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12 산행일기

당나귀는 비가와도 멈추지 않는다 (호남정맥, 예재-곰재, 11/4)

산무수리 2012. 11. 6. 00:00

민달팽이 - 김신용(1945~ )


냇가의 돌 위를

민달팽이가 기어간다

등에 짊어진 집도 없는 저것

보호색을 띤, 갑각의 패각 한 채 없는 저것

타액 같은, 미끌미끌한 분비물로 전신을 감싸고

알몸으로 느릿느릿 기어간다

햇살의 새끼손가락만 닿아도 말라 바스라질 것 같은

부드럽고 연한 피부, 무방비로 열어놓고

산책이라도 즐기고 있는 것인지

냇가의 돌침대 위에서 오수(午睡)라도 즐기고 싶은 것인지

걸으면서도 잠든 것 같은 보폭으로 느릿느릿 걸어간다

꼭 술통 속을 빠져나온 디오게네스처럼

물과 구름의 운행을 따라 걷는 운수납행처럼

등에 짊어진 집, 세상에 던져주고

입어도 벗은 것 같은 납의(衲衣) 하나로 떠도는

그 우주율의 발걸음으로 느리게 느리게 걸어간다

그 모습이 안쓰러워, 아내가 냇물에 씻고 있는 배추 잎사귀 하나를 알몸 위에 덮어주자

민달팽이는 잠시 멈칫거리다가, 귀찮은 듯 얼른 잎사귀 덮개를 빠져나가버린다

치워라, 그늘!


더우면 더워서 문제요, 추우면 추워서 문제다. 아프면 아파서 문제요, 안 아프면 또 그것이 문제다. 돈이 없어서 문제요, 또 많아서 문제다. 집도 절도 없이 오직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과 함께 일 년 가까이 살아본 적이 있다. 그들은 행복을 내일의 이마에 걸어두지 않은 채 오직 걸어가는 그 걸음에 몸과 마음을 두었다. 그들을 떠나올 때, 내가 내려놓지 못한 것을 보았고, 그 내려놓지 못한 그것이 문제가 아니라 내려놓지 못하는 내가 거기 있었고, 또 여기 있다. “치워라, 그늘!” 날마다 치우지 못한 그늘이 새록새록 무겁다. 이 또한 지고 가리라. (장철문·시인·순천대 교수)

 

 

산행일: 2012. 11. 4 (일, 흐리다 비), 당나귀 회원 10명,

코스개관: 예재-시리산(465.3m-봉화산(495m)-가위재-비산(422m)-덕암산(397m)-큰덕골재-군치산(414)-암릉-숫개봉(496m)-봉미산(505.8m)-곰재(10:10~17:30)

날씨: 바람으로 시작해 비를 뿌리다.

멤버: 당나귀 10명

 

오늘부터 출발시간이 20분 당겨졌다. 버스 타기가 겁난다. 몇명이나 타고 있을까 싶어서.

오늘은 10명. 2자리다. 오랫만에 동주씨가 보인다. 정말 반갑니다. 갈길이 멀어 일단 취침모드. 까멜은 분홍생 밍크담요 수준의 담요를 덮고 잔다.

정읍 휴게소에서 쉬면서 고구마, 떡 등으로 아침 간식을 먹었고 밥 안 먹은 사람들은 라면을 먹었단다. 휴게소 밥 중 라면이 제일 낫다고.

다시 자는데 목적지 다 왔는데도 충무님이 안 깨워준다. 이대장이 깨워 겨우 알어나 허둥지둥 준비.

오늘 돌풀 불고 비소식이 있는데 산행 끝날때 까지 안 왔으면 좋겠다는 이대장, 밥 먹고 나서 비 왔으면 좋겠다는 총무님.


 















 

처음엔 바람불고 아주 좋았다. 비 소식이 있으니 아무래도 발걸음이 빨라진다.

선두는 시리산 그냥 통과. 후미 그룹만 사진 찍고 봉화산을 향해서 가기.

