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곳’-박형준(1966~ )
참 좋지요
중심이 비어서
새들이
꽉 찬
저곳
그대와
그 안에서
방을 들이고
아이를 낳고
냄새를 피웠으면
공중이라는
말
뼛속이 비어서
하늘 끝까지
날아가는
새떼
하늘도, 이제 곧 들녘과 산들도 차츰 비어갈 쓸쓸한 계절인데. 이 시를 보니 공중(空中)이란 말도 좋네요. 비우고 또 비워 아무 기댈 데 없이 허허로운 허공(虛空)이란 말보단 새들이 가득 나는 공중이 참 좋네요. 뼛속까지 들어 찬 욕심을 다 비우고 그대와 순박한 사랑으로만 어우러지는 방 한 칸 지상에 들이기가 그리 어려울까요. 가난하고 순박한 시인조차 공중, 그 좋은 말을 찾고서도 ‘이곳’이 아니라 ‘저곳’이라 하고 있으니. <이경철·문학평론가>
산행일: 2012. 10. 21 (일)
코스개관: 예재-계당산(580.2m)-개기재-두봉산(630.5m) - 촛대봉(522.4m) -- 말머리재- 용반리, (8시간)
날씨: 가을인지 여름인지 후덥지근하다
멤버: 당나귀 9명
회원 숫자가 늘어나도 성에 안 차는데 점점 줄어든다. 이젠 한자리수라고 한다.
넷이 농수산물 시장 앞에서 타니 5명이 앉아있다. 도합 9명. 세기도 민망하다.
노느니 일단 잤다. 오늘 산행은 걔기재에서 차를 만나 점심 먹는다고 점심이 늦고 오전 산행이 길다고 아침을 든든히 먹어야 한단다.
오늘따라 아침도 굶었는데...
싸 온 떡과 까멜표 고구마로 아침을 그득하게 먹었다. 그리고도 1시간 더 자고나니 목적지.
오늘 코스는 원래 시작점이 너무 거칠어 반대로 한다고 했다.
예재 터널이란 표지기 앞에서 사진 찍고 출발. (10;40)
오전이 4시간이라고 한다. 후미에서 쫓아가니 부담도 크다. 오늘 오르내림이 크다고 했는데 생각보다는 길이 순한 편이다. 나름대로 정비를 해 놓아 장애물 넘기는 하지 않아도 되는 수준. 능선에 올라서니 우측으로 저수지가 보인다. 동백저수지라고 한다.
아무튼 생각보다는 빨리 계당산이 나타나 참 좋았다. 사방에 조망이 트여있고 꽃을 꺾어놓고 꽃다발 들고 독사진 촬영 서비스를 한다.
계당산은 철쭉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정상을 지나고 나니 정말 예쁜 길이 나온다. 밥 들고 왔으면 여기서 먹으면 딱 좋을텐데..
아쉬운대로 고절처, 쑥부쟁이와 함께 사진 찍고 개기재 가는 길이 쓰러진 나무 등이 정비가 되 있지 않아 시간이 걸릴것 같단다. 그래도 4시간을 예상했는데 3시간 반만에 개기재 도착.
다소 허전한 멤버들과 점심을 먹는데 잘 넘어가지 않는다. 억지로 먹었다.
오후 산행은 오전보다 더 빡세다고 자꾸 겁을 준다. 빡세거나 아니거나 빨리 갈 수도 없는데 어쩌라고....
두봉산에 올라서니 하늘이 예술이다.
이곳에서도 한참만에 촛대봉이 나타났다. 촛대봉 지나서 단풍이 제법 보인다. 남쪽에도 가을이 오고 있나보다. 11월 산행에는 제대로 된 단풍을 볼 수 있을것 같다.
작가님은 단풍 고운곳에서 독사진 서비스 하느라 바쁘시다.
하니조 내 달리고 후미조에 끼어 맛있는 간식도 먹고 석양을 보고 나서 말머리재에 오니 해가 꼴딱 졌다.
이곳 하산길이 거칠고 퇴비공장이 있어 냄새가 많이 난다고...
그나마 여름이 지나 냄사는 많이 나지 않는데 내려갈 수록 심하다.
8시간 만에 무사히 하산. 우리 버스 불빛이 반짝이며 기다리고 있다.
일단 출발했고 화순에서 한우집을 발견해 푸짐한 불고기 백반으로 저녁을 포식.
서로 밥값 낸다고 하다 결국 결림씨가 이겼다.
8시 출발. 자다자다 깼다. 하루를 넘겨 평촌에 무사히 입성.
즐겁고 마음 가볍게 산행하고 싶은데 사람 수가 너무 작아 빠지게 되면 부담이 늘어난다.
아무리 좋아서 하는 산행이지만 이젠 서로 빤히 아는 사람들끼리 다니는 것도 재미가 적다.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과연 코스가 길어 안오는 걸까?
사람을 끄는 뭔가가 부족한건 아닐까?
서로 오고싶어 하는 그런 산악회로 거듭날 수는 없는걸까?
-이작가님 사진, 동영상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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