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철에 설악에 갈 생각을 하다니 제정신인지...(설악산, 10/13)

산에 대하여 - 신경림(1936~ )


산이라 해서 다 크고 높은 것은 아니다

다 험하고 가파른 것은 아니다

어떤 산은 크고 높은 산 아래

시시덕거리고 웃으며 나지막이 엎드려 있고

또 어떤 산은 험하고 가파른 산자락에서

슬그머니 빠져 동네까지 내려와

부러운 듯 사람 사는 꼴을 구경하고 섰다

그리고는 높은 산을 오르는 사람들에게

순하디 순한 길이 되어 주기도 하고

남의 눈을 꺼리는 젊은 쌍에게 짐즛

따뜻한 사랑의 숨을 자리가 되어 주기도 한다

(중략)

칡넝쿨처럼 머루넝쿨처럼 감기고 어우러지는

사람 사는 재미는 낮은 산만이 안다

사람이 다 크고 잘난 것만이 아니듯

다 외치며 우뚝 서 있는 것이 아니듯

산이라 해서 모두 크고 높은 것은 아니다

모두 흰 구름을 겨드랑이에 끼고

어깨로 바람 맞받아치며 사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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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림 시인의 시를 읽으면 위안으로 마음이 가라앉는다. 허름하게 살아오고 또 살아가는 처지라 그런가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파장’)는 구절을 처음 들었을 때 나도 흥겨웠다. 큰 산이 되기는커녕 언감생심 큰 산의 뜻도 품어보지 못한 터수라, ‘산동네에 오는 눈’에서 “하늘에서 제일 가까운 동네라서 눈도 제일 먼저 온다”는 구절을 읽었을 때는 정말이지 말이 가슴을 울린다는 말을 실감했다. 말 그대로 삶 속에서 가슴으로 뜻을 이룬 말이라고 여겼다. 가슴에 툭 한번 닿은 다음에는 맥놀이 하듯 퍼져나가는 음률이라고. 이 시가 실린 시집을 읽던 이십대에는 시인도 정릉 산동네에 사셨고 나도 노량진 쪽 산동네에 살았는데, “남의 눈을 꺼리는 젊은 쌍에게 짐즛/ 따뜻한 사랑의 숨을 자리가 되어 주기도 한다”는 그 말에 그만 녹아버렸다. <장철문·시인·순천대 교수>

 

 

10/12 (금)

지리에 대한 갈증은 어느 정도 해소가 되었는지 이감탄이 설악을 그것도 감히 단풍 피크철에 갈 꿈을 꾼다.

양양에 숙소까지 예약을 했다고 한다. 패밀리와 가려던 방이 탁동 멤버에게 넘어왔다.

10명 중 빅3 세분만 빠지고 7명만 간 크게 설악에 가기로 했다.

단풍철 설악에 2번 갔다. 당일은 조금 일찍 가니 큰 어려움이 없었고 무박으로 갈때는 그야말로 줄서서 갔다.

 

 

 

 

 

 

아무튼 금욜 칼퇴근 해 이감탄 차로 1차 출발해 오색약수에서 홀로 출발한 상곤샘을 만나 '단골식당'에서 산채 비빔밥과 더덕구이를 먹었는데 나물도 맛있지만 동치미가 특히나 끝나준다. 상곤샘 20년 단골이라는데 주인장 인심도 넉넉하다.

이감탄 관계자 덕분에 저렴하면서도 쾌적한 양양 숙소에 도착하고 늦게 출발한 팀은 저녁을 못 먹었다고 해 부지런한 명속샘이 밥에 국까지 뚝딱 해낸다.

내일 몇시 산행 시작하는게 좋을까 설왕설래 하다 대청봉 팀은 4시 출발하기로 했고 관광모드는 알아서 출발하기로 했다.

 

10/13 (토)

 

어제 저녁 도시락은 미리 쌌고 아침은 정숙샘 협찬한 빅맥을 하나씩 챙겼다. 이집 저접에서 챙긴 간식이 한보따리다.

4시 셋이 출발해 오색약수에 차를 대고 등산로 입구까지 걸어가는데 20여분 걸렸다. 산 중턱 불빛이 자동차 행렬처럼 보이고 별이 쏟아진다.

