.

이곳 길에는 산딸기가 많아 간간히 따 먹으며 간다. 강사장님은 아주 열씨미 따 드신다. 건강의 비결인것 같다.

 

군부대를 좌회하니 나오는 포장도로. 군부대가 망대봉이라고 한다. 포장도로 따라 내려간 것이 두들재.

이곳에서 조금 더 올라가 그늘에서 점심 먹기. 쌈을 네사람이 싸 왔는데 그중에서 총무님의 '하늘정원'에서 키운 쌈과 쌈장 맛이 일품이다.

더위로 잃었던 밥맛 되살리고무거워진 배를 끌어안고 여시목지나 추령봉 가는 오르막은 정말이지 30분째 오르막. 욕 나오기 직전 안부가 나온다.

아껴두웠던 더덕슬러쉬로 기운 돋구고 배낭 내려놓고 추령봉 정상 찍고 전방바위에서 내장산을 건너다보니 참 좋았다.

헌데 오늘 경치의 하이라이트는 추령봉 지나 추령까지의 코스. 우리가 지난 코스를 되돌아 봐도 멋지고 내려다봐도 멋지다.

 

막판 사진 찍는 여류를 부리며 끝날듯 끝날듯 안 끝나던 산길이 드디어 끝났다.

길이 나왔고 겨울 내장산 올라갈때 주차장이다.

저녁은 이 근처 유명한 매운탕집인 호수장으로 이동. 저수지 붙어있는 식당은 위치가 기가 막힌다.

맛 좋은 매운탕으로 밥 잘 먹고 출발하니 9시가 좀 넘은 시간.

지난번 제암산 산행은 코스도 길고 갈길도 멀어 1시 넘어 도착했다고...

여름 산행 치고는 물 부족하지도 않고 비교적 행복하게 산행을 마쳤다. 감, 고, 사~

 

-이작가님 사진,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