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東園)에서 국화를 보며 - 백거이(772~846)
어린 날 예전에 가버리고,
꽃 시절 다하였다.
적막한 마음 달랠 길 없어,
다시 이 황량한 뜰에 왔다.
홀로 뜰 가운데 오래 서 있자니,
햇살은 옅고 바람 차다.
가을 남새는 죄다 잡초에 덮이고,
그 좋던 초목도 시들고 꺾였다.
잎 다 진 울타리 사이에
몇 떨기 국화만이 새로 피었다.
잔 들어 술을 조금 따르고
그 곁에 잠시 머물러 본다.
( ... )
그대 국화를 돌아보며 이르노니,
이 늦은 때 어찌 홀로 고운가?
나를 위해 피지 않은 건 알지만
그대 덕분에 잠시 환히 웃어본다.
이 세상 어느 꽃이 나를 위해 피었겠는가. 나를 위해 피지 않았으나, 내가 그 꽃을 바라보고 쓸어보고 코를 갖다 댄다. 이 세상 어느 것도 내 것이 없으나, 지금 누린다. 어느 꽃도, 돌아서면, 다시 볼 수 없다. 지금 이 순간 이 삶이 그렇듯이. 그러고 보면, 이 ‘나’ 또한 내 것은 아니다. 가졌다는 것, 안다는 것이 참 부질없다. 이 가을, “그대 때문에 잠시 웃어본다”. 그 한마디가 백낙천이 전하는 한 소식이다. “산등성이 외따른 데/ 애기 들국화,// (…) 다시 올까?/ 나와 네 외로운 마음이/ 지금처럼/ 순하게 겹친 이 순간이ㅡ”(천상병, ‘들국화’). 오늘 이 순간이 다시 오지 않는다는 두려움, 우리가 한 번이라도 그 두려움에 떤다면 그때도 강과 바다가, 이 지구가 위험할까? (장철문·시인·순천대 교수)
만나는곳: 2012.11.10 (토) 10:00 인덕원역 1번 출구
코스개관: 인덕원역-이미마을-과천매봉-이수봉-청계사 입구
멤버: 중학동창 셋
날씨: 화창한 가을날
모처럼 진순이가 산에 가자 연락이 왔다.
기쁜 마음으로 청계산에 들렸다 옛골 장비점에서 일하는 친구를 만나러 갈 계획이었는데 소문도 없이 직장이 바뀌었단다.
성숙이도 원래 만나기로 한 화물터미널앞에 시간이 맞출 수가 없다고 해 아예 약속장소를 인덕원으로 잡았다.
셋이 만나 이야기 나누며 천변을 따라 걷다 이미마을로 들어선다. 이곳도 알려져서인지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다.
나뭇잎이 많이 떨어져 앙상해진 숲은 전에는 안 보이던 경치를 보여준다. 그래서인지 산은 늘 새롭다.
공사다망하기로 둘찌 가라면 서러울 성숙이. 생각보다 잘 가 내심 국사봉을 염두에 두었다.
쉬지않고 과천매봉에 올라서니 완전히 장터분위기. 제대로 앉을 곳도 없다.
조금 내려와 철탑이 보이는 축대에 앉아 빵과 커피로 조촐한 점심 먹기. 정상에서 밀래 내려온 사람들 때문에 여기도 빈 자리가 별로 없을 지경.
청계사 내려가는 곳 2곳을 지나고 이수봉에 도착. 이수봉 가기 전 망경대 보이는 곳에 올라가는데 성숙이가 힘들어 한다.
저녁 생신 모임도 있는지라 국사봉은 일단 보류하고 이수봉 지나 만나는 청계사 하산길로 내려서는데 초장은 경사가 좁 급한데 계곡과 만나는 길은 아주 환상이다.
이 길은 처음 가 보는데 나무 데크고 깔려있고 둘레길 조성이 되어 있고 무엇보다 단풍이 피크다. 이런 길이 있는줄 처음 알았다.
내려가다보니 청계사에서 내려오는 찻길과 만난다. 오늘 좋은 길을 새로 알았다.
주차장에서 곧 마을버스가 들어와 타고 나왔다. 함께 늦은 점심을 먹어야 하지만 생신 모임 때문에 헤어졌다.
시간 되면 자주 산에 가자 다짐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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