등산로 입구에는 무박팀은 올라갔고 딩일 팀은 아직 도착 전이라 비교적 한갖지다. 아랫동네에서 온 단체만 간간히 보인다.

조금 올라가니 군데군데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조금씩 밀린다.

해가 뜨는지 하늘이 희부염하다. 길이 거친곳이 나오면 밀리고 그러면 또 새치기 하는 사람들도 보이고 아무튼 어수선하다.

그래도 그래도 걱정보다는 갈만하다. 날이 환해지면서 계곡을 만나면서 단풍이 환상이다. 역시 설악이야.

 

 

 

 

 

 

 

 

 

 

 

 

 

 

 

 

 

 

 

 

 

 

 

 

 

 

 

 

계곡 만나는 곳에서 빅맥으로 아침을 먹으니 배가 그득하다.

날이 썩 좋지는 않다. 조망이 약간 뿌옇다. 하지만 이것만 해도 어디인가? 설악이지~

오색으로 올라가 바로 정상을 보는 맛도 나쁘지는 않다. 정체되어 4시간이 꼬박 걸렸지만 그래도 이만하면 만족이다.

정상석 앞에는 정상석을 끌어안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찍을 엄두도 내지 못한다. 그냥 사람을 배경으로 찍어야 한다.

중청 내려오는 길에도 여름에도 못보던 나무데크가 깔렸고 공터는 완전히 식당가다.

중청 대피소도 사람들이 어찌나 바글거리는지 화장살 가려다 포기하고 한계령으로 하산.

 

한계령 길은 점심시간이어서인지 웬만큼 올라와서인지 비교적 한갖지다. 소청으로 내려가는 길은 사람들로 버글거린다.

가을에 산행을 해보니 나무들이 떨어져 뒤돌아보면 대청이 계속 보인다. 그리고 앞쪽으로는 귀떼기청봉이 계속 보여 즐겁다.

한계령쪽은 쉽다는 말만 믿은 명숙샘. 처음 길은 순했지만 한계령 3거리에 가까울 수록 길은 거칠다. 귀떼기에서 흘러온 너덜성 길이 군데군데 보이고 이곳도 교행이 안되는 곳에서는 약간의 정체가 있다.

끝청은 생각보다 쉽게 지났다. 밥 먹기 부적당한 곳에 앉아 점심을 먹었고 그리고도 한계령 3거리는 정말정말 멀었다.

이곳에 오니 사람들이 무지 많다. 이 시간에? 아마도 대피소 박하는 사람들인것 같다.

한계령 3거리 지나 관광팀의 전화. 아침 7시 전 설악동 들어가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렸고 양폭까지 다녀왔는데 여기도 사람이 장난이 아니라고. 아마도 사람이 제일 많은 코스가 아닐까 싶다.

 

내려올 때는 다리 아픈걸 무릎쓰고 거의 쉬지않고 내려왔다. 빨리 하산해야 빨리 귀가할 수 있으니...

다리 아파 쩔쩔 매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난다. 거의 다 내려가니 단풍이 그제서야 보인다.

관광모드로 오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하니 이젠 정말 끝인것 같다.

무사히 하산했다. 기뻤다.

이감탄이 차량 회수하러 왔는데 택시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일단은 걸어 내려가다 차 만나면 타고 간다고 한다.

단체 버스로 온 팀들도 버스를 못 대게 해 다 모일때 까지 기다리는 중이다.

설악동팀은 척산온천에 갔다고 한다. 우리는 오색온천 꿈도 꾸지 않기로 했다.

 

1시간 만에 이감탄이 차량 회수해 왔다. 다행히 가는 도중 택시를 잡았는데 흘림골 입구가 엄청 밀린다고 한다. 서울쪽으로는 그나마 밀리지 않는다고.

일단 출발했다. 2시간 만에 서울에 입성했다. 저녁을 어디서 먹을까 고민은 10번은 한것 같다.

왜? 차가 어찌나 막히는지 입성해 식당까지 가는데 2시간이 걸렸다.

관악구청 앞 추어탕집에서 늦은 저녁 먹고 1박2일 일정의 설악 단풍산행을 무사히 마쳤다.

이덕 저덕이다.

설악동 팀은 아예 회까지 먹고 한밤중 충발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