봉화산에서 다 같이 만나 귤 먹고 사진 찍고 출발. 헌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에이, 조금만 천천히 오지....

일단은 배낭 카바만 해 보기로 했다.

친절한 총무님이 나와 까멜 신발에 비닐을 끼워 주신다. 헌데 비가 제대로 내릴것 같다. 그래서 비옷을 아예 입었다.

추위 타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울 경림씨가 비옷을 안 입었다. 왜? 비옷을 안 가져왔다고...

신철씨까 비상용으로 가져온 하얀 비옷을 얻어 입었다. 이제야 좀 안심이 된다.

 

오늘 구간 오르내림이 심한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냥 바삐 올라가고 내려가고를 반복했다.

큰 장애물은 별로 없는데 작은 장애물이 많아 비닐 비옷은 조금씩 찢어지고 구멍나기 시작한다.

이 날씨에 굳건히 우산쓰고 산행 하는 우산족 작가님, 이대장, 신철씨.

우비파 회장님, 동주씨, 무수리.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은 비닐 우비 패션.

비는 다행히 아주 많이 내리지는 않고 바람은 별로 불지 않는다.

점심 먹을 시간은 지났는데 먹을 장소가 마땅치 않다. 임도 만나 먹자는 이대장.  헌데 그 임도가 안 보인다.

그때 총무님표 더덕꿀차. 큰 보온병을 무겁게 지고 오셔서 한잔씩 타 주는데 원기회복은 물론 그 따뜻한 마음씨에 몸도 마음도 녹아 내린다.

더덕 힘으로 올라가다 비도 덜오고 바람이 불지 않는 곳에 앉아 비 덜 맞기 위해 허겁지겁 점심 먹기.

작가님 사모님은 비 오니 먹기 좋으라고 김밥을 싸 보내셨는데 엄마표 김밥을 얼마만에 먹어보는건지 모르겠다. 정말 맛 좋았다.

사진 찍을 생각도 하지 않고 짐 싸고 출발.
 


















 

오후 산행도 만만치 않게 길다고 한다. 힘 빠진다.

한 봉우리 올라가고 암릉성 길이 나오더니 그곳 경치가 그중 멋지다. 인증샷 찍고 올라가니 암릉으로 추정되는 곳에서 선두가 간식 꺼내놓고 기다리고 있어 과일, 야채, 빵 등으로 에너지 보충하고 다시 길 잇기. 여기서도 한참을 더 가야 한다고....

이름도 요상한 숫개봉을 지나고 봉미산 가는 길은 급경사 두번 정도 기운 쪽 뺄 정도로 올라간다. 힘들어도 쉬지 않고 가니 작가님이 봉미산에서 기다리고 계시다.

후미는 조금 시간이 걸릴것 같아 인증샷만 하고 작가님 따라 내려가기. 여기서는 30분 정도 걸린다고...

비는 소강상태고 뿌옇던 산도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멀리 마을이 보이고 찻길이 보인다. 드디어 끝났다. 헌데 차가 보이지 않는다.

조금 아래 곰치 휴게소에 우리 차가 기다리고 있다. 그러고 보니 여름 이곳을 지난 곳이다.

후미 곧 도착하고 기사님이 신발 닦아주는 서비스를 받고 화장실에서 젖은 옷 갈아입고 지난번 먹었던 고기집으로 출발.


 


 

오늘도 불고기 정식으로 푸짐하게 저녁을 먹었다. 동주씨는 환절기 고기 알러지가 있어 된장찌개를 먹었다. 이집 양도 많고 반찬도 아주 맛있다.

지난번 포장해가 반응이 좋았다니 김밥 싸주신 마눌님께 점수 따신다고 작가님도 포장을 해 가신다. ㅎㅎ

7시 10분 출발.

11시10분 경 평촌 입섬.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멈추지 못하는 당나귀를 누가 말리랴.....

-이작가님 사진, 동영상 추가











 

-까멜표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